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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2. 외금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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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호가와 매향 - <上>

 

  천선대를 내려와 다시 안심대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보면 만물상 주봉의 하나인 세지봉 줄기의 망양대(望洋臺)에 이르게 된다. 망양대는 천선대와 만물상 계곡의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동해바다의 만경창파(萬頃蒼波: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육화암에 살았던 부부에 얽힌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육화암 부근에 호가라고 하는 한 청년이 매향이라는 아리따운 아내와 함께 늙은 부모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호가는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고 아내에 대한 애정도 두터웠다. 게다가 힘이 좋아서 어떤 일이나 척척 해냈으며, 노래를 몹시 좋아하고 잘 불렀는데 그의 이름이 ‘호가(好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윽한 꽃향기가 나는 춘삼월이면 호가는 매향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산나물을 뜯으러 세지봉 줄기를 오르내렸다. 그들 부부가 이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갑자기 앓아눕게 되었다. 며칠 앓고 일어날 줄 알았던 매향의 병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여러 날 째 음식도 잘 먹지 못했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며 속을 태우던 호가는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내에게 물었다. 호가의 근심어린 얼굴을 바라보던 매향의 입에서 ‘삼치’라는 말이 새어나오자 호가는 한달음에 세지봉의 한 봉우리로 뛰어올라가 먼 동해바다를 바라보았다. ‘삼치를 잡으려면 바다로 나가야 해!’ 이렇게 결심한 그는 집으로 내려가 부모님의 승낙을 받고 곧 세지봉 줄기를 넘어 장전나루로 갔다.

  호가가 어부들을 만나서 아내의 사정을 말하고 어떻게 하면 삼치를 잡을 수 있는가를 물었더니, 한 어부가 “삼치란 고기는 동해바다에서 잡히는 고기들 중 제일 맛있는 고기여서 입맛 돋우는 데는 더 없이 좋지요. 그렇지만 다음 달이나 되어서야 삼치를 잡을 수 있다오.”라고 하였다. 그동안 아내의 병이 더 깊어질 것을 염려하면서도 호가는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삼치를 기어이 잡아가지고 갈 것을 속으로 다짐하였다.

  호가는 어부들의 도움을 받아 배를 만들고 노 젓는 방법도 배웠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에 그는 삼치를 잡고자 바다 위에 배를 띄웠다. 그가 뱃전에서 물 속을 들여다보니 배 밑에는 여러 종류의 고기들이 욱실거렸지만 삼치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호가는 배를 저어 더 먼 바다로 나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태풍이 일면서 먹장 같은 구름이 바다 위에 뒤덮이더니 잔잔하던 물결에 세찬 격랑이 일기 시작하였다. 호가의 배는 그야말로 만경창파위에 뜬 가랑잎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얼마 후 배는 전복되고 거기에 탔던 호가 역시 바닷물 속에 잠기고 말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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