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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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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입상작 : 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너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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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너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산동9방면 교감 유근준

 

 

  “이 노옴. 가르침에 대한 대답이 겨우 그것이었더냐? 이제껏 무엇을 깨우쳤더란 말이냐?”

  교감의 목소리가 포덕소 방 밖을 향하고 있었다. 벌써 두 시간째 교감의 꾸중이 계속되고 있다. 얼굴만 붉히고 꿇어앉아 있는 장 선사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왜소하다.

  “그러고도 네가 선사였더냐? 그러고도 후각들을 이끌어 준다고 하겠더냐? 사람의 본성은 원래 모두가 다른데 어찌 하나만 알고 벽창호처럼 생각하느냐? 후각이 열이면 열 개의 마음을 백이면 백 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그렇게 일렀거늘 어찌 꽉 막힌 막대기 마냥 곧이곧대로 하려드느냐! 아직도 헤매고 있느냐?”

  교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장 선사 역시 오늘따라 무슨 결심을 하였는지 자세를 고치지 않고 있다.

  사실 무엇을 가지고 말하는지 이해는 하겠지만 이렇게 화낼 일은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장 선사 속마음이었다.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인가? 수없이 들어왔던 신명의 기운을 모시는 방법은 선각의 말을 잘 듣고 또한 선각의 뜻을 잘 받드는 길이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 후각을 그렇게 가르쳐 왔을 뿐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는데 더 이상 무얼 하란 말이냐?’

  장 선사의 반항심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주시면 고치겠습니다.”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다. 겉으로야 가르침을 받겠다는 것이었지만 그 말뜻을 교감이 왜 모르겠는가?

  “잘 모른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면서 왜 이렇게 앉아 있느냐? 잘못한 것이 없으면 이렇게 있을 필요 없지 않느냐?”

  순간 장 선사 눈썹이 꿈틀했다.

  “선사니까 교감께서 말씀하시는데 전들 어떡하란 말입니까? 꾸중을 하시더라도 잘못은 알았으면 합니다.”

  아까보다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쳐다보는 교감의 눈빛이 흔들리고 이내 가라앉은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더는 할 말이 없구나. 그러나 명심해야 되느니 혼자만의 생각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네 생각이 항상 정답인 것은 아니야. 후각들의 말을 들으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비록 후각이 어리석어도 귀담아들어야 될 말은 분명 있을 것이다. 너는 재기가 넘쳐 사람들을 대할 때 그것으로 잣대를 대는 나쁜 버릇이 있다. 항상 경우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으니 명심하거라.”

그  날 이후로 장 선사의 얼굴에는 한동안 화기가 가시지 않았다. 짜증과 신경질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입도한 지 7년, 사회 기준으로도 전혀 손색없는 실력 있는 30대 중반의 멋진 청년이었다. 교화도 잘할뿐더러 수도 전반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데 유독 장 선사의 선각인 교감과는 많이 부딪히고 있었다. 장 선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후각에 대한 시각 차이였다. 장 선사는 본인의 수도생활이 그러했기 때문에 후각들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교감은 달랐다. 네 경우는 네 혼자만의 것이고 사람마다 수도하는 모습이 다른데 왜 획일화시키냐는 것이었다. 사람은 그 숫자만큼 생각이 다른데 내게 맞는다고 다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각들을 보면 모두들 정신을 어디 놓고 수도하는지 왜 빨리 알아듣지 못하는지 많이 답답하고 짜증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며칠 뒤 포덕소에서 교감의 교화….

  “혼자 잘 한다고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서로가 밀어주고 당겨주고 화합을 할 때 일은 성사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생의 도(道)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몇 번이나 들었던 지루한 이야기를 어떻게 저렇게 진지하게 할까? 장 선사의 마음은 몹시 불편했고 이래저래 교감과는 계속 겉돌고 있었다.

  며칠 뒤 전부터 다니던 병원에 교감이 입원하게 되었다. 병명은 자세히 몰랐지만 장 선사는 쉽지 않은 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60이 다된 교감의 나이에는 조심할 것이 많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아까운 나이였다.

  방면 임원들의 분주함이 며칠째 계속되었다. 장 선사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포덕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많은 수도인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교감의 수도생활은 정석 그 자체였다. 입도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선각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방면의 일에 포덕사업에 그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교화의 많은 부분에도 그 실력이 검증된 교감이었다. 입도 후, 장 선사 역시 많은 부분을 교감에게 배웠고 마음속으로 자신의 수도생활 모델로 삼기도 했다. 정말 수도인다운 귀감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몇 년을 생각하면 병원에 있는 교감의 모습이 슬프거나 걱정되기보다는 불끈 화가 먼저 솟는다. 마음고생을 이만저만 한 게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의 교감 모습은 자초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막돼먹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교감은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웠지만 장 선사에게만은 그렇지 않았다. 조금의 잘못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꾸중과 질책, 정말 숨 막힌다는 생각을 장 선사는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장 선사의 수도생활 전반에 교감의 간섭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지적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 선감은 장 선사를 아끼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라 했지만 장 선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선사 임명 모시고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나중에는 말하는 방법까지 지적했다. 이렇게 해도 틀렸고 저렇게 해도 틀렸고 때로는 꼼짝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곤 했다. 마음으로 그런 교감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교감이 지금 병원에 누워 있다. 그것도 쉽지 않은 병으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장 선사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무엇을 안도하는 듯한 마음이 막 생기고 있었다. 흠칫 놀라고 몸이 떨리기도 했지만 아직은 인간의 본성인가? 걱정보다는 원망함이 아닌 안도함이 장 선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떨어지는 사람….

  우려하던 일이 막상 현실이 되자 장 선사 역시 착잡함을 금할 길 없었다. 한 생명이 죽고 난 뒤에 원망함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항상 다른 사람 상대방의 입장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옳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도 옳은 것은 아니며 틀렸다고 해서 전부 틀린 것만도 아니다. 한쪽으로만 보아서는 절대 큰일을 할 수 없다.”

  교감의 유언이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미움도 원망도….

  교감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모습은 초라했다. 죽음 앞에서 그 어떤 사람이 고상하겠는가마는 지난 시절의 교감 모습과 비교했을 때 정말 쓸쓸했다.

A 병원 영안실.

 

 

 

많은 사람들이 문상을 오고 수도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저 무심하게 문상만 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몇몇은 화투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상주들과의 인사는 세상 슬픔을 모두 가진 듯하다가 아는 사람들과는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문상객들의 모습이 장 선사를 더욱 쓸쓸하게 했다. 이제 모든 것이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언 중에는 장기 기증도 있었던 모양이다. 가족들이 원했고 교감 자신도 원한 일이라고 했다. 여러 곳으로 기증했는데 각막이식은 A 병원에서 당일 이루어졌다고 한다. 의사 말로는 A 병원에 대기자가 한 사람 있어서 그날 바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원망도 사라지고 좋은 일을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교감의 임종 날에는 몹시도 비가 왔다. 교감의 죽음을 슬퍼하는가?

  며칠이 지나고 모든 일이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교감의 빈자리가 컸지만 조만간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될 것이다. 허전했지만 장 선사는 새로운 마음으로 수도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교감의 죽음은 서서히 과거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지난 일들에 대해 모두들 잊을 때쯤 외수 한 명이 입도를 했다. 하일도라는 28세 청년이었다. 외수가 생각이 바르고 순수했다. 오랜만에 참한 후각이 입도를 해서 장 선사의 기대는 몹시 컸다. 하루하루가 희망이 보였다. 조금 특이한 것은 다른 사람은 다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가 없다는 것이었고 운전면허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어보니 필요하지 않아서라고 했는데 핸드폰은 초등학생도 가지고 다니고 면허증은 그 나이 때에는 일부러라도 따는데 조금 의아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서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글자를 모르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어쨌든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하 외수는 수도에 열심이었다. 포덕사업도 열심히 하고 교화도 잘 들었다. 무엇보다 상제님의 진리를 빠르게 습득했고 자기 자신도 많은 호기심이 있었다. 방면 수도인들의 관심도 많았고 장 선사 역시 하 외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몇 달이 흐르고 교감의 기일이 다가왔다. 첫 제사라 방면 수도인들이 다 같이 참석하기로 했다. 교감이 수도인 집안이라 도인들의 참석에 별 무리가 없었고 장 선사 역시 후각들에게 그렇게 일렀다. 하 외수에게도 참석하라고 했다.

  “저는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그날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집안일 입니까?”

  “그런 것은 아닌데… 하여튼 그날은 제가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 않겠다는 말을 거의 들어 본적이 없었는데 장 선사는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교감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섭섭했지만 알았다고 했다.

  제삿날 많은 수도인들이 왔다. 1년 전 그 비 오는 날 그렇게 마지막으로 본 교감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망도 하고 존경도 했던 그 모습들… 많은 말들이 오갔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지난 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몹시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포덕사업과 방면의 일들이 장 선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었고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또 1년이 지나갔다. 그동안에 하 외수는 선무임명을 모셔 하 선무가 되었고 포덕사업에 많은 성취를 이루고 있었다. 장 선사의 기쁨은 컸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교감의 기일이 다가왔다. 1년 전처럼 수도인들의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고 후각들에게도 참석을 당부했다. 하 선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참석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다른 약속 잡지 말라고 했잖아. 며칠 전부터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 와서 그러면 어떡해.” 약간 짜증 섞인 장 선사의 음성이었다.

  “죄송합니다. 이 일은 오래전에 약속된 것이라서 취소할 수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날 미루고 참석하도록 하지.”

  “아닙니다. 미룰 수 없는 일이라서 꼭 그날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완강했다. 집안일도 아니라면서 굳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교감의 기일을 앞두고 화를 낼 수도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제사가 끝나고 다음날 하 선무를 불렀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무래도 장 선사의 화가 풀리지 않았다. ‘선무가 선사 말도 듣지 않고….’라는 생각이 다분했다. 그러나 아무리 교감의 제삿날이라 해도 참석 못 할 일이 있음에도 그것은 어쩌면 제사의 참석 여부보다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하 선무가 마음으로 용납되지 않았던 때문일 것이다. 하 선무를 보자 장 선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도대체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 교감 기일에도 참석 못해? 지금 이 일이 사사로운 일이야? 그렇게 설명했는데 개인 볼일 보러 가면 어떡하냐고! 며칠 전부터 이야기했잖아.”

  “죄송합니다. 저에게는 중요한 일이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일인데 이유나 들어보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분명 집안일은 아니라고 했잖아.” 짜증과 화가 섞인 장선사의 목소리였다.

  “제 개인적인 일이라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불끈 화가 치밀었다. 목소리는 아까보다 커지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말을 못 하다니 숨겨둔 비밀 있어? 말도 못 하는 이유가 말이 돼? 선무가 그렇게 생각이 없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 거야? 개인적인 일이라더니 어디 가서 놀고 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쉽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설령 그 사람이 선사라고 해도요.”

  움찔했다. 장선사의 머릿속에는 하 선무의 이런 모습이 없었다. 목소리는 엄숙했고 눈빛은 강렬했다. 다른 날 보던 순한 하 선무가 아니었다.

  “선사는 제게 관심이나 있었습니까? 제가 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지 생각이나 해보셨습니까?”

  “뭐라고?”

  “제가 왜 핸드폰이 없는지 면허증도 없고 글자도 제대로 못 읽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평소의 생활에서 왜 실수가 많은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잊고 있었던 의아하게만 생각했던 하 선무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좋아졌지만 입도 당시의 하 선무는 매사 더듬거리고 그 모습이 불안했다. 꼭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고 자시고 할 문제는 아니었다.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고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는지도….

  “선사는 제가 포덕하고 말만 잘 듣길 원했지 저라는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없었어요.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겁니까?”

  하 선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고 느낀 것은 잠깐이었다. 눈물이 보인 그 순간 장 선사는 하 선무의 눈빛이 굉장히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선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저는 7살 때 시력을 완전히 잃었어요. 20년 세월을 어둠 속에서 살았어요. 그 고통 알기나 합니까? 몇 번을 죽으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통곡하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한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한 번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사람 좋은 웃음이 항상 얼굴에 있는 순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저에게 죽음의 고통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살아가는 이유를 주신 분을 찾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은 내 생명보다 중요한 그분을 찾아가는 날입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에게 눈을 주신 분, 제가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신 그분을 기리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휘청했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이 장 선사 머리를 내리치고 있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갔다. 어떤 생각이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그럴 리가….

  “수술은… 언제 한 거야?”

  “2년 전 바로 오늘이었어요. 서울에 있는 A 병원에서요. 그래서 저에게는 오늘이 그 어떤 날 보다 소중합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애써 잊고 있었던 그날의 기억들이 장 선사 머리를 지나치고 있었다. 교감은 장기를 기증하고 각막도 기증한다고 했다. 그리고 각막은 그날 바로 A 병원에 있는 대기자에게 이식되었고 그날 수술은 한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비명과 같은 울음이 터진 것은 하 선무의 그 다음 말이었다.

  “그날은 비가 몹시 내렸어요. 어머니는 하늘이 우리를 축복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돌아가신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이라 생각하라고 했어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한테 들었어요.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고 세상을 넓게 보라고요. 그게… 그분의 유언이었답니다.”

  “으아아…”

  “으흐흑… 으으…”

  어떻게 이런 일이… 온몸이 떨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을 부여잡고 터지는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아니 울고 싶지만 소리가 목구멍에서 나오질 않았다.

  “으으…”

  꺽꺽대는 소리만 짐승 같은 비명만 장 선사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잊으려고 애썼던 교감의 환영이 봇물처럼 밀려왔다.

  존경도 했다. 미워도 했다. 싫기도 했고 원망도 했다. 때로는 보지 말았으면…

  그런데 지금 이 마음은 무엇인가?

  후회와 자책 다가서기 힘든 존재에 대한, 자신의 한계에 대한 절박함이 장 선사를 괴롭히고 있었고 헉헉대는 울음만이 장 선사의 가슴을 더욱 헤집고 있었다. 장 선사는 오열하고 있었다.

  다음 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장 선사가 하 선무를 윗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하 선무에게 큰절을 했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모든 것을 다해서 큰절을 했다. 놀란 하 선무가 벌떡 일어섰다.

  “왜 이러십니까? 어제는 제가 잘못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무 말 없이 하 선무를 안았다. 가슴 뛰는 소리가 장 선사 가슴에 전해졌다. 어떤 뜨거움이 울컥 솟았다.

  ‘너는 모를 것이다. 너에게 그 눈을 주신 분은 내가 그렇게 싫어하고 때로는 미워하기까지 한 교감이시라는 것을. 어리석은 나를 깨우치기 위해서 너를 보내신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후일, 정말 나중에 그분에게 용서를 구할 때까지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눈물이 장 선사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회한의 탄식의 고마움의… 그리고 가슴 떨리는 존경함의….

  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질책하던 교감의 목소리가 그날 밤새 장 선사의 귓전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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