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벽수 (壁宿) - 대순회보 117호 28수 별자리

대순141년(2011)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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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수 별자리 : 14. 벽수 (壁宿)

14. 벽수 (壁宿)

글 교무부

28수(宿) 중 열네 번째 별자리인 벽수(壁宿)는 두수ㆍ우수ㆍ여수ㆍ허수ㆍ위수ㆍ실수와 함께 수기운(水氣運)을 맡아 다스리는 북방 현무 7수(宿)에 속하며, 거북과 뱀이 한 몸으로 이루어진 현무의 형상에서 부분에 해당한다.
『천문류초(天文類抄)』01에 따르면 벽수는 5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 벽수의 수거성(宿距星)02인 벽성(壁星)은 2개의 주황색 별로 이루어져 있다. 벽성이 밝으면 서적이 집대성되거나 총명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바른 도(道)가 행해지게 되며, 소인배가 물러나고 군자가 벼슬을 하게 된다고 한다. 반면에 벽성의 별빛이 어두우면 천하에 있는 모든 서적이 은폐되고, 조정에서 문(文)보다 무(武)를 숭상하여 무인들이 정권을 잡는 시대가 된다고 전한다.

벽수는 동벽(東壁)이라고도 하여 건물의 벽을 의미하며 문필가의 별자리라고도 한다. 문운(文運)과 도서관 그리고 ‘실수(室宿)’와 같이 토목공사를 주관하는 벽수는 28수 신명 중에 왕패(王覇)03신명이 관장한다.
벽성은 실성과 함께 24절후 중 처서(處暑 : 양력 8월 23일경) 때에 동쪽에서 떠오른다.
벽수에 딸린 별자리 중에서 벽성 위에 위치한 10개의 누런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를 천구(天廐)라고 한다. 천구는 하늘의 마구간을 의미하며 무운(武運)을 주관한다. 또한 말을 관리하는 관리를 맡으니, 각 지역의 교통 책임관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별이 보이지 않으면 천하의 도로가 단절된다고 믿었다.
벽성의 바로 아래에 5개의 별로 이루어진 벽력(霹靂)은 우레를 일으키고 벼락 치는 일을 맡는다. 별빛이 어두우면 흉하게 되고, 오성04과 합하게 되면 벽력이 친다고 전한다.
벼락이 치면 비가 오듯이 벽력 아래에는 4개의 별로 이루어진 운우(雲雨)가 자리한다. 운우는 비와 이슬 등을 관장하여 만물을 자라게 한다. 별이 밝으면 비가 많이 와서 물이 풍부해지지만, 화성이 머무르면 큰 가뭄이 들고, 수성이 머무르면 큰 홍수가 발생한다고 한다.
운우 아래에는 ‘도끼 별자리’라고도 부르는 이 위치하고 있다. 5개의 별로 이루어진 부질은 정확하게는 소나 말에게 먹일 풀인 꼴을 자르는 작두를 의미한다. 별이 밝으면 소나 말이 잘 먹어서 살이 찐다고 전한다.
『천문류초』에는 없지만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列次分野之圖)05에는 토목공사를 주관하는 토공(土公)이 2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위치는 벽성의 아래로 벽력의 맞은편에 위치한다.

『홍연진결(洪煙眞訣)』06에 따르면 하늘의 현상이 인세에 영향을 준다고 믿어 땅에 별자리를 대응해 놓았다. 우리나라 땅에서 벽수는 강원도 동북지역인 낭천ㆍ흡곡ㆍ통천ㆍ회양ㆍ금성ㆍ김화ㆍ평강ㆍ안협ㆍ이천에 해당한다.
서양의 황도 12궁과 비교해 볼 때 벽수(壁宿)는 물고기자리(Psc)에 해당한다. 벽수의 수거성인 벽성 중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1개의 별과 페가수스자리(Peg)의 γ (Gamma)별을 비교할 수 있다. 고유명은 알게니브(Algenib, 3등성)로 옆구리를 의미한다.

페가수스는 ‘실수’에서 설명했듯이 하늘을 나는 천마로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을 대표하는 별자리이다. 가을의 살찐 말답게 페가수스의 몸체에 해당하는 사각형은 가을 하늘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을의 다른 별자리를 찾는데 중요한 길잡이의 역할을 한다. 특이하게도 페가수스의 δ (Delta)별이 안드로메다자리(And)의 α (Alpha)별에도 해당된다.
페가수스와 관련된 독일의 전설로는 바닷가 오두막에 재산이라고는 오직 물통 하나밖에 없는 가난한 부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어부인 남편이 마법에 걸린 물고기를 잡았다 놓아준 대가로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 물고기의 제의를 받았다. 남편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나 아내는 처음에 집을 원했다가 나중에는 여왕이 되기를 원했고 끝에 가서는 여신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여왕이 되기까지 소원을 들어주던 물고기가 여신이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모든 마법을 거두고 원래 재산이었던 물통만을 주고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빈 물통은 페가수스의 사각형이며, 마법에 걸린 물고기는 물고기자리라고 전한다.
황도 12궁 가운데 물고기자리에 속하는 벽수의 수호 동물은 수달이다. 『예기(禮記)』07「월령편」의 정월부분에 “물고기가 얼음 위로 올라오니 수달이 제사지낸다(魚上氷獺祭魚).”는 말이 있듯이 수달은 조상에게 예를 다하는 동물이라고 칭송받았다.
이것은 물고기를 늘어놓고 발 모아 조아리는 듯한 수달의 모습이 마치 제사 지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은 수달이 잡은 물고기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01 세종의 명에 따라 천문학자 이순지[李純之, 1406(태종6)∼1465(세조11)]가 편찬한 천문학 서적.

02 각 수(宿) 구역의 서쪽에 위치한 가장 밝은 별로 28수의 위치를 쉽게 찾는 기준이 된다.

03 광무제 때 죽은 병사의 몸을 직접 염하며 다친 병사들을 돌보는 등, 상봉하솔(上奉下率)의 귀감이 되었으며 뛰어난 지략으로 주건(周建)을 토벌한 장군이다.

04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의미한다.

05 1687년(숙종 13)에 석각(石刻)으로 제작된 천문도는 보물 제837호로 지정 되어있다. 이 천문도는 별자리 그림을 중심으로 주변에 해ㆍ달ㆍ사방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주관하는 각도, 각 절기별 해가 뜨고 질 때 남중하는 별자리가 설명되어 있다. 하단부에는 당시의 우주관, 측정된 28수의 거극도 및 각도, 천문도의 내력, 참여한 관리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06 화담 서경덕 선생이 짓고 토정 이지함 선생이 수정한 고대 천문, 기문, 둔갑술에 대한 서적.

07 오경(五經)의 하나로 진한(秦漢) 시대의 고례(古禮)에 관한 설(說)을 수록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