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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종
소하의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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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종족이나 언어를 표현할 때 한족(漢族)·한어(漢語)·한자(漢字)와 같이 모두 ‘한(漢)’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스스로의 뿌리를 한(漢)나라에 두고 있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는 진나라였지만, 진나라는 한족이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에다가 진시황의 전제적 폭정 때문에 중국의 대표성을 띤다고 인정받기 어려웠다.

이에 반해 한나라(BC206~AD220)는 중국 역사상 한족에 의해 통일된 첫 번째 국가로서 무려 4백여 년 동안 통일과 안정을 이룩하고 찬란한 중국 문화를 꽃피웠으므로, 중국 고전문화(古典文化)를 완성한 왕조라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이런 한나라를 창업한 사람은 본래 비천한 출신이었던 유방(BC247~BC195)이었다. 그가  자신보다 월등한 적수였던 초패왕 항우를 꺾고 대제국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한신, 장량, 소하와 같은 뛰어난 사람들의 보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신(韓信 : ?~BC196)은 일선 전투에서 대장군으로 활약하면서 많은 전공을 세웠고, 장량(張良 : ?~BC168)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는 책사로서 뛰어난 전략과 외교수완을 발휘하여 전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소하(蕭何 : ?~BC193)는 직접 전투 현장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후방에서 내치(內治)에 힘쓰면서 백성을 위무하고 전투에 필요한 각종 물자와 인력을 원활히 보급하였다.

이들 세 사람은 누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한나라의 건국에 중요한 일익(一翼)을 담당했음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제님께서는 “한 고조는 소하의 덕으로 천하를 얻었나니…”(교법2-50)라고 말씀하시며 유독 ‘소하의 덕’을 높이 평가하신 바가 있다. 원래 덕(德)이라고 하면 ‘훌륭한 인품과 덕행’, ‘도움’, ‘공덕(功德)’ 등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되는데, 여기에서 ‘소하의 덕’은 ‘소하가 한 고조에게 준 도움, 즉 소하의 공덕’이라는 뜻으로 이해를 해야 할 듯하다.

그런데 소하의 공덕은 잘 드러나지는 않는 것이었다. 유방이 진나라 3세 황제 자영의 항복을 받고 수도인 함양성(咸陽城)으로 입성하였을 때의 일이다. 모든 장수들과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을 다투어 창고로 달려가 금은보화를 손에 들고 흥에 겨워하고 있을 때,  소하는 이들과 달리 수레를 끌고 궁(宮)으로 들어가 진나라의 중요문서들과 도적(圖籍)들을 먼저 챙겼다.

훗날 유방은 천하 각처의 형세와 요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항우와의 전쟁에서 유용하게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소하가 당시 함양성에서 가져온 문서와 도적(圖籍)을 잘 파악하여 유방에게 알려 준 덕분이었다.

또 파촉(巴蜀)에서 관중의 역양(歷陽)으로 수도를 옮겼을 때만 하더라도, 소하는 태자 효혜(孝惠)를 보좌하여 역양의 제도를 고치고 새로운 질서를 정해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웠고, 거듭된 전란(戰亂)으로 힘들어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안정시켜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소하는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심초사·동분서주하며 세세하게 나랏일을 살피고 전쟁에 찌든 백성들을 어루만져 유방을 도운 인물이었다. 바로 이 소하가 있었기에, 유방은 후방을 신경 쓰지 않고 항우와의 천하쟁패에만 전력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소하의 공은 유방의 입장에서는 전장에서 세울 수 있는 단순한 전공(戰功)이 아니라 진정 공덕(功德) 그 자체로 느껴질 만한 것이었을 게다.

대개의 경우 조직사회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남들 눈에 많이 뜨이고 주목을 받는 업무와 중요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업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주목을 받는 업무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고 드러나지 않는 업무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한나라를 건국하는데 있어서 한신과 장량 또한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업적을 쌓은 인물들이었지만 상제님께서 소하의 덕을 특별히 말씀하신 것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이해를 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교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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