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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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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코너 : 내 마음속 녹슨 자물쇠를 풀기 위한 행복의 열쇠는 누가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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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녹슨 자물쇠를 풀기 위한

 

행복의 열쇠 는 누가 가지고 있나요?

 

 

 

해운대 방면 교령 김성호

 

 

 

  어느덧 몸조차 가누기 힘든 얼얼한 칼바람이 연신 따귀를 때려, 갓 꺼낸 호빵의 뜨거운 김에 볼을 녹이는 계절이 다가왔다. 가을의 끝자락이 못내 아쉬웠는지 떨어지다 남은 마지막 한 장의 노르께한 은행 잎사귀가 입동의 싸늘한 바람 소리에 잉잉 울어대는 걸 보니 성큼 다가온 한국의 알래스카를 실감할 만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가운 겨울을 싫어한다지만 난 겨울이 참 좋다. 겨울은 사람을 더 깊이 품어주기 때문이다. 더 끌어당겨 함께하지 않으면 사람도 마음도 더 춥기 때문에 겨울은 묘한 매력으로 모두를 한자리에 둘러앉힌다.
  대학원을 진학하여 상담 공부를 시작한지는 얼마 되진 않았지만 그간 많은 내담자를 만나며 울고 웃었던 것 같다. 자원봉사를 비롯해 여러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함께해가면서 ‘아 이런 것이 보람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참 살맛나는 기분을 자아내 심신에 생기 넘치는 활력소를 만충시킨다. 그러니 어찌 보면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들은 모두 내 인생의 활력소이자 진귀한 보물인 셈이다. 그 보물 중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아마도 그 학생과의 첫 만남은 가을의 들국화 향이 물씬 풍겼을 즈음으로 기억된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는 수업종이 울리고, 쉬는 시간이면 학교 특유의 웅성거림이 학교를 더욱더 생동감 있게 만드는 오후였다. 이날 내가 상담실로 찾아갔을 때 동화 속 나비 소녀를 연상케하는 여학생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면에서는 실명을 거론할 수 없으므로 주연이라는 가명으로 기술하는 것이 내담자에 대한 배려인 것 같아 그냥 주연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겠다.) 주연이는 학교부적응 문제 때문에 선생님의 권유로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러니까 본인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상담실을 억지로 찾게 된 것이다. 교내에서 무관심했던 낯선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담을 하게 되었으니 나라도 썩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어색한 기색과 조금은 멋쩍어 하는듯한 표정으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연이는 먼저 준비해둔 상담신청서에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가족관계에서부터 친구관계와 상담받고 싶은 분야에 체크했다. 그리고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언 마음을 녹인 후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억지로 무엇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된 마음과 내담자의 심정을 똑같이 느끼고 공감해주며 여태껏 녹슬어 잠겨 있던 주연이의 마음에 천천히 노크했다. 그렇게 주연이와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2회기, 3회기의 만남을 가지면서 어느덧 닫혀 있던 학생의 마음은 조금씩 열려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상황과 실존적인 문제를 탐색하기 위해 많은 대화가 오갔고 상담신청서에 주연이는 외모와 진로, 특히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회기가 거듭되는 동안 주연이의 실존적 문제인 불안은 더없이 큰 문제로 부각되어지는 듯했고 주연이는 그 문제에 대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담과정에서 나는 성격검사를 비롯해 투사적 그림검사와 문장완성검사 등을 실시, 여러 질문기법을 통해 주연이의 마음을 탐색하려 했다. 처음에는 저항의 모습이 나타나는 듯했으나 자연스러운 대화는 어느덧 주연이의 마음을 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내담자가 그동안 혼자서 많이 외롭고 힘들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아련히 울려 퍼졌다.
  사실 주연이는 그리 어두운 성격의 학생이 아니다. 이글에서는 언뜻 보면 주연이가 매우 어두운 성격을 소유한 학생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내가 본 주연이는 정말 순수하고 착한 학생이었다.
  다만, 아주 오래전 녹슬어 잠겨버린 어린 주연이의 마음은 성장하여 훌쩍 커버린 주연이에게 제발 내 말을 좀 들어달라고 오래전부터 연신 소리치고 있었다. 주연이의 내면에 갇혀 있던 내면 아이의 외침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들린 것이다. 상담자인 내가 상담과정에서 내담자인 주연이의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읽어내는 것이 처음부터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날은 주연이의 전체적인 상황을 탐색하면서 특히 가족관계에 대해 질문을 하자 주연이의 낯빛에는 왠지 모를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실 처음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꺼내는 것을 조금은 주저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재촉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연이는 하나둘씩 옛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주연이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매일 술주정을 부리고 오빠와 다투거나 엄마와 싸우기 일쑤였다. 이것이 어린 시절 주연이의 눈에 비친 가족의 일상이었다고 한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해 엄마와 가족들에게 폭행까지 일삼았다고 하니, 아무래도 주연이의 일상은 악몽을 꾸는 듯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어느새 주연이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고였고 나는 어린 주연이의 마음에 서서히 하나가 되어갔다.
  한편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 한 주연이 엄마는 눈물을 머금고 5살 난 주연이와의 이별을 계획했고, 어린 주연이는 꿈에도 이 사실을 모른 채 그렇게 모녀간의 이별은 다가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연이 엄마는 주연이에게 “주연아 엄마가 급한 일이 있어 어디 다녀올 테니까 오빠랑 두 밤만 기다려 알았지?” 그렇게 엄마와의 이별은 시작됐고 엄마는 두 밤을 지나도 오지 않았다. 이에 어린 주연이는 한창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에 대한 불안은 배신감으로 변해갔고, 엄마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커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다. 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 아버지는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여자들을 집에 데려오곤 했다.
  그렇게 성장한 주연이는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버렸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주연이의 학교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주연이를 엄마 없는 아이라 놀려대기 일쑤였다. 이것은 학습에도 문제를 가져왔고 친구와의 관계 형성을 힘들게 했다. 그 오랜 이별의 끝은 주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꽤 시간이 흘러서야 끝이 났다. 다행히도 엄마와의 소식이 닿아 주연이를 데리러 온 것이다. 그렇게 재회는 이루어졌고 두 모녀는 눈물을 쏟아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연이 엄마는 주연이를 버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살려고 피신한 것이었다고 한다. 주연이는 엄마의 이 말이 지금에서야 같은 여자로서 조금은 이해된다고 한다.
  한편 엄마와 재회한 날부터 주연이는 엄마 집에서 생활했다. 어두웠던 아버지와의 기억을 뒤로하고 엄마와의 새 삶을 선택한 주연이는 엄마와 새 아빠, 그렇게 새로운 가정에서 생활했고 새 아버지는 친아버지와는 달리 지금도 주연이를 친딸 이상으로 아껴주신다고 한다.
  상담신청서에 주연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것이 가장 실존적인 문제인 듯했다. 상담 초기과정에서는 주연이의 불안이 아마도 엄마와의 분리불안이 원인인 듯했다. 하지만 주연이의 밑 마음을 두드려본 결과 실존적인 문제의 저변에는 엄마와의 분리불안과 죽음에 대한 불안이 서로 공존하고 있었다. 내담자의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내담자가 상담과정에서 모두 이야기하듯이 토로한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자신도 내가 왜 이런 불안을 느끼는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죽음에 대한 불안과 마음속의 어떠한 불안 때문에 그 고통을 참기 힘들어하는 정도로만 표현했다. 그렇게 자신의 밑 마음에 있는 불안이 어떤 형태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조차도 모르고 기술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여러 질문기법과 대화를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밑 마음을 알아차리고 상담회기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그 불안의 원인과 소거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내담자의 첫 번째 불안인 분리불안은 어린 시절 엄마와의 분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엄마와의 재회 이후에도 여전히 소거되지 못한 듯했다. 그 일례로 내담자는 한 번씩 엄마가 저녁 늦게 슈퍼에 간다고 나설 때나 온종일 연락이 없을 때, 집에 늦게 귀가할 때, 혹은 잠잘 때 엄마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기 어렵다고 기술했다. 여기에 내담자의 또 한 가지 불안은 부모님의 건강상태 때문인 듯하였다.
  내담자는 특히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 동일시하는 마음속 저변에도 분리불안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아가 그 불안은 엄마의 건강염려증으로까지 확대되어 내담자는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도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표현했다.
  주연이의 엄마는 아버지와 음식점을 경영하시는데, 두 분 모두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신 편이라고 한다. 특히 주연이 어머니는 오랫동안 고생하신 터라 여러 질병이 겹쳐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주연이는 엄마의 건강에 대해 염려했고 그 염려가 엄마의 죽음으로까지 연상된다고 한다. 혹여나 음식점에서 엄마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지 않을까, 다치시진 않을까, 그러면 나는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질 텐데…. 이러한 불안은 정말 큰 듯했다.
  불안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모든 것을 잊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마 친구들과 만나서 흡연하는 것도 모두 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한 것인 듯했다. 정말이지 주연이는 금연만 하면 어느 한구석도 문제 행동을 일삼을 만한 여지가 없어 보일 정도로 맑고 순수한 아이였다. 다만 주연이의 고민과 불안의 밑 마음에는 어린 시절 엄마와의 이별로 말미암아 마르지 않은 눈물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나는 상담자로서 가장 절박한 문제인 불안의 소거를 위해 상담을 시작했다. 토크세라피와 여러 검사를 통해 주연이도 이제는 속마음이 후련해졌다고 한다.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냈으니 이제는 그것을 치유할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아 나는 해결 중심적 상담기법으로 실천적인 부분의 해결을 위한 질문들을 통해 하나하나 그 답을 주연이 자신에게서 찾도록 했다. 이에 주연이는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다음 방법들을 적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몇 회기가 더 진행되는 동안 주연이는 많은 방법을 찾아냈고 스스로 놀라는 듯했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들이 효과가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하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나는 이런 주연이에게 자신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주연이가 선택한 방법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장면 떠올리기, 긍정적인 생각하기, 부정적인 생각 하지 않기, 옛날생각 잊어버리기 등이었다. 이것을 실천하려는 방안으로 주연이는 부모님과 많은 시간 보내기,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에게 편지쓰기 등을 선택했다. 이에 나는 상담자로서 더욱더 주연이를 격려했고, 격려와 지지를 통해 실천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그 내용인즉슨 만약 이 방법을 주연이가 빠지지 않고 실천하였을 때 스스로 자신에게 한 가지씩 선물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 주연이는 약속을 지킬 때마다 자신에게 희망의 편지를 써서 힘을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만약 다음에 또 그 불안의 감정이 치밀어 올라오면 자신이 쓴 편지를 읽고 감정을 소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강화는 시작되었고 주연이는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주연이는 상담회기를 거듭할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갔고 이제는 지금껏 게을리하던 공부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스레 주변에 있던 친구들도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가끔 가게에 들러 어머니를 도와주면서 불안을 없애기도 했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면서 더 돈독한 가족관계가 형성되어 간다고 했다. 편지를 받아든 부모님은 흐뭇한 미소을 지으며 주연이를 대견스러워했다. 이러한 정이 하루하루 쌓여가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주연이 가족의 행복은 더없이 커지는 것 같았다. 지금 주연이는 학업에도 관심을 두고 방과 후 학원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어머니와의 공감과 이해는 더는 주연이를 불안에 떨지 않게 하였고, 이제는 오히려 모든 것이 즐거워졌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회기의 상담과정을 거치면서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이제는 이 생각이 마음속의 경종이 되어 마음에 새기는 종소리로 각인되어 있다.  그 첫 번째는 모든 사람을 내 가족과 같이 사랑하여 남을 잘되게 하라는 도전님의 유훈이며, 두 번째는 항상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담당교수님의 조언이다. 그 조언은 상담을 공부함에 있어서는 수도하는 마음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보니 교수님께서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제 막 상담을 배워가는 입문자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부분이 생각처럼 녹록치 않음을 몸소 느끼게 된다.
  어떤 이는 상담자를 마치 마술사 같이 여겨 매번 모든 사람을 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과정에서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상담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하고 내담자가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할 뿐이다. 야생이 남긴 흔적인 맹수의 발자국이 눈 내린 겨울이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어린 시절 치유되지 못한 상처도 그 사람의 성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마음속에 깊은 골을 파서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렁이라는 발자국을 마음속에 찍는다. 심리상담은 이런 이유 이외에도 삶의 영위과정 중 생활환경 및 특정상황으로 말미암아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준다. 나아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 고치고, 차츰 가족, 사회로부터 다친 마음을 치유하여 다시 모든 이들과 행복한 삶을 찾아가게 하는 것도 해원상생 사상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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