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44년(2014) 6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청계탑 대원종 기자수첩 지명소개(상제님 편) 당신이어서 감사합니다! 『전경』속 역사인물 도장 지명 이야기 일각문 28수(宿) 신명 만화 특별기획 대순광장 나누고 싶은 이야기 대순문예 돋보기 퀴즈 및 퀴즈 정답자 알립니다

돋보기 : 한국 사회에서의 신종교

한국 사회에서의 신종교
 
 
편집자: 연구원 전성기, 김태수
 
 
목차
1. 들어가는 말
2. 한국 신종교 등장 및 그 배경
3. 한국 신종교의 시대 진단
4. 한국 신종교의 실천방안과 미래사회 모델
5. 나가는 말
<편집자 후기>01
 
 
 
 
 
  이 글은 푸르너(G. Prunner) 박사가 1979년 12월 한국학 연구원의 후원 하에 개최된 제1회 한국학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당시 게르노트 프루너 박사는 한국 신종교 문헌 센터가 개설된 독일(서독) 함부르크 민족지학 박물관의 남동아시아 과장이었다. 그는 1975년부터 한국 신종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폴크스바겐베르크 재단(Volkswagenwerk Foundation)의 후원 하에 한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한국의 신종교를 연구하던 중, 1976년 당시 대순진리회 본부도장이었던 중곡도장에서 시행한 옥황상제님 탄강치성에 참관하는 등 대순진리회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당시 도장 측의 허가를 받아 연구 조교였던 장철수 씨가 촬영한 그의 치성 참관기02는 지난번 돋보기03에서 소개된 바 있다.
  이 논문은 대순진리회만을 조명한 지난번 글과는 달리, 비교종교학자로서 20세기 한국 신종교의 특색을 정리한 글이다. 비록 평면적인 비교의 차원에 그친 한계는 있지만 1970년대를 전후한 당시의 신종교사를 서양인의 시각에서 정리한 논문이란 점에서 우리 수도인의 안목을 넓히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논문에서 프루너 박사는 한국 신종교의 양대 흐름으로 대순진리회를 대표로 하는 증산교 계열04과 천도교를 대표로 하는 동학계열을 들고 있다. 그밖에 1970년대 말 당시의 중요한 신종교로 원불교, 세계일가공회(世界一家公會)05, 일심교(一心敎)06 및 신정일(申正一, 1938~1999) 한얼교07와 김봉남(金奉南, 1898~1950)이 기반을 닦은 성덕도08 등을 소개하면서 그 공통적 요소 및 미래사회를 위한 대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이러한 한국의 신종교들이 당시 한국 사회의 아노미09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이에 관해 프루너는 “기성종교의 무능력을 지적하면서 대두한 신종교들은 민족주의적 선민사상에 근거한 새로운 메시아의 출현 및 그로 인해 펼쳐질 지상천국의 건설을 제시10함으로써 타성에 젖은 현실의 문제점들에 주의를 환기하는 긍정적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기성 종교에서 벗어난 새로운 종교라는 편견으로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는다. 그럼 이제부터 그 내용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아울러 종교학자로서의 푸르너 박사의 기술을 여과 없이 소개하기 위하여, 전문을 요약하여 게재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  
 
 
 
1. 들어가는 말
 
  일반적으로 볼 때 종교란 ‘이 세계 안에서 인간 생존의 문제에 대한 영적 반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반응은 다음과 같은 특정 유형을 따른다. (1) 주어진 시·공간 속에서 인간 상황의 결핍에 대한 진단, (2) 이상적 상황에 대한 제언, (3) 이 목표를 위해 주어진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영적 방법의 전파다.
한편, 종교운동의 성공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요소를 설득시키는 능력에 달려 있다. (1) 위에서 기술한 진단에 기초한 진리, (2) 대안으로 제기된 이상적 개념의 가치, (3) 개선을 위해 제기된 방법의 타당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100년간 발전되어 온 300여 개의 특이한 신종교(신흥종교)는 이 시기 한국에서 다양한 조건들에 의해 제기된 도전에 대한 여러 방식의 영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응들은 실제 혹은 상상 속 사회문화의 아노미적 환경 안에서의 모순(aporia)을 반영하며 상실된 조화(調和)를 다시금 이루어보려는 필사적 탐구의 산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단지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 아니라 이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지난 세기 중반부터의 한국 사회의 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한 신종교사상의 발전을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이러한 운동으로 제기된 실현 방식 및 미래사회를 위한 모델들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한국 신종교 등장 및 그 배경
 
  한국 신종교 사상 가장 규모가 큰 두 가지의 새로운 종교적 전통은 19세기 후반기에 최제우(崔濟愚, 1824~1864)에 의해 창시된 동학과 강증산 성사(姜甑山聖師, 1871~1909)에 의해 창시된 증산교이다. 이 시기는 조선 왕조의 점진적 쇠퇴 및 점증하는 정부와 행정부의 무능력과 부패, 양반 계급의 평민에 대한 가혹한 탄압과 착취, 유럽·러시아·일본·중국 등과 같은 외국 사상의 유입과 함께 점증하는 외세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한 전통적 유교 가치체계 속에서의 자신감 상실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동학과 증산교라는 두 종교 운동의 교리에 반영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반응은 기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해결책을 보여준다. 동학은 1894년 동학혁명에서 그 최종적 표현을 찾았듯이, 외세의 개입에 항거하는 민족적 항쟁의 맥락에서 인권과 인간의 평등성 및 존엄성에 관한 사회 혁명적인 측면을 역설했다. 이에 비해, 증산교는 기존의 모든 종교적 전통을 통합하고 초월하여 지상천국을 세움으로써 인류의 구원을 완성하기 위한 종교적 행사로써 주술적 힘(도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순수한 영적 측면을 강조했다.
  세기가 바뀌면서 조선 왕조의 붕괴와 함께 일본에 의한 병합이 임박하게 되었다. 이로써 민중은 한 걸음 더 착취와 탄압의 길로 나아갔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온 나라가 2차 세계대전의 전화 속에 휘말리는 가운데, 한국인을 일본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 강압적 재교육을 감행했던 36년간의 일본 점령기를 거치게 되었다.
  이 시기에 4가지 큰 신종교운동의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중 두 가지는 동학과 증산교라는 기존 전통에서 분파된 천도교와 이보다 한층 단기간 존재했던 보천교였다. 다른 두 가지는 나철(羅喆, 1864~1916)에 의해 창립된 대종교와 박중빈(朴重彬, 1891~1943)에 의해 창립된 원불교인데 이 종교들은 당연히 신종교로 간주하여야 한다. 대종교의 원리는 민족의 신화적 창시자인 단군에 대한 신앙 및 전통적 한국의 가치들을 복원하는 데 기초한 것이고, 원불교의 원리는 불교의 구제론과 기독교 윤리의 혼합을 주창하는 데 있다.
  이 시기의 구체적인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예상할 수 있듯이, 민족주의와 일본의 점령에 대한 항쟁을 동일시하려는 일반적 경향이 있었다. 1945년 직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최종적 독립을 성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냉전으로 인해 나라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최후 분단으로 이어진 한국전쟁으로 치닫게 되었다. 그 결과 고통과 빈곤 그리고 친지들로부터 헤어져 자신의 고향을 잃은 수백만의 난민들이 발생했다. 이로써 남과 북에 대한 강대국 이데올로기의 영향에 의해 전통가치의 붕괴가 심화하였고 이 문제들에 대해 국가뿐만 아니라 온 국민은 무력감을 느꼈다.
  일본에 의해 부가된 기독교 선교 활동 금지가 해제되고 한국에서 종교의 자유가 확립되자 다양한 기독교 원리가 확산하였고, 종교적 가치 일반에 대해 한층 철저하고 개방된 논의가 촉진되었다. 이는 민족주의 진영에서 한층 자의적인 기독교 개념에 대한 해석과 함께 기독교 분파 내에서 수많은 신종교의 창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종류로써 이 시기에 창립된 가장 큰 두 가지 신종교는 박태선(朴泰善, 1917~1990)의 전도관과 문선명(文鮮明, 1920~ 2012)의 통일교다. 두 종교 모두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각각의 창립자를 암시하는 메시아가 한국에 출현할 것임을 주장한다. 양자는 매우 엄격하게 청교도적인 삶의 방식을 가르치며 매우 반공성향이 강하다. 그들의 대중에 대한 매력은 한국이 주변부적인 위치에서 인류 구원의 기원지로서 세계의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1960년대부터 최근의 경제적 부흥으로 인한 점진적인 정치적 공고화 및 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제들은 구체적인 정치적 상황에 의해 가중되었고 다른 사회와 색다른 종류이기는 했지만, 전통적 농경체제에서 근대적인 고도 산업단계로 이행하는 사회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현실 문제로 곧바로 이어졌다. 분단 이후 많은 분야에서 인구의 이산 문제와 가족 유대의 붕괴는 최근 농촌에서 도시로의 수많은 사람의 이주 때문에 점점 증가하였다. 이로써 많은 사람은 친숙한 고향으로부터 단절되어 익명의 고립되고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도시로 집중되었다. 동시에 개인은 외국의 이질적 기술체계와 가치 및 정신적·도덕적 불안정과 문화적 정체감의 상실을 낳은 갈등에 노출되었다. 개인과 민족의 생존이 개인적 이해와 통제를 훨씬 뛰어넘는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기제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 및 그 해결책을 위한 필사적인 탐색을 통해 정치적·군사적 해답이 아닌 심정적인 탈출구를 찾게 된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신종교운동의 꾸준한 형성이 현재에까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1960년대 이래 한층 중요한 신종교들로서는 한얼교와 성덕도 등이 있다. 신정일의 한얼교는 단군 신앙을 중심으로 민족사에 대한 높은 평가와 아울러 사람들 사이 상호존중의 확립 및 사회 내 도덕의 확립을 주창했다. 김봉남에 의해 창립된 전통으로부터 유래한 성덕도는 유교, 불교와 도교의 통합을 주창하면서 치유를 위한 냉수의 사용을 전파하기도 했다. 
 
 
 
3. 한국 신종교의 시대 진단
 
  그럼 이제 신종교에서 제시하는 현 한국 사회 아노미11에 관한 공통적인 진단 및 설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외세의 영향으로 기술과 물질 중심적 사고의 확산과 함께 바람직하지 않은 도덕적 가치가 만연하게 되었다.
2) 한국 전통의 가치에 대한 경시가 일반적인 도덕적 붕괴의 원인으로 되었다.
3) 신으로부터 인간의 소외는 이 세계에 죄를 일으켜 인간의 타락으로 이어졌다.
4) 기술은 인간의 자연으로부터의 소외와 공해로 인한 파멸을 일으키면서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調和)를 방해했다.
5) 기존 종교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무능력으로 인해 사람들을 구제할 수 없었다.
6) 종교, 국가 및 세계가 적대적인 파당으로 구분됨으로써 악의 원인이 되었다.
 
 
  다음의 몇몇 예들은 이러한 진단들이 신종교에 의해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여준다. 한국이 인류 구제를 위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순화(李順和, 1870~1936)에 의해 창립된 정도교(正道敎)12에 관한 아래의 설명 및 정감록 예언과 융합된 단군 신앙은 매우 흥미로운 문헌이다. 이제부터 살펴볼 주요 진단 요점들은 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세계에 죄를 초래한 신으로부터 인간의 소외와 인간 삶의 모든 고통에 대한 책임, 사회적 혼란의 원인으로서 전통적 유교 윤리의 경시, 기존 종교가 자신의 도덕 기준에 맞게 사는 것에 실패한 점 등이 그것이다. 다음의 정도교에 관한 예문을 보자. 
 
 
세계의 창조가 끝났을 때, 인간은 천신(天神)·지신(地神)·인신(人神)에 의해 피조물의 주인으로 간주하였다. 하지만 인신이 죄를 짓자 세계는 죄의 세계로 되게 되었다. 이것이 왜 지구의 인류뿐만 아니라 세 신 모두 기아, 질병, 가뭄 및 부적절한 의복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이다. 죄가 만연하고 하늘과 인간의 윤리, 오륜이나 삼강이 없는 한 하늘은 지상에 건설될 수 없다. 유교, 불교와 기독교를 포함한 어떤 종교 또한 바르게 실천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물질적이고 쾌락의 만족에만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최후의 판결을 통해 종말의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박한경(朴漢慶, 1917~1996) 도전(都典)에 의해 영도되는 증산교의 가장 큰 단체인 대순진리회의 교리 또한 이러한 공통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즉, 인간의 타락 및 자연과의 조화 파괴에 책임이 있는 서양 과학에 대한 비판, 기성종교의 실패 원인과 이에 더해 두 가지 관념이 추가된 것, 즉 인간의 두 가지 마음(본성인 양심과 사심)과 그중에서 악한 마음(사심)이 현 시기에 만연하고 있다고 하는 진단이 그 내용이다.
 
 
(이 전통의 창립자로서 강증산 상제님과 동일시되는) 하늘은 우주를 창조했다. 그러나 인간은 이 창조물을 파괴하였고 인간의 과학은 하늘과 땅의 질서를 파괴했다. 기성종교(불교, 도교, 유교, 기독교)는 사물들을 제자리로 정리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다만 혼란만 가중시켰다. 사회 속에서 사람은 선과 악의 한가운데에 처하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마음이 있고, 현 상황에서 인간은 (악한) 마음이 지배하여 신성한(선한) 마음을 뒤덮고 있다.
 
 
  다음으로 유불선의 이론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한편, 순수성의 시기로 회귀하기 위해 전통적인 한국 예절의 보존을 목적으로 강대성(姜大成, 1890~1954)13에 의해 창립된 보수적 운동인 일심교(一心敎)의 구성원에 의해 표현된 염세적인 견해는, 현 상황을 임박한 세계의 종말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들은 동서양의 성스러운 경전에서 추린 예언에 관한 이론에 기반을 두고 현 상황이 경제적 붕괴와 핵에 의한 영원한 위협 속에서 유지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구약성경에 따르면 서양 역사가 6,000년 전에 시작된 데 비해, 중국 고전에서 동양 역사는 9,000년 전 중국의 복희씨와 신농씨 시기로부터 시작한다. 동쪽은 양(陽)의 방향에 있고 서양은 음(陰)의 방향에 있기 때문에, 『역경』에 대한 우리 해석에 따르면 동쪽 세계는 9,000년 이후에 끝을 맺을 것이고, 서양세계는 6,000년 이후 종국을 맞이한다. 이는 세상의 종말이 가까웠음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적 위기, 핵전쟁 및 이름 모를 질병의 만연과 함께 인류가 서서히 사라지는 양상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다.
 
 
  신종교 가운데 좀 더 세련된 종류의 하나인 원불교에서 다음과 같은 진술 또한 점증하는 물질주의와 함께 종교의 분열을 인류 난관의 가장 심각한 증후 중 하나로 거론한다. 
 
 
과학문명의 발전에 따라, 물질적인 것을 사용해야 하는 인간의 정신은 약화하였다. 이에 비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해야 할 물질 그 자체는 매우 성장하여 약화된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게 된다. 이로써 인간은 물질주의에 예속되게 된다. 실제로 세계 역사상 많은 종교적 분파들 또한 한 가지 진실한 원칙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그 체제와 가르침들은 상호 이해에 실패하여 불행한 결과를 일으킬 만큼 오랫동안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실천됐다. 이는 각 분파가 나오게 된 본래 원칙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결과이다.
 
 
 천도교 전통에서 최제우에게, 개탄스러운 상황의 궁극적 원인은 인간의 신으로부터의 소외였다. 다음의 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신종교에서 기술하는 진단의 일반적 어조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세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했고 신[천주(天主)]의 진리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가치의 길을 따르지 않는 이에게 부적은 작용하지 않았지만, 신을 섬기는 자들에게 부적은 매 시각 작동한다. 따라서 인간에게 경(敬)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이 경(敬)의 결핍은, 왜 우리나라가 악한 질병에 가득 찼는지, 왜 사람들이 일 년 내내 평화를 찾을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이것이 또한 고통과 재앙을 우리의 운명으로 만드는 이유이다.
 
 
 
4. 한국 신종교의 실천방안과 미래사회 모델
 
  우리는 이제 현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몇몇 모델들을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모델들은 자연히 해결되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판단에서 도출된 것이다. 다음 항목들이 가장 빈번하게 반복되는 비전들이다.
 
 
- 민족의 통일
- 기존 종교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단일한 종교로 기존 종교를 통합
- 온 인류의 통합
- 해로운 해외(海外) 영향의 감소
- 한국 문화유산의 전통 가치로의 방향전환
- 세계 문화 및 영적 중심에 어울리는 한국의 명망과 위상의 재확립
- 인간과 신 및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 확립
- 가까운 미래에 낡아빠진 이 세상의 파멸 이후, 메시아 및 선택된 집단에 의해 정의, 평화, 도덕적 질서, 복지 및 건강을 지배하는 지상천국의 건설
  앞으로 살펴볼 예문들은 이러한 관념들이 신종교의 사고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여줄 것이다.
 
 
1) 천도교의 아래 예문에 담긴 몇몇 세부사항의 강점, 예를 들어 낮 2시간, 밤 2시간의 존재 등은 당장 두드러지지는 않더라도, 유토피아 사회 개념을 통해 오늘날 무질서하게 생각되는 현상 대부분에 대한 대안을 제공한다. 그 대안으로는 장수, 건강 및 자연재해로부터의 면제와 같은 기본 욕구에 더하여 통일, 평화, 사회 정의 및 민족적 자존감의 회복 등을 들 수 있다.
 
 
그 후 새로운 하늘과 땅을 위한 정도(正道)를 선포함으로써 모든 민족과 법 및 가르침들을 통일하기 위해 계룡산으로 오는 정도령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새 시대에는, 한서나 흉작, 홍수, 태풍 및 질병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최장기간 그가 원하는 만큼 살 것이며, 평균 500년, 최소 300년을 살 것이다. 스스로 자급자족할 것이 있고, 화폐에 대한 필요가 없을 것이며, 모든 거래는 물물교환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국제어는 한국어와 한글이 될 것이다. 다른 외국어는 없고 모든 방언은 2, 3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다. 하루에는 오직 낮 2시간과 밤 2시간 만이 있을 것이다. … 계룡산에는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된 궁전과 모든 나라의 은행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는 세금이 없을 것이다.
 
 
2) 조철제(趙哲濟, 1894~1958) 도주님에 의해 창립된 증산교의 분파인 태극도 수도인에 의해 표명된 아래의 다소 난해한 예시는, 오늘날 존재의 모든 감각을 산만하지 않게 집중함으로써만 치료할 수 있는 정신분열증에 처한 현대인의 곤란함을 묘사하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 세계에서 사람들은 오감에 의해 생활하지만, 미래 세계에서 그들은 하나의 통합된 감각에 의해 생활할 것이다.
 
 
3) 배용덕에 의해 창립·영도된 증산진법회(甑山眞法會)14의 순수한 종교적 중심 주제는 현 상황의 완전한 개선 및 그로 인해 자동으로 초래될 모든 종교의 전체적 통합이다.
 
 
현재 세계는 난법에 의해 지배되나 증산은 그의 생후 백 년에 전 세계에 전파되기 시작할 진법을 내놓았다. 모든 종교는 그때 하나의 유일한 하늘 정부로 통합되고, 지상에 질서가 회복될 것이다. … 이 정부의 구성은 아직 비밀이지만, 신명들과 종교의 창시자들로 이루어질 것이다. 정부는 궁전과 같은 큰 도량일 것이고, 이러한 정부의 구성은 모든 종교의 통합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다음 단계는 대중들의 교감과 신명들의 지지를 얻게 되는 공통적 의례의 확립일 것이다. 그 이후 모든 종교의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4) 세계일가공회(世界一家公會)에 의해 제시된 미래 사회를 위한 모델은 평화, 행복 및 인류의 통합을 위한 일반적 욕구를 반영하면서, 구원지로서 선택된 한국과 전 인류를 구제하도록 선택된 한국인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계룡산에 대한 강조는 물론 정감록의 예언에 근거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관념들은 또한 새일수도원15의 원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세계의 재건설을 믿는다. 이러한 새 시대는 하느님께서 한국인을 천민(天民)이자 그의 신봉자와 인류의 일꾼으로 선택하셨으므로 한국의 계룡산에 수립될 것이다. 새 시대에 인류는 하느님에 의해 다스려지는 하나의 단일한 통합국가가 될 것이고, 평화와 행복이 지배할 것이다.
 
   
5) 일심교의 신도들에 의해 제시된 교리 해석에서도 상술한 관념들과 관련된 두 가지 특정 관점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1) 한국은 민족적 정신적 특징 때문이 아니라, 독특한 기후 조건 때문에 선택된 나라이다. (2) 미래 미륵불의 도래에 대한 한국 불교 신자(信者)들 사이의 대중적 믿음에 따라, 인류의 구원자와 신세계(新世界) 건설자로서의 천상신(天上神)이 강림(降臨)하실 것이다. 
 
 
한국, 특히 남한,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에 인류구제를 위해 선택된 장소다. 그 교리를 따르는 자들만이 아니라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선한 이들이라면 구원받아 재난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 신(하나님)은 한국 전통 의상을 입은 미륵불로 강림할 것이고 모든 인류가 깨끗한 마음을 지니게 될 6만 년 평화시기의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것이다.

 
 6) 그럼 이제 원불교 창설자에 의해 1940년대 초기에 쓰인 미래 이상세계에 대한 비전을 보자. 이전에 언급된 서술들이 다소 모호했던 반면, 여기에서는 처음으로 삶의 모든 영역을 다루면서 미래사회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회적 조화 및 복지를 지닌 프로그램 속에서 제시된다. 여기서 발전된 모델은 많은 사람에게 쉽게 이해되고 수용될 만할 것이다. 이는 원불교 성공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다가올 세계의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곧, 오늘날의 사람들이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을 이기고 상처 입히려고 애쓰지만 다가올 세계의 사람들은 함께 나누고 양보하고 남을 돕기를 열망할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이득과 권력 및 명예를 갈망하는 반면, 다가올 세계의 사람들은 대중의 복지를 위해 일하기를 갈망하고 명예와 권력을 얻을 기회를 잃을지라도 실망하지 않고 명상할 여가를 가질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쉽지만 다가올 세계의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싫어할 것이고 개인·가정·사회·국가는 상호 관계를 조화롭게 할 것이다. 오늘날은 물질주의가 팽배해 있지만, 다가올 세계에서는 인간 정신을 수양하고 우수한 도덕성이 우세해져서 물질문명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 가까운 미래에는 산에 도적이 없고 자신을 위해 길가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이 없는 완전한 문명 세계가 실현될 것이다. …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결코 약자로부터 물건을 빼앗지 못하고 악하고 부정직한 자들이 비참해질 것이다. 반면, 의롭고 정직한 자들은 번영할 것이다. … 다가올 세계의 사람들은 높은 산의 아름다운 정상에 수많은 나무와 꽃을 심을 것이고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기르며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바위와 돌, 그리고 오랜 나무를 배치할 것이다. … 빛나는 집 바깥에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랄 것이고 정상에는 예쁜 꽃과 사랑스러운 식물들이 만개(滿開)한 가운데 다른 새와 벌레들이 춤추고 노래할 것이다. … 심지어 자신의 집을 지을 때에도 인조물보다는 자연석을 이용하기를 선호할 것이다. 이렇듯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보일 것이다. … 모든 읍과 마을에는 학교가 있을 것이고 나라 모든 곳에서 절과 교회가 세워질 것이며 모든 사람이 정기적으로 참석할 것이다. … 다가올 세계에서 한층 많은 수의 고용 단체들이 구직자들을 도울 것이며, 결혼 사무소에서는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어머니들이 아이를 돌보지 않고 일을 나갈 수 있도록 주간 탁아시설이 여러 곳에 생길 것이다. 노인들은 보호자 없이 정부나 기관 또는 사회사업가 및 자선 사업가들이 설립한 양로원에서 근심 없이 편안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 … 심지어 외딴곳에서 생활할지라도 가장 편리한 문화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며, 신속한 음식점은 늘 가정에서 요리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적절한 음식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다. 많은 재단사, 의류 제조업자와 세탁소는 사람들이 옷을 만들고 세탁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신과 같은 통제자의 지도력 아래, 귀족정치와 같이 피선출자가 지배하면서 모든 생활이 완벽하게 텔레비전으로 방영될 미래사회에 대한 이러한 놀라운 모습 이외에도, 이 모델은 도시화, 핵 위협과 국제 무기경쟁과 같이 현대인에게 진지한 여러 관심사를 다룬다.
  지금까지 살펴본 신종교의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 모델 중 몇 가지는 다소 모호하거나 이상해 보이지만, 모두 현 상황의 변화와 개선에 대한 정직한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제시된 프로그램 중 일부에 대한 실천 필요성이 모든 이들에게 분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안된 구상 중 대부분은 꽤 합리적이며 세계의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 개혁 요구들에서 부수적으로 발견될 수도 있다. 예상되듯이 이 논문에서 논의된 세 번째와 마지막 논점, 즉 이러한 개선을 성취하고 미래세계의 개시를 알리기 위해 신종교에서 제시된 길과 방법들은 일면 논쟁의 소지가 있다. 신종교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 관찰자들에 의해 현 상황의 문제점들에 대한 진단 및 미래사회의 당위적 모습에 관한 일련의 합의점들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기대하는 변화에 어떻게 이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한층 심각하게 구별된다. 그럼 이제 신종교의 교리에서 비교적 흔히 발견되는 특징 일부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구세주의 도래에 대한 준비
- 악을 제압하고 새로운 질서를 열어나갈 선과 악의 세력 간 마지막 전쟁에 대한 준비
- (수도나 수행을 통한) 삶의 길의 도덕적 개선
- 바라는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을 자신의 생각으로 개종하려는 사명감 있는 활동
-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려고 선택된 창립자나 지도자에 대한 믿음과 그에 대한 절대적 순종
- 인간과 신의 조화(調和)를 되찾기 위해 행하는 기도 의식 및 희생의례에 의한 신과의 강렬한 소통
- 외래 영향을 억제하고 민족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통적 한국 관습과 가치 실행으로의 회귀
- 인간이 미래세계를 건설할 수 있는 깨달음과 주술적 힘을 얻기 위한 신성한 경전과 주술적 문구들의 암송
- 구제를 위한 유일한 길로서 각각의 교리에 대한 믿음과 실천
 

  
  이러한 특징들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이제 이러한 관념들 일부가 신종교운동에 의해 자신들의 용어로 표현되는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1) 다음의 예시에서 묘사된 절차는 대순진리회에 의해 주창된 내용이다. 대순진리회의 주된 특성은 순수하게 종교적 방법에 의한 개인적 발전이다. 연원과 교리에 의해 인도된 개개의 수도인은 스스로 도통에 도달해야 한다. 이 과정은 주변 사회와 상호 관계없이 발생한다. 이 점은 출생, 결혼, 죽음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단계와 관련된 특정 의례가 없고 음식, 음료, 흡연이나 성적 관습과 관련하여 준수되는 금기가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기대하는 변화와 후천세계를 건설할 수 있는 원동력은 도덕적 발전과 그에 따른 결과로서의 도통에 기인한다기보다는 수도 과정에서 축적된 도력(道力)에 기초한 것이다. 
 
 
강증산(상제님)께서는 진리를 전하고 인류를 구제하기 위해 이 세상에 강림하셨다. 그분은 인류의 구제가 바로 지금 이곳에서 도통(道通)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가르치신다. … 그런데 이러한 도통은 후천세계의 건설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이다. 이를 이루기 위한 의무사항은 도덕적 발전과 영속적인 기도 및 교리의 엄격한 준수이다. 이로써 양심의 점진적 개선과 3단계의 공부를 통해 도통을 향한 점진적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낮은 단계에서 수행자는 천지의 질서를 알 수 있고 국내외의 인간사를 이해할 수 있다. 중간단계에서 인간은 제한적 도술능력을 얻는다. 가장 높은 단계에서는 천지의 권능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얻는다. 이러한 단계를 통과하고 도통한 수행자는 하늘과 소통할 수 있고 임의대로 이 세계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얻는다.
 
 
2) 일심교(一心敎) 신도들에 의해 준수되는 규칙들은 종말 시기를 당하여 선택된 소수만이 생존하여 새로운 질서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에 주로 관련되어 있다. 다가올 종말에 대한 종교적 준비의 실천은 다소 은둔적이면서도, 전통 의상에 대한 집착과 더불어 특정 금기를 지킴으로써 자신을 외부 세계와 의식적으로 구별 짓는 요소를 지닌다.

 
창립자(강대성)가 말세(末世)가 다가왔음을 인식한 이후, 그는 적어도 인류의 일부를 구하기 위해 교리를 발전시켰다. 대참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의 연중 의례를 치름으로써 그의 규칙을 준수해야만 한다. 비옥함을 주시는 땅의 어머니에 대한 감사절, 우리의 창립자에 대한 기념, 생명을 창조해 주신 하느님에의 감사, 매일 아침 4시에 30분간 해인경(海印經) 암송, 도덕적 발전(수도(修道)을 위한 매년 15일간의 입산 기간에 흡연과 음주를 삼가고 물, 소금과 쌀만 먹으며 생활하며, 외부세계와의 어떠한 접촉도 피하고 기도와 희생의례를 지낸다. … 전통적인 의상, 모자와 긴 머리를 함으로써 전통적인 한국의 관습을 따르는 것은 어디를 가든지 주의를 끌어서 행동을 한층 조심스럽게 하도록 만들고 지나친 기력소진을 막으며 태양에 대한 직접노출을 피하여 자연 질서를 따르도록 우리를 가르쳐주신 분께서 지시하였기 때문이다.
 
 
3) 위의 실천 방향과 관련된 세계일가공회의 목표 달성 방법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무척 다르다. 여기에는 공통의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도록 선택된 존재라는 강한 신념이 있다. 구제의 성공은 개인적 개선에 의존하기보다는 대체로 심오한 신념과 사명감 있는 활동을 통한 집단의 발전에 의존한다.
 
 
우리는 한님이 우주의 기원이고 신과 인간, 만물의 통합된 몸 즉, 총화체(總和體)이며 우주는 그에 의해 다스려져야 하는 집이라는 사실에 대한 증인이다. 임박한 세계의 종말기에 사탄은 한님께 대항하여 군대를 움직일 것이고, 한님께서는 사탄에 대적할 그의 144,000인의 군대를 모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군대다. 종말 시기에 하느님께서는 전 세계에 대한 통합국가가 될 하나의 나라를 세우실 것이다. 우리는 이 나라의 시작이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신과의 동일성을 재발견하고, 한님에 대한 믿음으로 통일되어 모든 거짓된 정치체제를 제거하여 한님의 지도로 모든 국가를 결집하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회원이 한님의 아이들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한 가족같이 여겨진다. 입회하기를 지원하면서 우리의 활동을 활발히 지원하는 모든 사람은 가족의 구성원으로 간주한다. 매일 아침 가족예배를 하고 한님의 날로 여기는 매주 토요일에는 공동예배를 가진다. 또한, 매주 화요일에는 통일 교리를 공부하기 위해 집회를 한다.
 
 
4) 성덕도에 의해 전파된 인간 개선을 위한 이 프로그램은 종교적 교리보다는 삶의 철학이다. 사회적 참여와는 대조적으로 자연의 공해 문제가 강력하게 느껴지고, 자신의 안팎에서 인간과 자연 간 조화의 회복이 시급하게 요청된다.
 
 
인간 고유의 선(善)한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피를 정화하고 몸을 재생시킬 우리의 환경(공기, 물, 땅)을 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종교에서 이러한 일들은 말로만 강조되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삶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삶은 고통과 욕망, 분노 등이 없이 조화로워질 것이다. 삶 속에서 (1) 본성에 반해 행하는 사람은 파멸할 것이므로, (2) 유기적이지 않은 형태에 대한 숭배인 미신에서 탈피하고, (3) 삶 속에서 교리에 따라 우리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의 기준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진정한 선한 본성을 회복한 후에 우리는 하늘의 법을 따를 수 있고 선한 자연법칙에 따라 살 수 있으며 진정한 종교로서 실천할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측면의 발전에 관심이 있다.
 
 
5) 원불교는 다가올 이상세계에 대비하여 신도들의 도덕적 개선을 위한 정교한 행위규범을 발전시켰다. 그중에서 신앙의 중심 관념 중의 하나인 일원상(一圓相)은 곧 절대적 불성의 구현으로서의 원이다.
 
 
길(道)은 원(圓)의 진리를 믿는 것이요, 진리로부터 나온 축복과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 우주에서 우리가 보는 만물은 부처일 뿐이다. 그러므로 언제 어디서나 실제 부처 앞에 있는 것처럼 만물을 향해 공손하고 신중하며 순수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를 지켜야 한다.

 
6) 그런데 이러한 관념은, 원불교가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천도교의 관념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하늘이 사람에게 있으므로[人乃天] 사람을 하늘 자체인 것처럼 대해야 한다[事人如天]. 이렇게 하면 자유와 평등 그리고 평화에 이를 것이다. 인류가 이런 교리를 따른다면 지상천국(地上天國)이 건설될 것이다.
 
 
  두 교리는 각각의 인간에게 부처와 하늘이 존재하므로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만 한다고 언명함으로써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요구한다. 원불교 사상에 관한 한층 상세한 지식은 창설자가 제시한 ‘일상 도덕 실천의 핵심’16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선언에서 제기된 요구는 개인적 신앙자가 도덕적 계발에 관심을 두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바꾸어 전반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강한 사회적 관심과 사명감에 찬 추진력을 보여 준다.
 
 
… 그러므로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본성의 평정을 지키자. … 어리석음을 제거하고 본성의 지혜를 지키자. … 그러므로 악을 물리침으로써 본성의 계율을 지키자. 믿음과 용기, 의문과 진실로써 불신과 탐욕,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없애자. 분노의 삶을 감사의 삶으로 변화시키자. 남의 도움에 의존하는 삶을 자신의 능력에 의지하는 삶으로 변화시키자. 배우고자 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꺼이 배우고자 하는 삶으로 변화시키자. 기꺼이 가르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꺼이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들로 변화시키자. 공공의 이익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식하는 사람들로 변화시키자.
 
 
  이러한 예를 통해, 현재 상황을 개선하고 더 낳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방식’에 접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다소 모호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술의 힘의 개인적 습득이나 선택된 민족이라는 작은 집단의 생존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이들은 모든 인류에 강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웃을 향한 인간의 행동이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다른 주제들이 있을지라도 한 가지 주제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 주제는 어떤 초자연적인 악의 힘이나 어떠한 비인격적인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의 조건에 대한 인간의 책임감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세계를 개선하기 위해 변해야 하는 것은 인간이다.
 
 
5. 나가는 말
 
  이 논문에서 나는 한국의 신종교를 과거 수백 년 동안 이 사회의 문제점들에 의해 제기된 도전에 대한 정신적 대응으로 보고자 했다. 나는 또한 이 대응이 이상 사회에 상반되는 관념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세 가지 방식의 진단으로 표현되었음을 보이고자 했고, 구상되는 이상(理想) 실현을 목표로 하는 개선 방법들을 제안했다. 나는 또한 이런 유형들이 개인적 교파들의 사상과 교리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를 알고자 시도했다. 
  오늘날 전 세계가 신종교운동의 파도에 휩쓸려 있다면, 이러한 발전의 이유와 그 신종교운동이 지니는 잠재적 기능에 대해 우리는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나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신종교의 역할에 대해 조소하거나 억누를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연구하고 그 기능들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기능들은 신종교운동이 대응했던 사회적 문화적 무질서의 양태를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육체의 고통이 단순히 진통제를 통해 치유될 수 없는 신체적 이상을 가리키듯이 신종교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잘못들을 억누르거나 무시한다고 해서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신종교의 역할은 신종교가 알리지 않았다면 무시했을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있을 것이다. 신종교가 말해야만 하는 이 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결점들에 좀 더 예민해지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편집자 후기>
  이상으로 푸르너 박사의 「한국 사회에서의 신종교」에 대한 논문을 소개했다. 이 논문은 종교학자의 시각으로 20세기 한국 신종교의 특색을 정리한 글로서, 평면적인 비교 차원에 그친 한계는 있다. 그렇지만 부족한 한국 종교에 대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를 전후한 당시의 한국 신 종교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하려 한 서양학자의 논문이란 점에서 신종교를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유용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당시 사회의 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지난 세기 중반으로부터 한국 사회의 발전 선상에서 신종교의 전개과정을 검토한 후, 이러한 신종교 운동으로 제기된 현실적 실천 방안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사회의 모델들까지도 비교·분석한다. 여기서 프루너 박사는 기성종교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새로 대두한 신종교들의 공통적 요소로써 민족주의적 선민사상에 기반을 둔 새로운 메시아의 출현 및 지상천국의 건설을 들고 있다. 이 글이 지난 152호에 소개되었던 것과 같이 대순진리회만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성격의 글이 아닌 만큼, 연원과 연계하여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많은 메시아와 그들에 의해 제기된 대안의 내용을 차별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는 못한 점은 자못 아쉽게 느껴진다. 한편, 신종교에 관한 기술에서도 기본 교리에 대한 분석보다는 소속 신자나 수도인들의 교화내용에 기초하여 소개한 부분 또한 한계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격변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 신종교의 양대 조류를 동학과 증산계열로 본 점, 증산계열 안에서 가장 큰 종단을 대순진리회로 본 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종교의 교리체계 및 비전과 관련된 비교연구를 통해 신종교의 긍정적 기능을 강조했다는 점 등, 한국 신종교에 대한 인식의 지평과 기반지식을 넓히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만, 대순진리 교리에 대한 불충분한 소개로 사상의 원뜻을 충분히 밝히지 못한 부분은 추후 심도 있는 교리연구와 함께, 이 시대에 참된 도덕을 밝히고 인륜을 행하고자 하는 수도인의 올바른 정신과 실천을 통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믿는다.
 
 

01 ※목차와 생몰연대 및 편집자 후기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가 삽입했다.
02 Gernot Prunner, “The Birthday of God: A Sacrificial Service of Chūngsan’gyo”, Korea Journal(1976, March), pp. 12-25 참조.
03 박인규, 《대순회보》 152호, pp.26~41.
04 이 논문에서 푸르너 박사가 사용하는 ‘증산교’ 개념은 무극도 계열로서의 대순진리회와 구분되는 증산 계열 내의 ‘증산교’라는 협의적 의미가 아니라, 증산계열 전체를 대표하는 가장 큰 종단이라는 광의적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다.
05 우주일주 평화총본부(KICCC)라고 하며 정도령과 같은 사명자이자 재립주로서 양도천 교주에 의해 1969년 창립되었다. ‘세계일주국가 중앙본부’라고도 한다. 양도천은 1969년 성결교회에서 추방된 범신론적 혼합주의자로 인본주의자임을 표방한다. ‘신조와 영약’을 내세우며 계룡산에서 창설된 기독교 계열 이단 종파이다. 양도천은 소위 신적 계시를 받아 영약이라는 세계일가공회의 신앙과 생활의 규범을 만들었고, 자신의 정도령적 사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정감록의 정도령설로서 기독교회의 메시아 사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도천은 세계일가공회의 정도령으로 자처하면서 “계룡산이 시온의 새 예루살렘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는 제2의 이스라엘이 된다.”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은 영통하여 신의 계시를 계속 받고 있다고 한다.
06 일명 청학동(靑鶴洞)이라고도 하는 일심교는 이 세계의 모든 종교의 유교화를 취지로 강대성이 세운 신흥종교이다. 정식 이름은 ‘시운기화유불선동서학합일대도대명 다경대길유도갱정교화일심(時運氣和儒佛仙東西學合一大道大明多慶大吉儒道更定敎化一心)’이다. ‘유불선 동서학 합일 갱정유도’를 내세우며, 변산 신선대에서 조선 시대 유교적인 생활습관을 그대로 쫓아 사서삼경을 읽고 상투 댕기 머리에 흰옷을 고집하며 신문학과 현대문명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1970년대 중반 무렵 신선대에서 지리산으로 이주해 청학동을 이루게 된 것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이들의 가옥은 한국 전래의 초가집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의생활도 전통적인 한복차림을 고수하고 있다.
07 신정일에 의해 창시된 단군계 신흥종교로서 민족의 고유 정신인 한얼을 인류에게 펼칠 것을 주장했다. 신정일은 경북대 재학 시절부터 전국의 사찰을 돌며 수도하던 중 1965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며 정치, 외교 분야에서도 활동했다.
08 1952년 김옥재(金沃載)와 도학주(都鶴姝)가 창설한 종교단체. 1952년 음력 5월 27일에 ‘성덕도 교화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는데, 본원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평천길 106-60번지에 있다. 김옥재는 물법계로 분류되는 김봉남(金奉南)과 사제지간이었으나, 후에 성덕도의 신앙을 통해 먼저 심성을 다스려 개과천선하는 것을 중시하였다. 1986년 2월부터 재단법인(성덕도 유지재단)이 되었고, 1997년부터는 성덕 전문대학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성덕도에서 ‘성’은 ‘유(儒)’, ‘덕’은 ‘불(佛)’, ‘도’는 ‘선(仙)’을 의미한다. 즉 성덕도는 유, 불, 선의 교합(敎合)을 지향하면서 이를 통해 자성 반성, 미신타파, 문맹 퇴치, 도덕정신의 함양을 4대 강령으로 삼고 있다.
09 행위를 규제하는 공통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혼돈 상태를 가리키며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이 주장하는 사회병리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로, 신경증 · 비행 · 범죄 · 자살 등의 사회 부적응 상태를 의미한다.
10 김종서, 『서양인의 한국종교연구』, (서울 :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p.138 참조. 김종서 교수의 이 책은 한국 민속종교와 신종교에 대한 연구 결과로서 1980년 2월 Korea Journal에 게재된 G. Prunner, “The New Religions in Korean Society,” Korea Journal, 20/2 (February 1980)을 인용한 것이다.
11 사회행위를 규제하는 공통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혼돈 상태를 말한다.
12 1917년 이순화가 창시한 신흥종교로 기독교의 신앙체계에 『정감록』 등 비결신앙과 유·불ㆍ선의 사상 내용을 혼합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13 강대성은 1928년 전북 순창의 회문산(回文山)에 있는 금강암(金剛庵) 터에 초가 3칸을 짓고 부인 문 씨와 10세 된 아들 용학(龍鶴)과 함께 부부자 3인(夫婦子三人)의 본격적인 고행과 정진에 들어갔다. 그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로 보면 하늘은 선(仙)이고 땅은 불(佛)이며 사람은 유(儒)이고, 인간 부부자(夫婦子) 3인으로 보면 아버지는 선이고 어머니는 불이며 아들은 유”라고 하며 정진을 계속하던 중, 1929년 7월 도통(道通)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상제(上帝)로부터 광제창생(匡濟蒼生)하라는 천지공사(天地公事)의 대임(大任)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천지공사의 대임은 부부자 3인이 분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세상의 온갖 죄악과 병독을 모두 거두고 인간 세상을 해원(解冤)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몸소 대신할 누군가가 삶과 죽음을 서로 바꾸는 생사교역(生死交易)이 필요했다. 인간 세상을 해원시키기 위해 생사교역을 하다가 생사교역을 마친 후 강대성은 4~5년 동안 여광여취(如狂如醉) 상태로 여러 지역을 방랑하고 다니면서 세상인심을 탐지한 다음, 1934년 진안 운 장산에 들어가 세상의 병독(病毒)을 치유할 해인약(海印藥), 즉『해인경(海印經)』을 비롯한 수많은 경전들을 집필하는 한편, 이후 갱정유도 도단 체제를 본격적으로 갖추었다.
14 1973년 배용덕(裵容德)에 의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설립된 증산교(甑山敎) 계열의 신종교이다. 1972년부터 증산사상연구소를 건립하여《증산사상 연구》논문집을 22권 가량 출간하였다. 단군, 최수운, 증산 상제님으로 이어지는 삼단신앙을 제창했다.
15 여호와 새일교회(1965~1972)는 은혜시대가 아닌 환란의 시대가 오면 “여호와가 새 일을 행하신다.”하여 ‘여호와 새일교’라고 이름을 정한 신비주의 계열의 이단이다. 교주 이유성이 죽음을 맛보지 않는 영생을 주장하다가 그 자신은 객사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추종자들이 이유성의 부활을 믿고 제각기 정통 ‘새일 교회’라고 하며 그 이단성을 계승하고 있는 집단이다.
16 원불교의 교강 9조로써, 교리의 핵심인 ‘일상수행의 요법’을 말한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