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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둘러보기 : 도장 단청의 멋, 연화머리초

도장 단청의 멋, 연화머리초



출판팀 한상덕


 ▲ 여주본부도장 심우도 상단의 연화머리초 (2023년 5월 31일 촬영)



  숭도문 앞에 서면 담장 너머로 금단청을 수놓은 건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장엄하고 아름답게 장식된 도장 건물의 대들보와 기둥마다 활짝 핀 연꽃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의 가로 부재인 창방이나 대들보의 양단에 장식된 단청 문양을 ‘머리초’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단청의 연화머리초는 중국과 일본의 단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다양한 양식을 띄는 문양으로 우리 도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물에서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다.
  예로부터 연꽃은 생명 창조의 상징이었다. 연꽃의 이런 상징은 불교의 교리와 연결해 초탈(超脫), 보리(菩提), 정화(淨化) 등 관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민간 신앙에서 연꽃은 다산(多産)의 의미로 발전되었다. 연꽃의 강한 생명력 때문에 중국의 민간 신앙에는 ‘연생귀자(連生貴子)’라는 말이 있다. 귀한 아들을 연이어 많이 낳기를 축원하는 뜻이다. 연꽃의 연(蓮)과 연생의 연(連)이 같은 음으로 연꽃의 독특한 생장 특성을 이용해 다산의 의미로 승화시킨 것이다.
  또한 연꽃은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기 이전부터 도교와 유교에서 군자의 상징으로 비유되었다. 송대 유학자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국화는 속세를 떠난 은자요, 모란은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군자라 생각한다(予謂菊花之隱逸者也, 牡丹花之富貴者也, 蓮花之君子者也)”라고 찬양하였다. 이처럼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청아하게 피어나는 연꽃을 유교에서는 덕망 높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겼다.


 ▲ 송대 편찬된 『영조법식(營造法式)』에 수록된 머리초



  이미 고려시대 단청 유물에서부터 나타나는 연화머리초는 한국 단청의 가장 중요한 문양으로 쓰이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양 요소의 결합과 재구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각 문양 요소의 정확한 출처나 상징 의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화머리초는 사찰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향교나 서원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단청 문양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처마 아래로 다채롭게 꾸며진 머리초가 눈에 띈다. 창방ㆍ평방ㆍ도리ㆍ대들보 등에 그려지는 것 외에 기둥머리, 서까래 끝과 부연 끝에 그려지는 무늬도 포함된다. 머리초의 문양은 대부분 화초로 꾸며진다. 형태나 색채가 다양하고 아름다우며 문양화하기 좋은 점이 특징이다.



  머리초의 종류는 크게 구성 형태와 꽃의 종류에 따라 분류한다. 무늬의 구성 형태에 따라 일반머리초와 관자머리초, 병머리초, 장구머리초, 겹장구머리초 등으로 나뉜다. 배치 형태에 따라서는 온머리초, 반머리초 등이 있다. 꽃의 종류에 따라 연화, 주화, 모란, 국화 등이 있다. 그중 연꽃은 머리초 문양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꽃 자체가 순결 청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장식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궁궐과 사찰에 널리 사용되었다.
  연꽃 문양은 꽃잎 모양에 따라 기본적인 연꽃 문양과 파련(波蓮), 웅련 등이 있다. 그중 불로초를 닮아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궁실, 전각에 널리 쓰이는 파련은 도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꽃 문양은 형태가 미묘하고 색채도 다양해서 건물을 웅장하게 장엄하는데 많이 쓰인다.



  우리 도장에서도 아름답게 도채된 머리초를 건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도장 건물에 장식된 단청 문양을 간략히 살펴보면, 머리초는 연화ㆍ주화(朱花) 등을 사용하였다. 그중 연화는 대표적인 머리초 양식으로 본전에서 주로 쓰인다. 여주본부도장의 경우 좁은 평방에는 연꽃 머리초가, 넓은 창방에는 파련 머리초가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연화머리초를 넣기에 좁은 부재의 양단에는 주화머리초로 꾸며져 있다.


 ▲ 여주본부도장 일각문과 종각의 단청 (2023년 12월 25일 촬영)



  우리 문화의 역사적 전통에서 연꽃의 의미를 살펴보면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연꽃을 이르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과 화과동시(花果同時)라는 말이 있다. 처염상정은 진흙에서 자라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맑은 본성을 지녀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말이다. 또한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혀 화과동시라고 한다. 이는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야 이웃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며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것 자체가 바로 깨달음의 삶이라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쉽게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꽃에는 어떠한 환경에도 더럽혀지지 않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멸하지 않는 본성이 내재해 있으며, 그 본성은 어느 순간 인연을 만나게 되면 완성을 이룰 수 있고, 우주의 만물은 인과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도장 단청의 연화머리초에는 진흙 속에서도 맑은 본성을 간직한 연꽃과 같이 우리 도인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날까지 한마음으로 수도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참고문헌】
김왕직, 『알기쉬운 한국건축용어사전』, 파주: 도서출판동녘, 2008.
곽동해, 『한국의 단청』, 서울: 학연문화사, 2002.
임영주, 『문양으로 읽어보는 우리나라 단청Ⅰ』, 서울: 태학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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