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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0년(2010)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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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아버지와 두 딸

아버지와 두 딸

 

 

글 교무부

 

  어느 고을에 딸 둘을 가진 사내가 살고 있었다. 대를 이을 아들은 없었지만 사내는 두 딸 만으로도 만족하며 정성껏 아끼며 키웠다. 세월이 흘러 두 딸 모두 시집을 가고 나자 네 가족이 살던 집에는 사내와 아내만 남게 되었다. 적적해진 그는 소일을 하거나 옛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세월을 보냈다.

  어느덧 사내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다. 그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시집간 딸들이 보고 싶어졌다. 그는 오랜만에 딸들을 볼 생각에 들떠서 대충 행장을 차린 다음 큰딸의 집을 찾아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 마침 큰딸이 마루에 앉아 베를 짜고 있었다. 노인은 너무나 반가워 큰 소리로 딸에게 외쳤다.

  “얘야, 내가 왔다!”

  노인은 필시 큰딸이 자신을 반겨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베틀에서 일어서지도 않은 채 힐끔 노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버지 오셨어요?”

  그는 딸의 반응이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기에 그런 기색을 감추며 베틀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큰딸은 자신의 안부를 묻기는커녕 고개 한번 돌리지 않은 채 베만 짰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지내거라. 아비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제야 그녀는 베틀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어머, 가시게요? 죄송해서 어쩌나… 다음에 오실 땐 바쁜 시간은 피해서 오세요.”

큰딸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시 베를 짜기 시작했다. 대문을 나선 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구박 한번 하지 않고 귀히 여기며 키웠다. 그런데도 환대는커녕 남보다 못한 취급을 하던 큰딸의 행동에 몹시 서운해졌다. 그는 애써 마음을 달래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딸의 얼굴도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노인은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만날까 싶어서 작은딸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작은딸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실망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작은딸의 집에 도착하자, 마침 그녀도 큰딸처럼 마루에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는 대문가에 서서 조용히 딸을 불렀다.

  “얘야, 내가 왔단다.”

  그녀는 노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더니 맨발로 뛰쳐나왔다.

  “어머, 아버지! 먼 길을 어떻게 오셨어요?”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상태로 노인의 손을 부여잡더니 방으로 모셨다. 큰절을 올린 작은딸은 서둘러 부엌으로 가서 점심상을 차려와 노인 앞에 내려놓았다.

  “많이 시장하시죠?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노인은 숟가락을 들고 잠시 밥상을 내려 보았다. 비록 값비싼 음식은 없었지만, 정성 들여 장만한 따뜻한 쌀밥과 나물 반찬을 보니 큰딸에게서 받은 서러움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릇을 비웠다. 그러자 작은딸이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언니네 집에는 가보셨어요?”

  “그래. 다녀오는 길이다.”

  “언니는 어떻게 살아요?”

  “아주 잘 지낸단다. 그 아이는 너보다 잘사는 집에 시집을 가지 않았느냐.”

  “그럴 줄 알았어요. 언니는 정말 행복하게 살 거에요.”

  노인은 작은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정도 기분이 누그러지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딸의 집을 나섰다. 작은딸은 동구 밖까지 따라 나와 노인을 배웅했다.

  “이건 제가 농사지은 거에요. 변변치 않지만 가져가세요.”

  그러면서 곡식과 채소를 담은 꾸러미를 노인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는 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노인은 사람을 시켜 ‘부친사망급래(父親死亡急來)’라고 적힌 부고(訃告)를 두 딸에게 보냈다. 그러자 큰딸이 먼저 친정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머리를 풀어 헤치더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아버지,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면 전 어떡하라고요! 며칠 전에 저희 집에 오셨을 땐 그렇게도 정정하시더니!”

  그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큰딸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너희 집에 찾아가셨단 말이냐?”

  “예. 그때 마침 저는 베를 짜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오셨기에 버선발로 뛰어나와 씨암탉을 잡아 대접했어요. 얼마나 시장하셨던지 단숨에 잡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눈물이 나서 평소에 좋아하시던 찰떡을 만들어드렸어요.”

  “잘했구나. 아버지가 다른 말은 안 하시든?”

  “집으로 가시기 전에 제 손을 꼭 잡으시더니, 당신께서 돌아가시면 선산 아래에 있는 논을 저한테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때 작은딸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녀는 어머니와 언니를 보자마자 통곡을 하며 말했다.

  “아이고! 아버지! 며칠 전 저희 집에 오셨을 때 어쩐지 초췌해 보인다고 생각 했더니…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 줄이야!”

  어머니가 작은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너희 집에도 갔었구나.”

  “예. 하지만 너무 갑작스레 오시는 바람에 변변한 음식조차 대접해드리지 못했어요. 자식을 이렇게 불효자로 만들어놓고 돌아가시다니… 앞으로 어찌 얼굴을 들고 살겠어요?”

  “다른 말씀은 하지 않더냐?”

  “예. 언니가 아주 잘 살고 있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작은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노인이 병풍 뒤에서 뛰쳐나오며 큰딸을 향해 소리쳤다.

  “네 이년! 나를 본척만척 할 때는 언제고, 어디서 그따위 거짓말을 하느냐?”

  갑작스런 노인의 등장에 깜짝 놀란 큰딸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달아나버렸다. 노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아직도 어리둥절한 상태로 앉아있는 작은딸의 손을 잡았다.

“많이 놀랐느냐? 내가 너희의 진심을 알기 위해 잠시 시험해 본 것이란다. 너야말로 내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비록 저희 집에 아들은 없지만 어엿한 장녀가 있지 않습니까? 재산은 언니에게 주세요. 저는 아버지께서 정정하신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아니다. 우리도 살날이 많지 않다. 둘 중 하나가 먼저 죽으면 네가 나머지 한 사람을 부양해야 되지 않겠느냐? 사양 말고 받아 두거라.”

  그러면서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작은딸에게 주었다고 한다.

  효도(孝道)는 부모를 정성껏 잘 섬기는 도리이다. 나를 낳아주신 은혜를 잊지 않는 것. 힘들게 길러주신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효도의 근본이자 시작일 것이다.

 

 

 

참고자료

ㆍ 이용범, 『사람됨의 도리 孝』, 바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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