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제(漢武帝) 때 이광(李廣)은 대담무쌍함과 뛰어난 궁술로써 북쪽 변방의 오랑캐들을 떨게 만들어 ‘한나라의 비장군(飛將軍)’이라 불렸다. 신체가 장대했던 이광은 특히 팔이 원숭이처럼 길어서 활쏘기에 능하였는데 남들이 아무리 궁술을 배워도 그에게 미칠 수는 없었다.

이광은 다른 사람들과 한가하게 있을 때, 활을 쏘아 원근을 비교하여 지는 자에게 벌주를 먹이곤 하였다. 이처럼 평소에 활쏘기를 즐겼던 그는 전장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흉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가 우북평(右北平)군의 태수로 있을 때 수년 동안 흉노들이 감히 우북평군을 침입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나면 언제나 그가 직접 활을 들고 나가 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광이 사냥을 나갔다가 풀 속에 숨어 있는 호랑이를 발견했다. 그는 활을 쏘아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단번에 호랑이에게 활을 쏘았다. 그 화살은 보기 좋게 명중하여 화살촉이 호랑이에게 깊숙이 박혔다.

그러나 이광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그냥 돌이었다. 신기하게 생각한 이광은 다시 한 번 활을 쏘아 보았으나 화살은 그냥 튕겨져 나올 뿐이었다. 그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여러 차례 활을 쏘았으나 끝내 화살촉은 다시 박혀 들어가지 않았다.

이광이 돌을 호랑이라고 여겼을 때는 화살이 꽂힐 것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그것이 돌임을 알았을 때는 심중(心中)에 의혹이 생겨 비록 집중해서 쏘았지만 화살이 다시 꽂힐 수 없었던 것이다.

‘사석위호’란 『사기』 「이장군열전」에 나오는 말로, 돌을 호랑이로 보고 화살을 쏘아 맞혔다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떤 일을 대할 때 신념을 가지고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그 일의 성패가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비유할 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