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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0년(2010)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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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니그로다 사슴 왕

니그로다 사슴 왕

 

 

글 교무부

 

  먼 옛날, 바라나시01에서 브라흐마닷타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브라흐마닷타왕은 사슴 고기를 매우 좋아해서 고기가 없으면 아예 밥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사슴 사냥을 하러 갔는데, 그때마다 백성들을 불러 몰이꾼으로 썼다. 그 탓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백성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다.

  “왕의 사슴 사냥 때문에 농사를 지을 시간이 없어요!”

  “이러다간 모두 굶어죽겠어! 무슨 방법이 없을까?”

  백성들은 한참 동안 고민했다. 당시 숲에는 천여 마리의 사슴이 살고 있었는데, ‘니그로다’라는 사슴 왕과 ‘사카’라는 사슴 왕이 각각 오백 마리씩 거느리고 있었다. 백성들은 의논 끝에 사슴들을 유인하여 가둬두기로 결정했다.

  다음 날, 그들은 궁전 뜰에 먹이와 물을 마련했다. 그런 다음 사슴 떼를 몰아와 주변에 울타리를 쳐버렸다. 그날도 어김없이 사슴을 사냥하러 나왔던 왕은 울타리 안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사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저렇게 많은 사슴들이 궁전 뜰에 있다니?”

  “왕이시여! 이제 힘들게 멀리 나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있는 사슴들을 사냥하셔서 편히 드시면 됩니다.”

  왕은 백성들의 말에 흡족해졌다. 그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사슴들을 둘러보다가 털이 온통 황금빛으로 된 사슴 두 마리를 발견했다. 니그로다 사슴 왕과 사카 사슴 왕이었다. 브라흐마닷타왕은 이를 상서롭게 여겨 그 두 마리만은 다치지 않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다음 날부터 왕은 매일 혼자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활을 쏘아 사슴을 잡았다. 매일매일 한 마리씩 죽어나가자 사슴들은 왕의 모습이 보이기만 하면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서로에게 부딪쳐 다치기도 했다. 보다 못한 니그로다 사슴 왕이 사카 사슴 왕을 불렀다.

  “사카 왕이여, 우리는 높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으니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다오. 그럼 차라리 차례를 정하는 것이 어떻겠소? 언제 잡힐지 몰라 불안하게 사는 것보다는 나을 듯하오.”

  “듣고 보니 그러하군요. 자기 차례가 되면 스스로 울타리 틀에 목을 걸치도록 합시다. 그렇게 하면 단 하루라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겠지요.”

  두 사슴 왕은 니그로다 무리와 사카 무리에서 번갈아 가며 한 마리씩 차례로 돌아가며 죽음을 맞이하기로 합의했다. 사슴이 한 마리씩 울타리 틀에 목을 걸치고 있게 되자 왕은 몸소 활을 쏘지 않고 요리사를 시켜 잡아오도록 했다. 끌려가는 동료를 보던 사슴들은 그 모습이 곧 자기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슬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카 무리의 사슴 중에서 새끼를 밴 암사슴이 죽음을 맞이할 차례가 되었다. 암사슴은 사카 왕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암사슴과 새끼의 운명이라며 그 청을 거절했다. 새끼를 포기할 수 없었던 암사슴은 니그로다 사슴 왕에게 가서 호소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새끼를 낳은 다음에 차례를 맞이하게 해주십시오.”

  “사정이 매우 딱하구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만 가 보거라.”

  암사슴은 니그로다 사슴 왕에게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요리사는 사슴을 끌고 오기 위해 울타리로 향했다. 그런데 하필 왕이 살려 두라고 했던 황금빛 사슴이 눈을 감은 채 울타리에 목을 걸치고 있었다. 그는 왕에게 뛰어가 사실을 고했다. 요리사의 말을 들은 왕이 급히 달려 나왔다.

  “황금빛 사슴아! 너는 돌아가도 된다.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이 없다.”

  왕의 목소리에 눈을 뜬 니그로다 사슴 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사한 말씀이오나, 오늘은 새끼를 밴 어미 사슴이 차례가 되어 제가 대신 나온 것이니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브라흐마닷타왕은 충격을 받았다. 한낱 짐승에 불과하지만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 모습에 갑자기 지금까지 자신이 행해온 것들이 부끄러워졌다. 미안해진 왕이 말했다.

  “나는 너처럼 자비심이 많은 자를 사람들 속에서도 보지 못했다. 너로 인해 내 눈이 뜨이는 것 같구나. 너와 암사슴의 목숨을 살려 주겠노라.”

  왕을 바라보던 니그로다가 물었다.

  “저희 둘의 목숨은 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다른 사슴들은 어찌합니까?”

  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들도 모두 풀어 주겠노라.”

  왕의 대답에도 니그로다는 여전히 울타리 틀에 목을 걸친 채로 물었다.

  “사슴들은 죽음을 면했지만 다른 네 발 가진 짐승들은 어찌합니까?”

왕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육류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자신의 입맛을 위해 생명을 함부로 죽여 왔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좋다. 그들의 목숨을 보호하겠노라.”

  어렵게 대답했지만, 니그로다의 물음은 계속되었다.

  “왕이시여, 네발 가진 짐승은 안전하게 되었지만 두발 가진 새들은 어찌합니까?”

왕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좋다. 그들의 목숨도 보호하겠노라.”

  니그로다는 물음을 멈추지 않았다.

  “왕이시여, 새들은 안전하게 되었지만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은 어찌

합니까?”

  왕은 또다시 고민했다. 한참 후,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좋다. 앞으로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보호하겠노라.”

  니그로다 사슴 왕은 그제야 브라흐마닷타왕에게 절을 한 후에 사슴들과 함께 숲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지도자의 자세, 숭고한 희생정신, 생명 존중 등,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남을 위해서 소중한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니그로다 사슴 왕. 우리는 평소 남을 얼마나 돕고 살아가고 있는가? ‘남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돌이켜 보며 생각해볼 문제이다.

 

 

 

 

참고문헌

ㆍ 지안 스님 譯, 『수타니파타(Sutta-nipata)』, 지만지, 2008

 

 

 


01 인도의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 있는 도시로, 옛 이름은 베나레스(Benar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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