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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8년(2008)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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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으로 : 말할 수 없는 비밀

말할 수 없는 비밀

 

글 교무부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국내 개봉 2개월 전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역대 영화 평점 1위를 달리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또한 지난해에 수입된 이 영화의 OST는 개봉 전에 이미 품절되었고 추가 수입된 분량도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영화는 물론 음악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영화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있는 것일까? 이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천부적인 피아노 실력을 지닌 상륜(주걸륜)은 예술 고등학교로 전학 온 첫날 교실 복도를 걷다가 낡은 음악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듣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샤오위와 만나게 되고 같은 반인 그녀에게 곧 호감을 느낀다. 상륜은 그녀가 연주했던 곡에 대해 물어보지만, 샤오위는 “그건…말할 수 없는 비밀이야.”라고 할 뿐,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상륜은 몸이 약해 자주 결석을 하는 그녀가 불쑥 불쑥 나타나 짓궂은 장난을 걸어올 때면 싫지 않은 표정으로 반갑게 맞이한다.

 

 

  그들은 함께 나무로 둘러싸인 초록빛 시골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하교하고 연습실에서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는가 하면 레코드 가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첫사랑의 싱그러운 감정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상륜은 귀한 악보를 걸고 학교에서 가장 피아노를 잘 치는 선배와 일명 ‘피아노 배틀(Piano Battle)’을 벌인다. 선배의 연주를 상륜이 그대로 따라하면 이기는 게임. 선배가 난이도 높은 연주를 선보이지만, 상륜은 신기에 가까운 연주실력을 발휘해 악보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그것을 샤오위의 집에 들렀을 때 그녀에게 전하자 이내 감동한 샤오위도 상륜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렇게 둘만의 사랑을 키워가던 어느 날 상륜이 샤오위에게 전한 사랑의 쪽지가 그에게 호감이 있던 칭요에게 잘못 전달되면서 샤오위의 오해를 사고 만다. 그 일이 있은 후 등교하지 않는 샤오위에 대해 상륜은 그녀가 천식 때문에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쉰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렇게 5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뒤 상륜은 졸업식 연주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샤오위를 발견하고 이내 그녀의 뒤를 쫓는다. 그러나 동급생들에게 그녀의 행방을 물었을 때 그들은 전혀 그녀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상륜은 샤오위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다른 친구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의문의 실마리를 풀고자 샤오위의 집을 찾은 상륜은, 그곳에서 그녀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그녀가 20년 전 남자 친구에게서 받았다는 선물은 바로 자신이 준 것이었고, 재학시절 그녀의 담임은 자신의 아버지였다. 그래서 상륜은 아버지를 통해 이 모든 미스테리를 풀 수 있는 샤오위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듣게 된다. 여기서 영화의 스토리는 극적인 반전을 보이며 샤오위의 시각에서 상륜과 만난 날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연습실의 낡은 피아노와 그녀가 연주했던 곡(The Secret)이 있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상륜은 곧 철거가 될 피아노 연습실로 달려가 목숨을 걸고 그 곡을 연주하는데…, 과연 이들의 사랑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개봉 3주 만에 6만 관객을 동원하며 중화권 멜로물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했다. 피아노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영상과 독특한 스토리 전개로 관객들의 꾸준한 발길을 끌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에 중화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만 금마장(金馬奬) 영화제에서 올해의 대만영화상과 주제가상, 시각효과상 등을 석권했다. 가수 겸 연기자로 큰 인기를 끌어 국내에서는 ‘중화권의 비’로 불리는 스타 주걸륜(周杰倫, 30세)이 14살에 겪었던 첫사랑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에서 주걸륜은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고, 피아노 배틀에서 보여준 연주는 대역 없이 모두 소화해내 음악가로서 그의 천재성을 잘 드러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의 극적인 반전과 피아노를 소재로 한 음악 영화이기 때문이다. 중반까지 첫사랑의 풋풋한 멜로 분위기를 이어가던 이 영화는, 시한부를 소재로 한 것이라 여겨질 쯤 20년이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환타지로 급변해 신선함을 준다. 시공간의 변화란 설정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피아노를 매개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피아노 연주 장면의 독특한 연출,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전개 등이 영화의 흥미를 더해 주었다. 특히 피아노 내부를 보여주며 쇼팽의 흑건과 왈츠를 연주한 ‘피아노 배틀’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첫사랑과 함께 연주하는 장면 또한 음악 영화를 사랑하는 국내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환타지적 반전보다 청춘 남녀가 만나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순수한 사랑과 감미로운 음악의 조화였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주목해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상륜이 샤오위의 실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며 책상에 앉아 있을 때, 20년 전 샤오위가 죽기 직전 책상 위에 화이트로 쓴 “난 널 사랑해…, 넌 날 사랑하니?”라는 글씨가 그의 책상에 새겨지는 장면이다. 이를 계기로 상륜은 샤오위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상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 20년이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두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샤오위의 진실되고 간절한 마음을 보면서 수도인들의 마음가짐 또한 그러해야 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상제님께서 최익현이 순창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시고 “일심의 힘이 크니라. … 일심을 가진 자는 한 손가락을 튕겨도 능히 만 리 밖에 있는 군함을 물리치리라.”(교법 3장 20절)고 하셨으니, 수도인들이 어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그 일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一心]이 있으면 그것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정보

ㆍ감독ㆍ각본ㆍ주연 : 주걸륜

ㆍ출연자: 주걸륜(상륜), 계륜미(샤오위), 증개현(칭요), 황추생(샹륜 아버지)

ㆍ상영시간: 101분

ㆍ제작국: 대만, 홍콩

ㆍ장르: 드라마, 환타지 멜로

ㆍ개봉: 2008. 01. 10

 

◈ 영화상식

*프레임(Frame): 필름에서 상이 맺힌 하나의 독립된 공간으로서, 사진이나 한 장의 그림에 해당하는 영화의 시간적 최소단위를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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