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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그곳에서 : 생명체로서의 지구 - 가이아 이론

생명체로서의 지구 - 가이아 이론

 

 

글 교무부

 

  요즘 지구 곳곳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이상 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국토 면적이 갈수록 줄어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호수가 다 말라버려 주변 지역이 사막이 되어가는 곳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이상 기후가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란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와 반대로 지난겨울은 굉장히 추웠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여 다양한 해석01이 나오고 있다. 그중 ‘가이아’이론은 지구가 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자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폭설을 내리게 하고 햇볕을 반사시켜 지구 온도를 낮추었다고 주장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가이아’02이론(Gaia hypothesis)은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 1919~) 박사가 주장하는 이론으로 지구를 생물, 대기, 대륙, 바다로 이뤄진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본다. ‘가이아’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일컫는 말로, 지구의 생명을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는 자비로운 여신이다.

  그동안 서양과학은 지구를 물리적, 화학적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지구의 대기·해양·지질·역사를 연구해왔다. 이러한 시각에서 인간은 지구를 단순히 문명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공급처로만 생각하고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파괴해왔다. 그 결과 대기와 물이 오염되어 많은 생명체가 멸종하였고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초래되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 종래의 견해들과는 전혀 다른 ‘가이아’이론이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서 제창되었다.

 

 

온도조절 능력

 

  ‘가이아’이론의 핵심은 이 지구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즉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 보통 살아있다고 할 때 식물처럼 자라고 동물처럼 활동하는 것이 연상된다. 학문적으로 생물학에서 말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항상성’과 ‘자기조절능력’이 있으며 유전에 의해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존재이다. 그중 항상성은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이때 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외부나 체내환경이 변하더라도 몸속의 혈당량, 체온, 삼투압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인간 등의 생명체는 주변 날씨의 변화에도 체내에서 적절한 반응이 일어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데 비해 무생물체인 바위나 돌은 그런 조절능력이 없다.

 

 

 

  러브록은 생명체가 지구상에 처음 존재하기 시작한 35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평균온도가 10~15℃ 사이를 벗어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였다.03 태양이 처음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연소하면서 발산하는 열의 양이 30%나 증가했음에도 지구 온도는 거의 변동이 없었던 셈이다. 달이 햇빛을 받는 면은 100℃, 햇빛을 받지 않는 반대쪽은 영하 153℃이고 금성은 평균 온도가 무려 459℃인 것을 볼 때 지구 온도가 35억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외부 충격04과 내부 변화05에도 일정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지구 평균온도의 일정성은 생명체가 지니는 항상성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간뇌에서 혈액을 통해 체온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한다. 사람의 정상체온은 36.5℃인데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체온 조절 기구가 작동하게 된다. 간뇌의 시상하부는 온도 변화에 따라 자율신경계와 뇌하수체에 적절한 신호를 보내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됨으로써 열 발생과 발산의 평형을 조절하여 체온의 변화 범위가 1℃ 내에서 유지되도록 한다. 이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한다. 인체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러브록은 인간의 체온 조절능력처럼 지구도 그런 능력이 있고 긴 세월동안 이를 수행해왔다고 주장한다. ‘가이아’가 지구에 갑작스런 온도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를 즉각 알아차리고 여러 가지 작용을 통해 이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일반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 조절작용을 이산화탄소나 빙하의 양적 변화 또는 대류의 순환에 의한 것이라는 물리적, 화학적 견해만을 내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러브록은 대양에 사는 규조류06와 진흙 속에 사는 혐기성 세균07 등의 여러 생명체들이 지구 온도 조절과정에 적극 기여하였다고 한다. 마치 뇌가 인체의 세포에 지령을 내리듯 ‘가이아’가 그 세포라 할 수 있는 생명체들을 동원해 그런 기작(機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염분, pH, 대기 조절능력

 

  체온의 일정성 외에 우리 인체는 ph808로 약알칼리성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이 pH에 상당히 민감하여 주변 환경이 강산성이나, 강알칼리성을 띠게 되면 거의 멸종하게 된다. 지구 역사상 많은 화산폭발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황이 산화되어 공기 중에 퍼졌다. 이것이 빗물에 녹아내리면 바다는 점점 산성화 되어 생명이 살 수 없게 된다. 러브록은 가이아가 생물권으로 하여금 매년 약 10억 톤의 암모니아09를 생성하게 하여 이를 막았다고 한다. 암모니아는 주로 질소고정 세균이나 진흙 속 혐기성 세균에 의해서 생성된다. 이 세균들은 암모니아를 생성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사실 암모니아는 그들의 생존에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는 것이다. 여러 미생물학자들은 이 세균들이 그런 수고를 하면서 엄청난 양의 암모니아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에 대한 명백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세균들이 암모니아를 생산하지 않았다면 전 세계 빗물은 식초만큼 산도가 높은 pH3 정도가 되어 버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멸종했을 것이다.

  생명체는 알맞은 pH말고도 적당한 염분10을 필요로 한다. 우리 인체의 세포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은 세포의 필요에 따라서 외부와 내부의 이온들을 교환시킬 수 있는 이온 펌프라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염분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게 되면 이온 펌프 주변에 많은 이온들이 둘러싸게 되어 펌프가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생명체는 쭈그러들어 세포막이 파괴되어 죽고 만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들은 일정한 염분 농도의 한계 내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 수억 년 동안 해양의 염분 농도는 6%를 넘은 적이 없었다.11 빗물과 하천에 의해서 육지로부터 바다로 씻겨 들어가는 염분의 양이 상당히 많은데, 이런 작용이 바다가 생성된 이래로 계속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오늘날의 모든 대양은 염분 농도가 아주 높아져서 생물들이 전혀 살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무생물적인 관점에서 지구의 염분이 증가하지 않은 이유를 찾으려 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브뢰커(Wallace Smith Broecker, 1931~) 박사는 바닷물에서 나트륨이온과 마그네슘이온이 증가하지 않고 일정한 것은 해양학에서 가장 설명하기 곤란한 난제라고 한다. 러브록은 이 현상을 가이아가 생명을 보살피기 위해 바다에 사는 규조류 등 여러 생명체와 협동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염분의 농도를 조절해왔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가이아는 많은 생명체들을 통해 대기 중 산소농도가 21%가 되게 하였다. 지구 역사를 보면 엄청난 화산폭발이나 거대 산불의 발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때마다 산소 생산자로서의 식물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때로는 반대로 식물 개체수가 급증하기도 하였는데 그럼에도 산소농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산소 농도에 또 다른 변수는 육지에 서식하는 척추동물이다. 즉 산소로 호흡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척추동물들의 개체수가 여러 변인(變因)으로 끊임없이 변해왔다. 지구 대기의 조성에 있어서 그 규모는 전 지구적인 것으로 그 변수는 이외도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지구의 대기는 생명체가 살기에 최상의 기압과 구성 비율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왜 하필 질소 농도는 79%이며 산소 농도는 21%가 됐는지 또한 많은 변수에도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는지 과학자들은 아직 뚜렷한 해답을 못 내놓고 있다.

  현재 대기권에 포함된 21%의 산소는 생물체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안전 농도의 상한선이다. 여기서 1%씩 산소 농도가 증가될 때마다 번갯불에 의한 삼림 화재 발생가능성은 70%나 증가한다. 반대로 산소 농도가 줄어들면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 활동이 힘들 듯 생명체의 활동성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현재의 산소 농도는 위험과 혜택이 매우 절묘하게 배합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생명체로서의 지구

 

  위의 경우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외부 에너지와 지구 내부 에너지가 변화하는 와중에서 생물들의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끊임없이 조성해왔다. 생명체만 지닐 수 있는 지구의 항상성과 능동성을 볼 때 지구는 생명체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구는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한 가지 예로, 지구도 70%가 물인 것처럼 인간도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염분 속에 녹아 있는 염류의 구성 비율이 정확히 일치한다. 가이아이론에서는 인간이 심장, 폐, 피부 등의 여러 부속기관을 가진 것처럼 지구도 유사한 부속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러브록은 대기권을 지구의 피부로 아마존 밀림을 지구의 폐로 대양을 순환계로 보았다. 또한 지구의 건강상태에 대해 온난화는 열병으로 산성비는 소화불량으로 오존층의 파괴는 피부반점에 비유하였다. 그동안 인류가 엄청난 규모로 자연을 훼손했음에도 가이아가 멀쩡한 것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속기관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과학의 범위를 넘어선 신화적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생명체로서의 지구는 인간처럼 의식과 감정 그리고 정신이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의식도 감정도 없어 보이는 작은 세포들이 수없이 모인 육체에 정신이 깃든 인간이 되었듯이, 지구상의 수많은 미생물들과 식물과 동물과 무생물체가 한데 모여 가이아라는 거대한 영적 생명체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러브록은 은근히 그러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가이아, 즉 살아 있는 지구의 개념은 지난 30년 동안 과학계 뿐 아니라 종교계와 일반 대중들에서도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러브록은 이러한 열띤 반응이 우리의 심상 깊숙한 곳에 있는 자연이 살아있다는 인간 본연의 인식과 가이아 개념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동아시아 전통에서 보는 자연은 생물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 땅덩어리의 모든 존재를 일컫는 것이었다. 산에도 산신이 있고 바다에도 용왕신이 있고 땅에도 토지신이 있는 등 모든 만물에 신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믿고 살았었다. 또한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부는 모든 자연 현상은 신의 뜻이라고 여겼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자연과의 조화와 교감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러한 자연관이 더 이상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것이 아니라는 간접적 이론과 정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많은 서양인들도 동양적 세계관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을 통해서 보듯 그동안 지구는 인간과 생명을 위해 무한한 공력을 들여왔다. 이제 인간은 자연이 주는 많은 혜택에 감사함을 느끼고 자연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동안 지구는 주로 미생물을 통해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인간이 가이아의 중요 기관을 계속 파괴한다면 앞으로 어떤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지 알 수 없다. 이제 인간은 스스로의 욕망을 조절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그 은혜를 알고 보답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ㆍJames Lovelock, 『가이아 : 생명체로서의 지구』, 범양사, 1995

ㆍ홍욱희, 「동양인에 친근한 ‘가이아 이론’」, 『한국논단 46권』, 한국논단, 1993

ㆍ김정현, 「서평 : 지구의 생명과 행성 의학적 치유」, 『역사와 사회 2』, 국제문화학회, 1997

ㆍ한면희, 「가이아 가설과 환경윤리」, 『철학 59』, 한국철학회, 1999

 

 

 


01 독일의 기후학자인 라티프 박사는 지금이 미니(小) 빙하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북극지방의 찬 공기가 점차 확장되어 지구가 점점 더 추워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다른 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변동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02 스스로 온도와 염분과 대기를 조절하며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살아 있는 지구를 신격화한 표현.

03 James Lovelock, 『가이아 : 생명체로서의 지구』, 범양사, 1995, 46.p 참고.

04 태양복사에너지 증가와 여러 번의 소행성 충돌. 특히 6,5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하였다.

05 지구자기 변화, 대규모 화산 폭발 등.

06 흔히 돌말이라고 부르는 종류이다. 민물과 바닷물에 널리 분포하는 플랑크톤이며 수중생태계의 생산자로서 어패류의 먹이로도 중요하다.

07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산소비요구성 생물이다. 이 중 편성 혐기성 세균은 산소가 있으면 생활할 수 없다.

08 pH는 용액의 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pH7 이면 중성, 그 이상이면 알칼리성, 그 이하면 산성이다.

09 암모니아는 물에 잘 녹는 기체로 물에 녹으면 알칼리성인 암모니아수가 된다.

10 바닷물 1kg에 함유된 고형물의 그램수. NaCl(염화나트륨, 소금)과 MgCl2(염화마그네슘), Na2SO4(황산나트륨), CaCl2(염화칼슘), KCl(염화칼륨)을 합하면 바닷물에 녹아 있는 염류의 약 99%가 된다. 이러한 염류의 상대적 비율은 어느 곳의 바닷물이든 일정하다. 단지 물의 양이 변화하여 염분만 바뀐다.

11 홍욱희, 「동양인에 친근한 ‘가이아 이론’」, 『한국논단 46권』, 한국논단, 199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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