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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2년(2012)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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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사연 : “눈꺼풀”

“눈꺼풀”

 

잠실38 방면 교정 이신은

 

 

 

 저는 평소에 선각분들께 자주 지적을 받는 게 있습니다. 바로 ‘선입견과 고정관념’입니다. 매사에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생각으로 먼저 판단하고 그것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마음의 벽이 높은 것에서 온다고 하셨지만, 그때마다 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람에게는 다 생각이 있는데 보이는 걸 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왜 편견이고 그것이 마음의 벽이 높은 것입니까?”라며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곤 했습니다. 하루는 방면임원께서 “이교정은 한번 생각이 굳혀지면 굉장히 오래가고 잘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물론 그것이 옳을 때도 있겠지만, 편견이고 오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나는 비록 지금 임원이지만 내 생각과 마음에 대해서 항상 반성하고 조심하며 선각분들께 여쭈어보는데 이교정은 자신의 생각을 너무 과신하는 것 같아.”라고 하시면서 얼마 전에 종영한 ‘해를 품은 달’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말씀해주셔서 그 부분을 찾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타고난 총명함과 재주만을 믿고 있는 세자는 자신을 맡게 된 스승의 말을 매번 듣지 않고 그만두게 하여버립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오는 스승이 자신과 비슷한 연배란 것을 알자 더욱 자존심이 상해 첫 대면에서 제자로서의 예를 거부합니다. 이에 스승은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 수수께끼를 내서 세자가 맞추지 못하면 스승과 제자의 예를 갖추고 맞추면 자신이 물러나겠다고 합니다. 그 수수께끼란 ‘세상 만물을 한순간에 밝힐 수도 있으며 어둡게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답을 생각하며 한참을 고민하는 세자에게 어린 여동생인 공주가 답은 ‘눈꺼풀’이라 하자 세자는 너무 유치한 생각이라 면박을 주며 경전을 뒤지면서 답을 찾습니다. 그리고 스승과 다시 만난 자리에서 답은 ‘군주의 정치’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내놓지만, 스승이 말한 답은 ‘눈꺼풀’이었습니다. 어이가 없다며 화를 내고 어린아이 말장난 같은 그것이 어떻게 답이 되냐고 따져 묻는 세자에게 스승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면 세상 만물 모두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세상 만물 모두가 답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배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정답을 안다고 자만하는 오만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잣대로만 사물을 판단하는 편견입니다. 그 오만과 편견이 눈과 마음을 모두 어둡게 만들고 있음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군주의 정치라 하셨습니까?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눈꺼풀을 굳게 닫은 채 어찌 백성의 삶을 살필 것이며 제왕의 도를 논하겠습니까? 먼저 배움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하소서.” 세자는 크게 깨달아 자신의 오만함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정식으로 예를 올리고 받들면서 배움에 정진하게 됩니다.

  이 장면을 보고, 제 자신을 많이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입도한 지도 어느새 10여 년이 지나고 중간임원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그동안 보고 들은 것이 생겼고 직책상 수반들에게 교화하거나 도담할 기회도 빈번해졌습니다. 그 교화를 저는 알고 있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말이 앞서고 행동에 마음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도의 일을 할 때는 먼저 마음을 바로 해야 하는데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만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지 일로써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닦기 위한 과정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놓고 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만이라는 것은 남에게 뽐내고 으시대는 행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편견 또한 자신의 생각을 과신하니까 그 기준에 맞추어 사람과 상황을 판단하고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매사에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는 습관이 생기면 점점 마음은 좁아지고 어두워지며 그 자리에는 강한 아집만이 남게 됩니다.

  갑자기 처음 시학공부를 들어갔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할 공부주문이 쓰인 팻말을 바꾸어 놓고 들어가야 하는데 혹여나 잊을까 봐 대기하는 1시간 내내 팻말 위에 손끝을 얹고 가슴을 졸이며 대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과하게 생각한 게 아닌가? 설마 그런 실수를 할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시는 처음 맡겨지는 천지의 큰일에 부족한 자신이 너무 두려워 마음을 졸이고 또 졸이며 첫 공부에 임했었습니다. 그 마음은 방심을 경계하고 부족하지만 받들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경륜이 쌓여 주변을 살피게 되는 기국은 키워야 하지만 마음을 빼놓은 행위는 허례허식이 되어버립니다. 시학공부에 들어가면 처음에 항상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처음 공부 들어오는 사람은 긴장하고 조심하려는 마음이 있어서 사고를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어느 정도 해서 안다는 생각에 마음이 풀어졌을 때 척이 동하고 사고가 나니까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을 유지하세요.”

  ‘공부뿐 아니라 매사에 마음가짐 또한 그래야 하고 이것이 배움의 기본자세인데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은 채 살았구나.’라는 반성을 하며 새롭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상제님께서도 “끝나는 공부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하셨고 『대순진리회요람』에도 정성이란 “오직 부족함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라고 하였습니다. 굳게 닫힌 눈꺼풀을 다시 떠서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남이 아닌 저 자신을 먼저 보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천지가 소생하는 봄이 왔습니다. 피어나는 만물처럼 새롭게 초심으로 돌아가 수도의 길에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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