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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37년(2007)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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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으로 : 인생(人生, Lifetime)

인생(人生, Lifetime)

 

‘역사의 파도 아래 가려진 인생이야기’

 

 

글 교무부

 

  새벽의 어스름 저 편에서 한 인생의 여정이 소리 없이 시작된다. 역사의 파도에 쓸려 잊혀질 자잘한 인생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역사가 전하지 못하는 절실하고 애절한 인간의 몸부림과 강한 체취가 있다.

 

 

 

  1940년대의 중국, 지주의 아들 부귀는 도박으로 재산을 잃고 아내마저 집을 떠난다. 하지만, 새 삶을 살아가려는 그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오면서 그의 진짜 인생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림자극(대사·노래·기악 따위에 맞추어 인형을 조작하여 앞쪽 스크린에 그림자를 비추어 하는 연극)으로 어렵게 살림을 일구던 그는 국공내전이 발발하자 영문도 모른 채 국민당 군대에 끌려간다. 내전의 승세는 공산군에게 돌아가고 부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지만 공산군에게 다시 끌려간다. 부귀는 그들에게 그림자극을 보여주며 목숨을 유지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가족들에게 돌아온다.

  얼마 후 중국에는 마오쩌둥에 의해 대약진운동의 바람이 불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그의 가정에는 또 다시 불행이 찾아온다. 그의 외아들이 학교 담장에 기대 졸다가, 후진하는 트럭이 무너뜨린 담벼락에 깔려 죽은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맞이하고, 부귀의 딸은 홍위병 청년과 결혼해 아이를 가진다. 출산의 기쁨도 잠시, 부귀의 딸은 출산 과정에서 피를 많이 흘려 숨을 거두고 만다.

 

 

  장예모 감독의 ‘인생’에는 오래 두고 음미할 만한 그 맛이라는 것이 있다. 중국 격변기 1940년대의 역사를 배경에 두고 있지만 정작 그가 그려내는 건 역사라기보다는 평범한 ‘인생’ 이야기이다. 바로 거기에서 소박한 듯 은은한 영화의 정서가 우러난다.

  대약진운동, 국공내전,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 근대사의 이념적 소용돌이 속에 영문도 모른 채 휘말려 들어간 부귀, 그의 이야기에는 이념보다 더 진솔한 인간의 삶이 있다. 그 삶 내부에는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이 있고, 그것은 가족과 이웃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지속된다. 생을 지속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단순하지만 가장 절실한 것이다.

  삶의 모습은 역사와 이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답다. 부귀가 가족의 정을 통해 새 삶을 시작하고 자녀와 아내를 사랑하며 시대를 극복하는 모습은, 평범한 듯하지만 살냄새 가득한 인간 본래의 모습이다. 그래서 감독은 역사와 이념에 가려진 인간의 작은 삶을 조명한 뒤, 오히려 그것을 역사와 이념보다 높은 자리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장예모 감독은 그러한 의미의 전달을 위해 카메라 연출에 있어 롱숏(Longshot)과 롱테이크(Longtake)를 적절히 이용한다. 롱숏은 여러 장면에 고루 쓰여 극의 관조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롱테이크 기법은 마지막 장면에서 볼 수 있는데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 부귀와 아내, 사위 그리고 손자가 함께 음식을 나누며 정겹게 대화하는 장면은 자막이 끝날 때까지 하나의 구도에 고정돼 길게 늘어진다. 고달픈 삶을 위로하듯 메인테마가 흐르는 이 때, 카메라의 시선은 인간을 관조하는 신의 눈길 같고 음악은 따뜻한 그의 손길 같다. 두 부부의 삶의 여정은 그 장면 속에 수렴되어 희망의 결말로 끝맺는다.

  삶의 추상적 의미로 가득한 영화의 특성상 카메라의 기법 이상으로 작품에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의 의미는 주로 인물의 표정과 몸짓에 의존하고 그들이 연기 속에 담아내는 리얼리티의 밀도에 따라 영화의 생명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배우이자 칸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의 갈우, 세계적인 중국여배우 공리의 수준 높은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충분히 높이고 있다. 연기에서 우러나는 온기는 영화를 보는 매 순간 식지 않을 정도로 충만하다.

  저녁의 땅거미에 하루가 저물면 한 인생의 여정도 저물어 간다. 생의 고통이 주름으로 각인되고 볼은 야위었지만, 눈빛은 삶의 의미로 반짝인다. 시대의 여울 속에서 생을 이어가고 자손과 희망을 남기는 그 모습은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진솔한 해답이 된다. 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가족을 아끼고 이웃과 함께 시대의 고통을 함께 이겨가는 것은 역사책이 담지 못하는 근원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그 속에서 시대의 물결이 흐르며, 역사의 성장도 있을 수 있다.

  가끔 삶의 허무가 느껴지고 이루고자 하는 이상이 멀게만 느껴질 때, 파묻혀 보이지 않는 인생의 뿌리를 생각해보자. 그 순간, 가족의 사랑과 내 삶의 현실이라는 인생의 뿌리를 충실히 가꾸지 못했음을 가만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정보

ㆍ감  독 : 장예모

ㆍ원  작 : 여화의 소설 ‘활착(活着)’

ㆍ각  본 : 여화

ㆍ주  연 : 갈우(부귀 역), 공리(부귀의 아내 역)

ㆍ상영시간 : 125분

ㆍ제 작 사 : 상해영화제작소(중국·대만 합작)

ㆍ제작연도 : 1994년(개봉 : 1995.5.27)

ㆍ수  상 : 1994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우주연상, 박애주의상 수상, 1994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1994년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

 

영화상식

ㆍ롱테이크(Long take) : 하나의 장면(컷, 숏)을 끊지 않고 길게 촬영하는 기법으로 이 영화의 끝부분에서 볼 수 있다. 사건의 광경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여 주는 방식과는 다르게, 방관하듯 보여줌으로써 장면을 해석하고 관조(觀照)할 권리를 관객에게 부여한다.

ㆍ롱숏(Long shot) : 카메라를 멀리서 잡아 풍경 전체를 담는 촬영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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