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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0년(2010)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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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삼 년 걸린 과거길

삼 년 걸린 과거길

 

 

글 교무부

 

  어느 마을에 소작(小作)을 주며 살던 양반이 있었다. 가진 논밭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부족함은 없었다. 부부의 금슬도 좋은 편이었으나 혼인하고 몇 년이 지나도록 자식을 얻지 못했다. 근심이 깊어진 부부는 자식 하나만 점지해 달라고 천지신명께 지극정성으로 빌었다. 그 기도가 효험이 있었는지 늘그막에 아들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그 집에 왔다. 부부가 시주(施主)를 하는데 스님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애석한지고. 이 댁의 아이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상이구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부부는 사색(死色)이 되어 스님에게 물었다.

  “아주 어렵게 얻은 자식입니다. 어찌하면 화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제발 좀 가르쳐 주십시오!”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던 스님은 얕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평생 남한테 원성(怨聲)을 사지 않는다면 무사할 수 있을 것이오.”

  “정말 그렇게만 하면 괜찮겠습니까?”

  “그 방법 밖에 없을 듯 하오만… 쉽지는 않을 것이오.”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스님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날 이후부터 그들은 조심조심해서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자라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됐을 때부터는 남에게 원성 살 일을 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또 타일렀다. 다행히 아이도 천성이 착했던 모양인지 남한테 썩 잘했다. 싹싹하게 인사도 잘했고, 말도 조심히 해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고,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손수 나서서 도와주는 등등 어디 한군데 나무랄 데 없을 만큼 처신을 잘했다.

  어느덧 아이는 자라 어엿한 선비가 되었다. 당시의 선비들이 그러했듯이 그도 과거를 보러 한성(漢城)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부모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과거를 보러 가면 보통 한 달 정도 걸어가야 했다. 한성과 가까운 지역에서 출발하거나 말을 타고 간다고 해도 며칠은 걸리는 먼 거리였다. 더군다나 호랑이한테 물려 죽을 팔자라는데, 가는 길이 온통 산길이거나 고갯길이니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부부는 아들을 불러 혹시라도 남에게 원성 산 일이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해본 아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이 없습니다.”

  “정말이냐? 단 한 가지라도 있으면 한성에 보내 줄 수 없다.”

  아들은 다시 한 번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역시나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정말로 남에게 원성을 산 적이 없다고 대답 하고서야 겨우 과거를 보러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행장을 꾸려 길을 떠난 아들은 산길도 넘고 고개 길도 넘으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러다 어느 험한 산길에 접어들었는데 사람 그림자는커녕 풀이나 나무만 우거져 있어서 적막강산이 따로 없었다. 슬슬 해가 질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아무리 가도 인가(人家)나 주막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걸음을 재촉하려는 찰나, 앞쪽에서 시퍼런 불이 번뜩거리는 것이 보였다. 불길한 예감에 머리카락이 쭈뼛거렸다. 그러나 뒤돌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천천히 발을 떼며 앞으로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몇 걸음 못가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안광을 번뜩이며 아들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하마터면 뒤로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지만 겨우 버티고 섰다. 요동치는 심장 때문인지 다리까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 아들은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여태껏 남에게 원성 살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분명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낮게 그르렁 거리던 호랑이가 아들에게 말했다.

  “이제야 오는구나. 네가 지은 죄가 있으니 목숨을 내놓아야겠다.”

  아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철들 무렵부터 그의 부모는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고, 그 역시 순종하여 따라왔다. 억울한 마음이 든 아들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이유를 물었다.

  “죽더라도 죄명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네가 지은 죄를 모른다는 말이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습니다.”

  “네가 다섯 살 때, 한 사람을 마을에서 쫓겨나도록 만들어 놓고 모른다는 말이냐?”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다섯 살 때, 하루는 양친(兩親)이 모두 친척집에 가게 되서 이웃집 농사꾼 아낙에게 맡겨진 적이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철이 없어 아낙이 말려도 계속 분탕질을 하며 놀았다. 참다못한 아낙이 그의 엉덩이를 한번 꼬집었는데, 양친이 돌아오자마자 그 사실을 일러바쳤다. 당연히 화가 난 아이의 부모는 그 아낙이 부치던 땅을 빼앗아 버렸다. 농사꾼이 땅을 잃었으니 더 이상 살아갈 방법이 없어서 결국 그녀는 마을을 떠났다. 아무리 나이가 어렸다고 해도 원성 살 행동을 했으니 딱히 대꾸할 것도 없었다. 체념한 그는 호랑이에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제 목숨을 거둬 가십시오.”

  아들은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호랑이는 그를 잡아먹으려고 들지 않았다.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더니,

  “제 잘못을 알고 비는 사람을 차마 어쩌지 못하겠구나. 대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 고개를 넘으면 외딴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에 그때 쫓겨난 아낙이 살고 있다. 거기에 가서 삼년 동안 머슴을 살며 부자로 만들어주면 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고는 어디론가 바람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목숨을 건진 아들은 호랑이가 시키는 대로 아낙의 집을 찾아가 삼 년 동안 사경 한 푼 안 받고 억척같이 일해서 부자로 만들어 줬다. 그랬더니 어느 날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 이제 되었으니 갈 길을 가라고 일러 준 후 사라졌다. 그래서 겨우 다시 한성으로 출발한 아들은 과거에 급제해서 원님이 되었다. 그는 원님이 되어서도 백성들과 함께 농사를 지었는데, 일을 워낙 잘해서 백성들에게 ‘상머슴 원님’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남의 원성을 산다는 것은 곧 척(慼)을 짓는다는 뜻이다. 척은 자신이 남을 미워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남의 호의를 거스르는 사소한 행동에서도 발생된다고 하였다. 분명 남의 원성을 사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남을 사랑하고 어진 마음을 가져 온공(溫恭) 양순(良順) 겸손(謙遜) 사양(辭讓)의 덕으로써 남을 대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01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실천해보자.

 

 

 

 

참고문헌

ㆍ서정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2』, 현암사, 2006.

 

 

 


01 대순진리회 교무부, 『대순진리회 요람』, pp.19~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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