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41년(2011) 11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62) 청계탑 「전경」속 역사인물 취재기 금강산 이야기(77) 28수 별자리 일각문(一覺文) 답사기 대순광장 동양고전 읽기의 즐거움 대순문예 입상작 대순논단 알립니다

대순문예 입상작 : 교화(敎化)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교화(敎化)

 

 

                                                                          잠실18 방면 선사 김은영

 

  이제까지 수도생활을 해오면서 하루도 교화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교화를 듣고, 많은 교화를 하고 왔지만 솔직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더욱이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때는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지식적인 교화에 심취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한 때는 직접 경험해 보고 얻은 경험담에 꽂혔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교화다워야 교화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요즘도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교화를 떠올리곤 합니다. 어떤 것은 정말 떠올릴 것도 없을 정도로 짧게 스쳐 지나가듯이 들었던, 그리고 정작 해주셨던 분들은 기억도 못 하실 수도 있는 작은 이야기들. 그러나 저에게는 아주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다시 떠올리며 저의 수도생활을 되짚어 보는 이야기들을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내수 때 나름대로 포덕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정성을 들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계속 시도도 해보고, 좌절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데 결과는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얼마 하지도 않고는 마음에서 ‘안 되는 것 아니야?’ 이런 생각만 들고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안 되나?’ 이런 생각에 원망하는 마음도 들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그때 다른 방면의 선사분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도는 사회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거야. 만약에 내 손에 빵이 두 개 있다고 하자. 사회에서는 두 개의 빵 중 하나는 내가 먹고, 남은 하나를 다른 사람에게 줘도 좋은 사람이라고 한단다. 하지만 도는 다른 거야. 내가 배가 고플 것을 알면서도 두 개의 빵을 다 내놓을 수 있어야 깨달을 수가 있는 거야.” 그 말씀을 해 주시는데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사실 저는 한 개의 빵도 내놓기 어려운 작은 마음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설령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생색내거나,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위로하며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또는 이렇게 내놓으면 다른 좋은 것이 생기길 바라며 계산하고 있는 저의 모습에 양심이라는 것이 반응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저의 좁디좁은 마음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그 전에 들었던 생각과 품었던 마음들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행여나 그러한 마음을 다시 먹지 않나 항상 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오늘은 두 개의 빵을 내놓는 하루였냐고….’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마음의 기국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저 자신이 나름대로 마음을 크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힘들기 시작하자 참는다고 참고, 감춘다고 감췄는데 표시가 났었나 봅니다. 어떤 선사분께서 “김 내수는 혹시 사시토왕(四時土王)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당연히 없었던 터라 무슨 말씀을 해주시려고 하시지 하고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우리가 당연한 듯이 숨 쉬고 있는 산소도 땅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죠? 우리가 당연한 듯이 먹고 있는 음식들도 다 땅에서 나죠? 그러고도 인간들이 내놓는 지저분한 배설물까지도 받아 주잖아요. 만약에 그 모든 것을 담당하시는 사시토왕이 인간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라고 하시면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힘든 일 하고서도 엄청 큰일 한 것처럼 생각했던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질러 놓거나, 마무리가 안 된 힘든 일 하게 될 때 안 좋은 마음을 가졌던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고는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부족한 것에 불평했던 제 모습도 생각이 났습니다.  

 

 

 

  한 때 도에 대한 저만의 환상이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도는 이래야 하는 거 아냐? 도인이라면 이렇게 해야 되는 거 아냐?’라며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각하고 그 조건에 합당하지 않으면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못 받아들이고 저의 생각을 고수하고 있던 어느 날… 어떤 선무분께서 “김 내수요 도에는 가장 깨끗한 것부터 가장 더러운 것까지, 가장 귀하고 좋은 것부터 가장 천하고 나쁜 것까지 다 있기 때문에 완전할 수 있는 거예요. 그 모든 것을 공부하려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고 김 내수가 생각하는 것들만 있다면 도통이라는 것도 완전한 도통이 아니겠죠?” 그 말 한마디에 저는 이제까지 고수하고 있던 저의 고정관념을 내려놔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 싫다고 생각했던 것들 모두 존재하는 이유가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여야 세상 속에서 진정하게 살아가는 것이겠구나…. 제 기준으로 편식하고 있던 세상을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교화였습니다.

 

  교화라는 것이 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 또는 부처의 진리로 사람을 가르쳐 착한 마음을 가지게 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결국 가르침(敎)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게(化) 해야 진정한 교화가 되는 것인데, 저는 누군가에게 마음으로 새길 수 있는 교화를 몇 번이나 해 주었을까? 과연 있기는 할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저 자신은 그 교화대로 하고 있는지 제 마음속 깊이까지 물어보고, 실천이 가득 담긴 마음이 전해지는 교화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심고 드려봅니다. 그 당시 저에게 교화해 주셨던 선사분들과 많은 선각분처럼 도움이 되는 도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그분들이 안 계셨다면 오늘날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반성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이 은혜를 저도 누군가에게 마음으로 전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게끔 곁에 계신 도인 여러분 감사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다음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