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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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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삼 형제와 갈림길

삼 형제와 갈림길

 

글 교무부

 

 

  옛날 강원도 두메산골 어느 집에 삼 형제가 살고 있었다. 맏이는 마음이 너그러워서 남 도와주기를 좋아하고, 둘째는 힘이 세고 우락부락해서 남을 곧잘 때리고, 막내는 똑똑해서 글공부를 잘했다. 맏이가 열예닐곱 살쯤 됐을 무렵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다. 본디 가난한 형편인데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어서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삼 형제는 고민 끝에 아예 한양에 가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괴나리봇짐을 메고 한참을 가다 보니 세 갈래 길이 나타났다. 마침 길 초입에 노인 한 분이 앉아 있었다. 첫째가 어느 길이 한양으로 통하느냐고 여쭤보니 셋 다 통한다고 대답했다. 그럼 어느 길로 가든지 똑같으냐고 여쭤보니 오른쪽 길로 가면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이 있고, 가운뎃길로 가면 힘센 장정들이 많이 있고, 왼쪽 길로 가면 시체가 셋 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어느 길로 갈지 의논해봤지만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그러자 둘째가 먼저 나섰다.

  “형님, 나는 가운뎃길로 갈래요. 그리로 가야 힘자랑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럼 나는 오른쪽 길로 가겠다. 부모님 생각이 나서 아무래도 그 노인에게 들렀다가 가야 마음이 편할 듯싶구나.”

  “그럼 저는 왜 시체가 그곳에 있는지 궁금하니 왼쪽 길로 가보겠습니다.”

 

 

 

  맏이가 먼저 형제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얼마 정도 걸어가자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한 채가 보였다. 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슬며시 방문을 열어 봤다. 마침 노인이 한 분 누워 있다가 맏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대뜸 윽박질렀다.

  “야 이놈, 너 잘 왔구나! 어서 저녁밥 좀 지어 오너라!”

  맏이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부엌으로 들어갔다. 밥상을 차려 와보니 노인은 병에 걸려 혼자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노인은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비워내더니 이번에는 팔다리를 주물러달라고 했다. 그는 잠자코 그 말에 따라주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아픈 노인을 두고 떠날 생각을 하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결국 맏이는 그날부터 노인과 함께 살면서 밥을 지어 봉양하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고, 약초도 달여 먹이고, 문밖으로 업고 나가 바람도 쐬어주면서 병구완을 했다.

  그렇게 삼 년쯤 흐른 어느 날, 병상에 누워 있던 노인이 맏이를 불러 앉혔다.

  “나는 젊었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독하게 돈만 모은 탓에 친구와 가족을 모두 잃었다네. 거기다 병까지 들어 이런 외딴곳에서 혼자 살게 되었지. 그런 나를 지금까지 보살펴줘서 고맙네. 내가 죽거든 뒷간 밑에 묻어놓은 궤를 파내서 갖고 가게나.”

  노인이 숨을 멈춘 후에 유언대로 뒷간 밑을 파보니 엄청난 양의 금이 들어 있는 궤가 묻혀 있었다. 맏이는 노인의 장례를 후하게 치러주고 나서 궤를 챙겨 한양으로 갔다.

  한편, 가운뎃길로 갔던 둘째는 날이 저물 무렵 주막에 도착했다. 들어가 보니 칼이며 몽둥이를 찬 우락부락한 장정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평소에 싸움을 즐기던 둘째는 괜히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결국 싸움이 벌어져 엎치락뒤치락 한참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웬 쩌렁쩌렁한 외침이 들렸다.

  “모두들 그만둬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째와 싸우고 있던 자들이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정렬했다. 상황이 정리되자 키가 장승만큼 큰 사람이 나타나더니 성큼성큼 둘째에게 다가갔다.

  “그놈 참 제법이구나! 나를 따라오면 평생 일을 안 하고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어떠냐? 같이 가볼 테냐?”

  둘째는 귀가 솔깃해서 그 사람을 따라나섰다. 산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도착한 곳은 산적 소굴이었다. 둘째는 풍족한 먹을거리와 재물에 눈이 멀어 그곳에 살기로 결심했다. 그들과 함께 도둑질을 하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삼 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맏이가 노인의 집을 방문하고 둘째가 산적들과 싸운 그날, 왼쪽 길로 갔던 막내는 길 한가운데에 한 구, 큰 나무 밑에 두 구의 시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만히 보니 길에 쓰러진 시체는 선비차림인데 몸에 지닌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 밑에 쓰러진 둘은 각각 칼과 몽둥이를 차고 있었는데 그들 옆에 술병과 전대가 놓여 있었다.

  무슨 연유일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어디선가 사령(使令)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막내를 범인이라고 생각해서 무작정 오라를 씌워 시체들과 함께 동헌(東軒)으로 끌고 갔다. 막내는 미처 대항할 틈도 없이 끌려왔지만 누명을 벗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다.

  “사또, 저는 그들의 죽음을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연유는 밝힐 수 있사옵니다.”

  “맹랑한 녀석이로구나. 어디 한번 말해보아라.”

  “선비차림을 하고 있던 사람은 산길을 가다가 도둑들에게 전대를 빼앗기고 목숨도 잃었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두 도둑이 서로 물건을 독차지할 욕심이 생긴 듯하옵니다. 그래서 한 명이 술에 독을 타서 동료에게 건넸으나 오히려 죽임을 당했고, 남은 자는 전대를 독차지하게 된 기쁨에 그 술을 마셨다가 중독사 한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이치에 맞는 풀이로구나. 그러면 너는 어찌하여 그곳에 있었던 것이냐?”

  “얼마 전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사옵니다. 그래서 먹고살 길을 찾아 한양으로 가던 중에 우연히 시체들을 발견했을 뿐이옵니다.”

  원님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자신의 양아들로 들어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막내는 이대로 한양에 가도 딱히 먹고살 방도가 있는 게 아닌 터라 원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후로 그는 부지런히 글공부를 해서 과거에 급제하였고, 삼 년쯤 후에는 판관 벼슬을 얻어 한양으로 올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맏이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이것저것 값비싼 물품을 훔쳐서 담을 넘었는데 하필 순찰을 하고 있던 순라군들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는 꼼짝없이 잡혀가 날이 새자마자 재판을 받게 되었다. 밖으로 끌려나와 보니 판관이 대청에 앉아 있고, 어제 자신이 도둑질한 집의 주인이 마당에 서 있었다. 도둑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판관이 혀를 끌끌 차며 그에게 물었다.

  “왜 그리 우는 게냐? 막상 재판을 받으려니 겁이 나느냐?”

  “엉엉~ 그게 아니라 삼 년 만에 만난 형님과 아우가 반갑기도 하고, 지금 제 처지가 부끄럽기도 해서 그럽니다.”

  도둑의 말에 판관과 주인은 서로 자세히 쳐다보았다. 과연 그의 말대로 삼 년 전에 헤어진 자신의 형제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미 사건이 벌어진지라 막내는 응당한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그날 밤에 첫째와 막내가 감옥으로 찾아갔고 삼 형제는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울고 웃었다. 둘째는 이 일을 계기로 마음을 고쳐먹었고, 나중에는 포도청의 포졸이 되어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삼 형제처럼 사람은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곤 한다. 이때 평소에 자신이 어떤 가치관과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느냐에 따라 한 방향을 고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혹시 그 선택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하고, 만약에 있다면 옳은 방향으로 고쳐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에 따른 결과도 긍정적일 테니 말이다.

 

 

 

참고문헌

서정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2』, 현암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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