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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0년(2010)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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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巡文藝입상작 : 인연(因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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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오천4 방면 선사 강미애

 

  한 번 불면 두 번 다시 같은 바람은 오지 않는다. 한 장의 편지도, 단 한마디의 말도 남기지 않은 채 그가 떠났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잠깐 마음 상한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이별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내 목구멍에선 핏빛 울음이 허공을 향해 점점이 뿌려졌다.

  그와 함께 누볐던 많은 산들이, 그와 함께 걸었던 많은 이름 모를 길과 많은 시간들이 이젠 내 추억의 앨범에 고스란히 멈춰야 하는 그림이 된다는 걸 알았을 땐 내 마음에 살고 있는 짐승 한 마리는 어딘가로 뛰쳐나가 헤매이며 울부짖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현실로 다가올 때 인간이 가장 가지기 쉬운 감정은 미움이나 증오일 것이다.

  그렇다. 나는 사람이다. 나의 사랑을 택하지 않은 그가 잘못되기를 바랐다.철저히 불행해지기를 바랐다. 할 수만 있다면 그가 그렇게도 사랑하던 겨울의 하얀 산에 그의 피가 방울방울 뿌려졌으면 싶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가 가끔은 무서워지기도 했다. 달려 나가는 그를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다면 가차 없이 내던져 졌을 테니까.

  그가 말없이 내 곁을 떠난 것은 아마도 그 놈의 “꿈”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도 나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나보다도 그의 꿈을 더 많이 사랑했다. 그러다 채 2년도 지나지 않아서 그의 소식이 내게로 바람과도 같이 전해져 왔다.

  그가 대학 기간 중 그리도 오르고 싶어 했던 마테호른의 어느 능선에서 실족하여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내가 잠시 그를 증오하며 올렸던 간절한 기도의 한 구절과도 흡사하게 그곳 어딘가에 뿌려졌을 그의 피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의 기도가 이리도 영험했었나.

  20대, 나의 첫 사랑은 눈 산에 부는 바람과도 같이 그리도 가 버렸다. 이때부터 나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 인연 1

 

따르릉 ~~

 

  새벽 3시를 가르치는 시계를 보며 침대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언니 나야. 엄마가 돌아가셨어.”

  가슴에 커다란 종이 울린다. 쿵쿵쿵~ 먼 산 어디에서인가 굴러오던 바위가 마음 이곳 저곳에 부딪히며 커다란 울림을 만든다. 그 울림에 맞춰 심장이 멋대로 뛰논다. 심장의 박동과 함께 울음이 이 사이로 밀고 올라오는 것을 멈·출·수·가·없·다. 잊고 있었던 옛 기억들이 어머니의 죽음과 더불어 옹달샘처럼 솟아 나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몇 년 후에 어린 오빠와 나를 할머니께 맡겨두고 재혼을 하셨다.

  말이 재혼이지 논 몇 마지기에 팔려가다시피 떠밀려 가신 것이다. 어린 오누이를 굶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를 할머니를 통해서 들었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오빠와 손잡고 두 개의 산을 넘어 찾아 나선 어머니의 등에는 머리카락이 몇 개 나지 않은 어린 아기가 업혀 있었고, 우리와 눈이 마주친 어머니의 눈에 당황의 빛을 느낀 오빠는 나의 입을 손으로 재빨리 틀어막았다.

  엄마라고 한번 불러 보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게 소리 내어 우는 오빠의 울음소리….

  그 후론 오빠와 난 단 한 번도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았다.

  각자의 삶을 살며 오빠는 나를 공부시키느라 독학을 거듭했고 나는 오빠의 지극한 사랑의 비호아래 행복한 소녀였던 것이다. 나는 청맹과니였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려 애쓰는 게 고작이었다.

  어느 한가로이 즐겁던 일요일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우리의 인생을 다시금 흔들리게 했다.

  애써 잊으려 했던 그립던 어머니. 아버지가 다른 또 하나의 핏줄인 동생. 그들이 우리의 삶 속으로 속절없이 밀려 들어왔다. 오빠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숙명이라나 어쩐다나 하는 어려운 단어 몇 개로 나를 꼼짝달싹 못하도록 옭아매더니 버릇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다. 너 아니?”

  “왜 우리야? 이제 와서… 오빤 알고 있은거야?”

  “그쪽 집에서 어머니를 쫓아낸 모양이야.”

  그렇다. 남편이 죽자 재산 때문에 형제들끼리 분쟁이 났고 그 속에 휘말려 아무 말도 못하고 쫓겨난 것이다.

  신이 존재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세상이 이리도 공평한 걸 보면.

  그래도 다행인건 동생의 몫으로 얼마간의 현금과 재산으로 활용할 수도 없을 골짜기의 산 몇 개를 받아 쥐고 나온 것이다.

  그건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봉사한 불쌍한 어머니의 새경이리라. 그곳에서 어머니는 일 잘하는 상머슴이었을 테니까.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가슴 뜨거운 화해는 있지 않았다.

  어머니의 병환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오늘 그 전화를 받았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이리도 쓸쓸하다면 당연 내 어머니일 것이다.

  피 흘리는 산고의 고통 속에서 태어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다만 침묵하는 것뿐이었다.

  굴뚝의 연기로 다시 태어난 어머니는 비로소 자유를 느끼셨을까?

  이 생의 인연은 여기서 끝인 것인가.

 

 

¤ 인연 2

 

  오빠가 결혼을 한다.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던 그가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서약과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가슴 한켠이 저릿해오는 통증에 이맛살을 찌푸린다.

  나와 함께 있으며 저리도 밝고 환하게 웃었던 적이 있던가. 그의 인생에 있어 나라는 존재는 짐이요, 족쇄였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노비 문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끝없는 양보와 한없는 희생과 닿을 길 없이 깊은 곳에서 나는 오빠에게 언제나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었는지도….

  오늘부터 오빠에게 또 다른 환희에 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음 한켠이 허전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크나큰 축하의 인사를 건넬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따라 어머니를 보고 온 그날, 길게 소리 내어 울던 오빠의 울음소리가 생각이 나는 것은 왜 일까?

 

 

¤ 인연 3

 

  내 이름은 장미란. 마흔 다섯의 전업 주부이다.

  3년 전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직업을 찾던 중 만났던 것이 보험 설계사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생활비나 벌면 된다는 얄팍한 수단으로 시작했던 일이 불처럼 일더니 날개를 접고 있던 붕새가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형국이 되었다.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친척, 친구들은 입을 모아 천직인 모양이라고들 했다. 전국 보험왕 1위도 했었고 이젠 제법 많은 연봉으로 이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으로 인정도 받아 새 사무실을 열고 그곳의 소장님이 되었다.

  예전에 남편이 직업을 가질 때보다 더 많은 몇 배의 연봉으로 인해 남편은 일 할 생각도 않고 골프채나 들고 다닌다. 내가 여기까지 쉽게 온 것은 아니지만 쉽게, 아주 쉽게 사는 남편을 볼 때마다 가끔은 배알이 꼬일 때가 있다.

  내 가방엔 서류뭉치와 쉴 사이 없이 울려대는 전화기 두 대, 끼니 때마다 먹어야 하는 몇 가지의 약들로 넘쳐나고 어느새 아이들은 중고생이 되어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가끔 나를 위협하기도 한다.

  누가 그랬나, 인생은 고해라고. 휴우~

  내가 유일하게 쉬어가는 곳이 있다면 동네 근처 허름한 간판이 입구에 있는 “온천식당”이다. 그날그날 올라오는 나물새며 밑반찬들이 맛깔스러운 그 곳에 주인장이 던지는 걸죽한 농담이며 경상도 사투리가 더 내 발길을 끄는지도 모른다.

  발품 팔며 다니던 신출내기 시절부터 단골이 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며 남편마저도 그곳의 마니아가 되어 버렸다.

  그 아주머니 덕분에 번거롭게 장을 보고 부엌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온전히 일에 투자하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냈고 남편은 매 끼니마다 다른 반찬을 먹는데 매료된 것 같았다. 하지만 집안에는 음식냄새 하나 풍기지 않는 삭막한 공간으로 변해갔고 나는 돈 버는 기계쯤으로 전락되었다.

  집안은 사막처럼 버석거리며 윤기를 잃어 갔고 가장은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위신이 땅에 떨어져 비 맞은 휴지처럼 후줄근해진지 오래였다.

  가끔, 아주 가끔은 난 환영을 본다. 예쁜 앞치마를 두르고 마루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며 뒹군다. 생선을 굽고, 나물을 무치고 된장찌개를 맛보면 욕실에서 씻고 나온 남편이 식탁에 앉는 그림 같은 풍경이 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

  따뜻한 밥 냄새. 맛있는 반찬 냄새가 나는 안온한 나의 스위트 홈. 꿈꾸었던 스위트 홈의 환영은 요란스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무참히도 깨져버리고 나는 화들짝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쩝쩝 입맛을 다시며 나는 갑자기 밀려드는 공복감을 참을 수가 없어 “온천 식당”으로 차를 돌린다.

  “인자 오나?”

  “예. 밥 좀 주실 수 있죠?”

  “안즉도 밥 안 묵고 머 했노? 다 묵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묵고 댕기라 알긋나!”

  처음부터 이랬다. 가끔씩 찾아오는 미덥잖은 동생 취급을 하며 막 던지는 것 같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해 질 때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이젠 정답기까지 하다. 뭐 먹겠다는 메뉴 선정의 기회도 없다. 그냥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실망을 주지 않는 가장 밥다운 밥을 주신다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계셨다면 아마도 이런 밥상을 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밥 더 주까?”

테이블 위에 슬며시 숭늉그릇을 밀어놓으며 아주머니가 묻는다.

  “아뇨. 많이 먹었어요, 삼치구이가 맛있네요.”

  “삼치는 꽁다리가 맛있다 아이가. 저번에 잘 묵길래 생각나서 소금 뿌리 났드마는 희한하제. 오늘 딱 오는거 봐라.”

  “애들은 왔다 갔나요?”

  “가 들이 언제 빼 묵는거 봤나? 신랑하고 아 들은 출근도장 맨날 찍제. 어제는 신랑이 술 안주까지 맨들어라캐서 해갔는데.”

  어쭈~ 술안주까지?

  “쎄가 빠지게 바빠도 신랑 쫌 챙기바라. 옛날에사 계집하고 접시는 내돌리믄 깨진다 카지만 인자는 시대가 다르다 아이가. 돈 버는기 암만 중타케도 식구들만 하까? 니는 돈 버는 재미에 빠지서 좋겠지만 신랑은 머꼬? 집에 들어가믄 적막강산이 따로 없는데.”

  “저도 힘들어요.”

  “그라이께네 적당히 해라. 여자는 서방 그늘이 제일이라. 암만 케싸도 남녀라카지, 여남이라꼬 안 하제? 가끔은 신랑도 챙기감서 살아라 이말이다 알긋나!”

  이때 알았어야 했다. 어쩌면 이미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남편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 정해진 수순에 의해서, 잘 만들어진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남편의 외도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남편이 사용하는 카드 명세서의 금액이 한도를 초과하고 있을 때까지 나는 남편에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그게 아니라고, 별 거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길 바랐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했다. 실수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했다. 나는 악에 받쳐 소리 쳤다.

  “당신과 내가 하는 그게 사랑이지. 당신이 다른 여자와 하는 사랑은 불륜이야!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악마 루시퍼라구!”

  그날 집안의 접시란 접시를 모조리 깨 버렸다. 끝내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남편을 떼어 놓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 사람들을 동원해 찍은 증거 사진을 법원에 제출해 남편을 꼼짝 못하게 했고, 올바른 직업이 없는 그는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정해진 시간 외에는 애들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남편이 울부짖었다.

  “잠깐 한눈 판 대가 치고는 너무한 거 아니야?”

  “말은 똑바로 해. 당신은 분명 사랑이라고 말했어. 실수라고 하지 않았다구!”

  “당신 너무 잔인한 거 알아? 잔인한 거 아냐구! 나는 아버지야!”

  “그래. 당신은 아버지야. 아버지로서 과연 떳떳한 일이었는지 생각해보라구.”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다.

 

 

¤ 인연 4

 

  “아주머니. 요새 애들 매일 오나요?”

  “그래. 맨 날 온다 아이가. 오늘은 일찍 마칫는가베.”

  “몸이 안 좋아서요.”

  “밥 묵고 일찍 가서 쉬라. 얼굴이 반쪽이 됐구마는… 쯧쯧.”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늘 신경 써 주셔서.”

  “우리가 남이가?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남편과 헤어지고 난 후에 나는 “온천 식당”에 더 자주 들리게 되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 느껴졌다.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가끔은 무언가 중요한 일을 빼 먹은 것처럼 여겨졌다. 그 만큼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만 가 볼께요.”

  뼈마디가 쑤시는 통증 때문에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서늘한 침대에 빨려들 듯 쓰러진 후 꾸기 시작한 몇 가지 꿈들은 온 우주를헤집고 몇 개의 별나라를 여행한 뒤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유성을 타고 지구라는 별자리의 외곽을 한없이 유영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목이 말라 눈을 뜨니 집이 아니라 낯선 병원이었고, 놀란 아이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 엄마 정신 차려 봐.”

  딸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대답해 주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꽉 막힌 듯 목을 조인다. 겨우 고개만 끄덕인 채 눈을 쏘아대는 형광등 불빛을 피해 눈을 감는다.

  “물… 물 좀 줄래?”

  갈라지는 목소리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부탁을 하자 투박한 손으로 아들녀석이 물컵을 내민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깜짝 놀랐잖아.”

  “많이 놀랐구나. 학교는 어떡하고?”

  “지금 학교가 문제야? 엄마가 이렇게 아픈데… 의사 선생님이 엄마는 쉬어야 한대.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 괜찮을 거래.”

  “일주일이나? 그동안 일은 어떡하지?”

  “ 엄마도 참… 현재 스코어, 일이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몸부터 추슬러야 일도 할거고… 아빠한테 전화할까?”

  아들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묻는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치다.

  “뭐하러 전화를 해. 너희들끼리도 잘 할 수 있는데 뭘.”

  아들 녀석이 단호한 목소리로 내 말을 잘라버리고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말한다.

  “엄마.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말 해 본적 없는데 말이야. 아빠가 엄마한테는 점수가 빵점인거 알아. 하지만 우리에겐 점수가 꽤 높은 아빠였어.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그래도 난 아빠가 필요해. 엄만 항상 바쁘고 일에 쫓기니까… 엄마는 바쁘고, 아빠는 부재중. 우린 어떡하지? 엄마가 병원에 있을 때만이라도 아빨 집에 오시게 하면 안 될까?”

  녀석의 단호하고도 애절한 목소리에 나는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우린 절름발이 가족인가?

  “생각할 시간을 줘, 엄마도 머리가 복잡해.”

  “그냥 쉽게 생각하면 안 될까? 이제부터 내가 잘할게 엄마.”

  “그럼 하나만 약속해. 엄마가 퇴원해서 집에 갈 때는 아빠가 계시면 안 되는거야. 그러면 허락하고….”

  “땡큐 맘!”

  갑자기 달려들어 허리를 숙이고는 내 뺨에 입을 쭉 맞춘다. 가슴에 설렁 바람이 일더니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이런 귀여운 녀석들.

  “집에 가서 공부 해야지. 엄마도 좀 쉬어야겠다.”

  “알았어요. 내일 온천 할머니 병문안 오신대. 엄마폰으로 전화 왔었어. 사무실에도 내가 엄마 아프다고 전화했어. 걱정하지 말래.”

  종달새처럼 지지배배 지져귀듯 얘기하던 딸아이는 오빠의 손에 이끌려 병실을 나선다. 순간 하얀 적막이 침대 주위를 감싸고 돈다.

  얼마만의 휴식인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을 비운 채 침대에 누워 보는게 얼마만인가.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온 인생이 아니던가. 언제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미치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뺨 위로 미끄러져 내린다.

  오빠가 보고 싶다. 늘 내 편이었던 오빠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휴대전화의 버튼을 어느새 누르고 있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먹이는 내 어깨를 더 떨리게 만든다.

  “여보세요?”

  “오빠 나야.”

  “오, 미란아. 이 시간에 웬일이야?”

  “그냥… 오빠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잘 있지? 올케언니는 어때?”

  “여긴 다 괜찮아. 애들도 잘 있고. 너희들도 괜찮지? 바쁘다고 전화도 못했구나. 어쩌다 전화하면 네가 늘 바쁘니까….”

  “언제 애들이랑 한번 갈게. 보고 싶어 오빠.”

  오빠는 내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이다. 내 그림자만 보아도 내가 어떤 마음이란걸 알아내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궁금했던 사람의 안부는 물어보지 못했다.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띠롱~ 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방금 통화한 오빠다. ‘울지마 녀석아. 힘내고…’라는 단어 몇 개가 눈을 시리게 만든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난 혼자가 아니야… 이렇게 중얼거리며 깊은 잠에 빠진다.

 

 

¤ 인연 5

 

  “아이고 이기 무신 일이고? 몸은 괘안나? 밥은 묵고?”

  온천식당 아주머니는 오자마자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낸다. 머리가 멍해져서 그냥 웃고만 있다.

  “괜찮아요, 좀 쉬면 낫는대요. 아주머니.”

  “이럴 줄 알았다 아이가. 자빠진 김에 쉬어 간다꼬 푹쉬고 나온다 생각해라. 일도 좋고 돈도 좋지마는 사람이 제일인기라.”

  적막했던 병실에 갑자기 화색이 돌며 기운이 넘치는 느낌이다. 이분은 그런 에너지를 가진 분인걸 이제야 알아보다니….

  “식당은 어쩌시고 이 시간에 오셨어요?”

  “나도 니 핑계 대고 쉬어갈라꼬. 애들한테는 김밥 싸서 보냈다. 밥 걱정은 하지 말고 오늘 우리 푹 쉬자 알겠제? 니는 내가 허접시런 밥집 할망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도 꽃 같던 때가 있었고, 니 같이 힘들때도 많았제. 그래서 니가 남 같지가 않은기라. 마음속에 담아둔 거 툭 털어뿌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 아이가. 사람이 금방 숨이 넘어가 죽을 거 맹키로 깜깜해도 항시 숨구멍은 티아 놓는기 인생이거덩. 그래서 신이 있는기 아이겠나.”

  아주머니는 덜그럭 덜그럭 무언가를 닦으면서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내가 듣건 말건 아무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여서 더 나를 집중하게 만든다.

  창문 너머의 햇살은 딴 세상의 것처럼 황홀하게 내리쬐고 어느 사이 꽃들은 앞을 다투어 자신의 어여쁨을 뽐내고 있었다.

  “가끔은 뒤도 돌아보면서 살아라. 앞만 보고 살다가는 내 뒤의 그림자가 어떤 모습인지 모르고 사는기라.”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어! 왔나! 제대하고 여행 갔다가 얼마 전에 온 아들내미다. 야야 인사해라.”

  “처음 뵙겠습니다. 이 동준입니다.”

  이 목소리는… 저 눈동자는 잊고 지냈던 과거. 얼어붙은 눈산에 방울방울 떨어져 핏빛으로 물든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소름이 끼쳐 가슴 한쪽이 얼어붙는 것 같다.

  “김밥은 잘 갖다주고 왔나? 집은 잘 찾았고?”

  “예 어머니. 가게 열쇠 주시면 제가 가서 청소해 놓을게요.”

  “알았다. 열쇠는 여기 있다.”

  “일당 많이 주셔야 해요.”

  두 사람의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아득히 멀어져 가기만 한다.

  “새댁아! 니 와이라노! 정신 좀 차리거라. 와이라노!”

  아아. 신이여. 어찌 이리 잔인하신지… 지금 다시 저의 죄를 되새기게 하시면 저더러 어찌하라구요. 또 다시 나의 꿈은 별들 사이를 누비며 형형색색의 빛을 온 몸에 휘감고 어린아이처럼 우주를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어둠이 내리고 거리는 네온으로 뒤덮혀 온갖 군상들의 덕지 덕지 붙어있는 묵은 때를 가리고 있는 듯 보였다. 배가 고파왔다. 아직은 살아 있나 보다.

  “정신이 드나?”

  “아직 계셨어요?”

  “이런 니를 두고 내가 우찌 가겠노? 집에 간들 발 뻗고 잠이 오겠나?”

  “배가 고파요.”

  “그래, 이제 살겠데이. 시장기가 도는걸 보니께네. 옹야, 그래 밥 묵자.”

  몇 수저 뜨지도 못하고 밥상을 물리고는 아주머닌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니 내한테 할 말이 많제? 가슴속에 꿍꿍 숭카놓지 말고 보따리 한번 풀어바라. 젊은기 마음속에 무슨 바위 돌을 눌리 놓고 있노 말이다.”

  나는 마법에 걸린 앵무새처럼 어렸을 때 어머니 이야기, 오빠와의 눈물나는 사연, 가슴속에 묻어버린 나의 미칠 것 같던 첫 사랑과 지금 아주머니의 아들과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이라는 것까지 이야기했다.

  한 사람의 증오 어린 기도가 그 사람을 그리도 허망하게 보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에게는 범죄를 저지르고 공소시효까지 잡히지 않는 용의자와 같은 조마조마한 심정일 것이다. 법에는 공소시효가 존재하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공소시효가 있을 수 없듯 평생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잊은 척 가면을 쓰고 살아갈 뿐이다.

  “신기한 이바구 하나 해주까. 나는 서른 넘어까지 시집을 몬 갔데이. 울로는 오빠 공부 뒷바라지에 밑으로는 동생들 치다꺼리까지 다하고 나니 내 나이가 서른이 넘은기라. 우리 아부지 내한테 억수로 미안해 했지. 몸이 안 좋았거덩. 그란데 어느 날 내한테 중신이 들어온기라. 한군데는 나이가 많았지만 총각이고 다른 한군데는 어린 딸내미가 있는 홀애비였제. 우리 아부지는 당연히 내를 총각한테 보낼라했지. 선을 보고 왔는데 그런데로 괜찮아서 마음을 정하고 잠자리에 드싯는데… 아침에 일어나시드만 마음이 바뀌셨는기라. 그리 손바닥 뒤집드끼 마음을 바꾸실 양반이 아니셨는데 말이다. 홀애비 집안에서는 당연지사 환영이고 난리가 안 났나.

  오빠는 고생만 시킨 여동생을 홀애비한테 시집 보낸다꼬 아부지 하고 얼굴 붉히는 일까지 생기고… 여하튼 시집가서 온양온천 한바꾸 돌고 온께네 아부지가 그제서야 이바구 하시는기라. 이 서방 니 억세게 운 좋은 놈이라꼬 하시더만 이 담에 얼라를 낳으면 머시마를 낳을거라 하시는기 아니겠나. 우째 아시냐고 이서방이 물은께네 아부지 꿈속에 벌써 만났다 카시면서 허허 웃으시는기라. 전에 내한데 중신이 두군데 들어왔을 때 총각캉 맺을라꼬 맘 묵고 주무시는데 꿈에 어떤 얼라가 집으로 걸어 들어오드마는 인사를 꾸벅 하면서 어디사는 누가 지 애비 될거고 이 집에 사는 아지매가 거기에 시집을 가야 지가 태어날 수 있다꼬 신신부탁을 하더란다. 긴가 민가 하는데 사흘을 내리 같은 꿈을 꾸고 나니 보통 얼라가 아니라는 생각에 식구들 반대들 무릅쓰고 시집을 보내기로 했다 안카나. 그래가 낳은 놈이 좀전에 본 그 아다.

  시집 가 가꼬 좀 늦게 낳기는 했어도 저거 아부지 귀염 받고, 위에 누부도 저 아 한마디면 껌벅 죽는 시늉까지 한데이. 나도 홀애비한테 시집은 갔지만 사랑은 많이 받았다 아이가.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를 많이 위해 줬데이. 내는 다시 태어나도 그 사람 찾아서 살아볼라꼬. 그런 저거 아부지 만나게 해준 저 아가 한 편으론 참 고마울 때가 많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래. 거짓말 같제. 거짓말 아이다.”

  “아주머니 아들이 왜 그 사람을 닮았을까요. 아니 그 사람이 환생한 것 같아요.”

  “니나 내나 잘은 모르지만 그랄 수도 있지 않겠나. 저 아는 내 아들이지만 태어나서도 남달랐구만, 다른 아들은 장난감 갖고 놀 때 저 아는 한문책이나 그런거 갖고 놀았데이.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글도 척척 읽고… 일찍 먼저 간 그놈아가 할 일을 다 몬 해서 내 새끼로 다시 태어난지도 모르지. 사람 일을 우째 알겠노? 우리가 다 본다고 생각해도 다 보고 사는기 아이고, 내가 다 안다고 생각되도 아는기 우주의 티끌 만치나 알겠나 그 말이다. 새댁이 니도 내 맨치로 조상님한테 정성을 디리바라. 사람은 살아도 왜 사는지 어찌 살아야 되는지 알아야 할거 아이가. 니 내말 단디 들어야 된대이. 불쌍한 너거 어무이 업장도 닦아줘야 되지 않겠나. 옛말에 재산 물려줄라 하지 말고 업 물려 주지마라했다. 그기 다 업장인기라. 잘 듣고 단디 생각해 봐라. 정성 디리가 나쁠거야 있겠나? 그라고 우리는 그저 주어진대로 뚜벅뚜벅 시계바늘처럼 굳세게 가면 된다 알겠제. 많이 늦었다. 인자 갈란다. 니도 쉬어야지. 생각 그만하고. 차차 해답을 찾을 수 있을끼다. 답은 니한테 있는기라.”

  창밖에 뚝뚝 빗방울이 떨어진다. 유리창에 부딪힌 빗방울을 도르르 구르며 음표를 만들어내고 주위는 어느 새 빗방울들의 장중한 오케스트라가 가로등 근처에서 울려대고 있었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젠 하늘도 보이고 아래도 보이고 빗소리도 들린다.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하며 먼 산에도 눈길을 줘 본다. 살아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오늘따라 더 절실히 다가온다.

  병원 근처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은 듯한 강아지 한 마리를 보았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두 눈에 가득했다. 주인은 어디를 간 걸까, 저 어린 것을 두고….

  문득 어린 남매를 두고 재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영겁의 세월을 넘어서도 나는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버려진데 대한 두려움은 안다. 그것은 저 강아지의 눈망울이 대답해 준다.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처절한 두려움. 어머니를 보고 오던 그날, 돌아오던 길에 오빠의 길게 울던 울음소리는 지금 저 강아지의 두려움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나는 어른이 되기 싫었다. 오빠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평온했으니까. 오빠는 내게 절대 성곽이었다. 일찍 세상 떠난 아버지보다, 다른 아기를 업고 있던 어머니보다 내게는 더 절실했고 절대적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오빠의 날개 그늘에서 평생을 안온하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오빠의 날개만으로는 내 몸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고 그의 숨소리는 책임과 의무로 거칠어져 갔다. 나는 혼자 일어서야 했고, 오빠의 결혼과 더불어 어른이 되어야 했다.

  내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올인 한다는 것만큼 위험한 도박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이젠 너무도 잘 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세상이 인간을 만든다. 어려움이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 세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사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 그래 놓고 세상 탓을 한다. 그래도 세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그래서 세상이다.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 인연 6

 

  아이들은 첫 소풍 나온 초등학생처럼 들떠 있다. 간만에 나도 기분이 아주 좋다. 얼마만인가 이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 차는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고 나는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아 선글라스를 매만지는 척 해야 했다.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살고 싶었던 나날들. 오빠가 서울을 벗어나서 지방으로 이사한 후 10여 년간, 나는 단 한 번도 오빠를 찾지 않았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오빠의 전화를 받았을 때에도 오늘의 외출이 예정된 것은 아니었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나도 이제는 내 그림자가 어떤 모습인지 돌아봐야 했다. 잘 벼린 칼날처럼 살아온 나의 삶은 벗어던지고 그 무엇을 위해 살아보고 싶었다.

  장례식 때에도 제대로 보지 못한 사진이 상위에서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어머니의 얼굴이 저러했었나. 그건 또 다른 내 모습이 아닌가. 아무리 싫다고 뿌리치며 도망쳐도 결국은 돌아오게 되는 것을… 미움도 또 다른 얼굴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이리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를 바라보는 오빠의 눈빛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나의 고향이다. 향을 사르고 술잔을 올리며 오빠는 오래 오래 엎드려 있었다.

  “미란아. 만나야 될 사람이 있어.”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나온다. 아~! 꽉 다문 내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미선이었다.

  “언니, 오랜만이야.”

  이것이었던가. 오빠는 전화로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고 했었지. 그게 이것이었나?

  “어른스럽게 행동해. 더 이상 어리광은 통하지 않아. 이젠 받아들여야 해.”

  오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예전의 오빠였으면 나를 그의 날개 밑에 숨게 해 주었을텐데…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자라버렸지. 이젠 그의 삶이 온전하게 홀로 섰기 때문이리라.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겠다. 나는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았다. 조그맣고 따뜻한 어깨였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뜨거운 것이 밀고 올라와 목울음으로 가득 차 버렸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안겨 보지 못한 또 다른 나의 어머니였다.

 

 

  미선과 오빠가 잘 가꾼 산은 그들만의 무릉도원이 되어 있었다. 과수원 곳곳에는 꿀벌들이 윙윙 거리며 날았고 갖가지 과일 나무는 풍성한 수확을 자랑했다. 비스듬한 산자락을 힘차게 내 디디며 아이들은 뛰어 놀았다.

  나는 지금껏 비겁하고 소심하게 살아왔다. 어릴 때는 오빠의 그늘에 숨어 지냈고, 자라서는 나의 아집 속에다 성곽을 쌓아 그 속에서 내 스스로를 가두기만 했었다. 결혼한 후로는 남편 등을 떠밀어 내세우고 그 등 뒤에 숨어 안락한 여생을 꿈꾸었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사람은. 많이 외롭게 해서 미안해… 룸 미러에 비친 아이들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들만의 무릉도원을 내려오는 신작로에 저녁놀이 기다랗게 융단처럼 깔리기 시작했다. 온천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아주머니, 저 번에 말씀하신거 있잖아요?”

  “뭐 말이고?”

  “정성 들이는 것 말이예요.”

  “그래 마음 정한기가?”

  “예! 아주머니 말씀대로 정성이란걸 들여보죠. 어떻게 하면 되나요?”

  “오야! 그래 빨리 오너라. 어디 들리지 말고 식당으로 해내끼 온내이!”

  자동차가 나는 듯이 달린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며 뱃속이 뜨끈해진다. 차 안은 어느새 맑은 향내로 가득차고 있었다.

 

 

 

 

<2010 대순문예전을 마감하며>

 

  2010 대순문예전을 마감하며 참가하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입상과 입선하신 분들께는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1년에 더욱 많은 작품과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기를 희망합니다.

 

종단 홈페이지에 대순문예전 공식 카페를 개설하였습니다.

홈 ▶ 커뮤니티 ▶ 대순카페 ▶ 이달의 카페 ▶ 대순문예

대순문예 카페에 들어오시면 문예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간과 입상작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수상소감과 심사평, 글쓰기 교실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도인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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