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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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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에세이 : 앞 수레의 뒤집힌 바퀴 자국

앞 수레의 뒤집힌 바퀴 자국



교무부 조규제




  수레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로 기원전 3000년경에 서아시아에서 실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레의 발명으로 인간은 몸으로 이고, 지고, 들고 다니던 불편함에서 해방되었다. ‘수레[車]’가 들어간 속담 중에는 중국 역사에서 뛰어난 참모로 알려진 가의(賈誼, 기원전 200∼기원전 168)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가의는 전한 시대 사람으로 제자백가(諸子百家) 사상에 능통했던 천재 유학자였다. 가생(賈生)으로도 불렸던 그는 상제님께서 김송환에게 외워주신 한시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01 20세에 박사가 되었고 1년 만에 황제의 참모인 태중대부가 되었으나, 뛰어난 능력으로 여러 폐단을 개정하는 건의를 하며 황제의 총애를 받자 이를 시기한 고관대작들의 모함으로 좌천된 후 32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다. 소동파(蘇東坡)로 더 잘 알려진 소식(蘇軾, 1037~1101)은 「가의론(賈誼論)」에서 그가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였다.02 다음은 가의가 한(漢)나라 5대 황제 문제(文帝, 기원전 202~기원전 157)에게 상주한 글이다.


“앞서가던 수레가 뒤집히면 뒤에 오는 수레는 (절로) 조심한다.”라고 했습니다. 무릇 삼대03가 장구하게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지난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빼어난 이들의 지혜[聖智]를 본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秦)나라가 빨리 망한 까닭도 그 지나온 자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피하지 않는다면 뒤에 오는 수레도 뒤집히게 됩니다.04


  위 인용문을 보면 가의는 “앞서가던 수레가 뒤집히면[前車覆] 뒤에 오는 수레는 (절로) 조심한다[後車誡]”는 중국의 속담을 들어 진나라의 멸망을 ‘앞서가던 수레가 뒤집어진 것’에 비유하였다. 그는 한 문제에게 진나라의 멸망 원인을 잘 살펴야 하고 만약 그것을 피하지 않는다면 진나라처럼 전복될 것이라 하였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앞 수레의 뒤집힌 바퀴 자국’이라는 뜻의 ‘전거복철(前車覆轍)’인데 줄여서 ‘전철(前轍)’이라고도 한다. 이는 주로 앞서간 사람의 실패한 사례를 교훈으로 삼을 때 쓰인다.




  가의는 진나라가 실패한 원인으로 인의(仁義)를 돌보지 않고 잔혹한 형벌과 법령을 적용하여 백성들을 다스렸기 때문이라고 건의하였다. 한나라 문제는 이를 받아들여 여러 가지 정책을 펴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단한 백성들의 세금을 경감해 주는 한편 많은 비용을 들여 100일 동안 치르던 장례 절차도 3일로 간소화하도록 하였다. 또한 사면령을 내려 억울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연좌제와 가혹한 형벌도 폐지하였다. 이렇게 문제는 여러 가지 폐단을 개혁하고 인의를 베풀어 태평성대를 실현하였기에 중국 역사에서 4대 명군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진나라의 정책과 같은 강압적 방식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나타난다. 강압적인 태도는 보통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모습을 띤다. 이러한 일방적인 태도는 자기 생각이나 판단이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여 부당하다는 생각에 반발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진나라가 백성들의 반발로 멸망한 것처럼 인간관계가 어그러져 실패한 전철을 남길 수도 있다.
  한 문제는 강압적인 태도가 아닌 ‘성인의 지혜’를 바탕으로 백성들을 잘 살펴 태평성대에 이르는 바른길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바른말을 귀담아듣고 개혁을 실천하였기에 성군이 되었다. 우리의 수도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수도는 태평성대라 할 수 있는 화평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길이다. 그래서 전철을 잘 살펴 자신을 혁신하며 나가는 수행의 자세는 우리의 단짝이 되어야 할 듯하다.
  전한 시대 문제는 ‘뒤집힌 수레의 흔적’을 피해서 훌륭한 업적을 이루어 후세에 명군이란 이름을 남겼다. 우리의 수도 생활에서 목적지로 가는 지혜는 도전님의 말씀이 담긴 『대순지침』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전철’을 살펴 바른길을 찾는 수행의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인륜을 밝혀 나가는 포덕, 교화, 수도의 수행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도전님의 말씀을 지침으로 삼아 지혜를 얻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 『대순지침』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01 「전경 속 역사 인물: 가생(賈生)」, 《대순회보》 76호(2007).
02 『소동파산문선』 「가의론」, 조규백 역주 (서울: 백산출판사, 2016), pp.49~60 참고.
03 중국 역사에서 상고시대라 할 수 있는 하(夏), 은(殷), 주(周)를 흔히 삼대(三代)라 칭한다.
04 반고, 『한서열전(漢書列傳)』 「가의전(賈誼傳)」, 이한우 옮김 (서울: 21세기 북스, 2020),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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