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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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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 (94) 해금강전설 - 바다 용왕과 금강산 신선의 만남(下)

(94) 해금강전설 - 바다 용왕과 금강산 신선의 만남(下)

 

글 교무부

 

〈지난 142호〉에서 ~ 바닷속의 호화로운 용궁에 살던 용왕은 선계의 선인(仙人)인 영랑이 조선의 명산인 금강산에 내려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별주부, 시녀들과 함께 금강산으로 떠났다. 이들이 처음 당도한 곳은 해금강이었는데, 그곳에서 용왕은 지상의 별천지인 해금강의 절경에 매료되어 감탄해 마지않았다.

 

 

▲ 十長生圖 / 민화, 서울개인소장

 

 

  한편, 시녀들은 산에 가득 핀 아름다운 꽃들을 향해 달려갔다. 한 시녀가 진달래꽃을 보고 “아이참, 곱기도 해라. 이거 꺾어서 수궁에 가지고 갈까?” 하니, 다른 시녀가 “저기 봐요. 저 예쁜 꽃도 꺾어서 가요.” 하며 철쭉꽃이 피어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처음 본 신기한 풀이 궁금했던 시녀는 “별주부 어른, 저것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었다. 별주부가 선뜻 “그건 불로초라는 것이오. 금강산의 불로초는 저렇게 크면서도 아름답소이다.”라고 말했다.

  해금강의 절경에 매료된 용왕과 시녀들은 별주부의 안내를 받으며 다시 높은 봉우리를 쳐다보고 발아래 계곡을 굽어보면서 금강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그러다가 문득 한곳에 이르니 봉우리 위로 흰 구름이 감돌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안개가 하늘에 무지개를 드리우고 있었다. 또 한쪽에는 갖가지 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바위 위의 노송(老松)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서 있으니 이 또한 기이한 풍경이었다.

 

▲ 十長生圖 / 민화, 서울개인소장

 


  해금강에 발을 들여놓자 연이어 나타나는 아름다운 산수(山水)의 절경과 기묘한 경치에 그만 넋이 빼앗긴 용왕과 시녀들은 한곳에 머물다 굳어진 듯 떠날 줄 몰랐다. 이윽고 용왕이 입을 열어 “주부야! 바위와 물이 어우러진 절묘한 풍경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다만 저 수목들이 한 치의 흙도 없는 바위산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것들은 대체 무슨 조화냐?”  용왕의 말에 별주부 또한 신이 나서 이렇게 설명했다.
  “예, 한 치의 흙도 없는 바위산이오나 바위틈에 뿌리박고 피어나는 수목과 꽃들이 철 따라 금강산을 단장하니 이 산의 이름 또한 계절 따라 다르옵니다. 각양각색의 꽃과 새싹들이 온 산에 만발하여 향기가 그윽한 봄이면 금강산(金剛山)이라 하옵고, 유유히 떠가던 구름이 층암절벽을 감돌고 우거진 녹음에서 뭇 새들이 우짖는 가운데 수정처럼 맑은 물이 안개를 피우는 여름철이면 봉래산(蓬萊山)이라 합니다. 또 타는 듯한 단풍이 일만 이천 봉을 곱게 물들이고 벽계수에 비친 달빛이 아름다운 가을이면 풍악산(楓嶽山)이라 하옵고, 나뭇잎이 지고 암석만이 앙상한 뼈처럼 드러난 가운데 눈꽃과 얼음 기둥으로 장식되는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이라 하나이다.”
  정신없이 금강산의 절경을 예찬하는 별주부의 말에도 용왕은 아무런 대답 없이 다만 높은 봉우리를 황홀한 듯 바라보다가 문득, “구름이 지나가고 안개가 움직이니 봉우리와 기암괴석이 다 함께 움직이는 것 같구나. 나도 그렇고 ….”
  그때 시녀들이 갑자기 “아이고머니나!” 하고 소리쳐서 바라보니 사슴 두 마리가 이쪽으로 반가운 듯 달려오고 있었다. 별주부가 웃으며 “저것은 사슴이라는 짐승이오. 사슴은 원래 유순한 짐승이지만 특히 이 금강산의 사슴은 사랑스럽지요.” 하고 말하다가 문득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키며 “저기를 보시오. 저 바위 앞의 고양이와 쥐를 ….” 하고 말하니 시녀들이 웃었다.
  “별주부 어른, 거짓말 마시오. 우리도 그림에서 보아 알지만 저건 고양이가 아닙니다. 저렇게 큰 고양이와 쥐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고양이와 쥐는 상극이니 어찌 한자리에 있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소리요, 이 금강산의 고양이와 쥐는 크기로 유명하고 또 사이좋기로도 유명하오. 아, 산에 먹을 것이 없어 고양이가 쥐를 잡겠소? 머루, 다래와 같은 산열매를 비롯해 산삼, 불로초, 송이, 꿀 등등 없는 것이 없으니 배부른 고양이가 수고스럽게 쥐를 잡을 까닭이 뭐겠소? 또 이 산의 신령(神靈)이 서로 잡아먹지 못하게 엄한 영(令)을 내렸다 합니다.”라고 말했다.
  별주부가 눈을 들어 어떤 곳을 바라보다가 “대왕마마, 이제는 거의 다 왔사옵니다. 저기 보이는 괴물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하며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키기에 보니 마치 귀신처럼 생긴 바위가 있었다.
  “참 이상하기도 하다. 이 금강산의 바위와 봉우리들은 모두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으니 ….”
  “대왕마마, 이 금강산의 바위들은 집이나 다리는 물론 사람, 짐승, 절구 모양을 한 것도 있고, 심지어는 바위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도 있사옵니다.”
  그러자 시녀들이 깔깔 웃으며 “주부 어른도 참, 바위가 어떻게 공중에 떠 있겠소이까?”라고 하였다.
  그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 문득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생황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데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때 앞장서서 부지런히 걷던 별주부가 별안간 소리치며 발길을 멈추었다.
  “대왕마마, 저기 영랑선인(永郞仙人)이 나와 계십니다. 우리를 마주보며 웃고 계십니다.”
  과연 별주부가 가리키는 높은 곳에 백발노인이 바람에 옷자락을 날리며 서 있었다. 용왕이 급히 달려서 올라가니 영랑 또한 그를 반갑게 맞으며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하였다.
  용왕이 두 손을 모아 마주하며 “영랑선인께서 이곳에 와 계신다기에 불원천리 찾아왔소이다.”, “금강산의 경치가 이렇게 좋은지 정말 몰랐소. 오면서 보니 참으로 절경이더이다.”
  영랑이 빙그레 웃으며 “금강산의 초입을 보신 것을 두고 금강산 경치를 어찌 말하리까? 그럼 내일 더 보기로 하고 어서 저리로 가십시다.” 하며 앞에 서서 가볍게 걸어갔다. 
  잠시 후 큰 너럭바위 위에 이른 영랑이 발길을 멈추고 서서 “자, 여기가 나의 휴식터요. 어서 이리와 앉으시오.” 하고 앉기를 권한 다음 벼랑의 굴을 향해 소리쳤다.
  “얘, 동자야!”, “네.” 하는 대답소리와 함께 어린 동자가 달려나왔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선주(仙酒)를 가져오너라. 그리고 여인들이 드실 것도.”
  “네,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동자가 들고 나온 것은 옥쟁반에 놓인 귀한 술잔이 아니라 호리병 하나에 표주박이었다. 그리고 별주부와 시녀들을 위해 과일과 불로초를 꿀에 재운 것과 향기로운 술을 가지고 나왔다.
  영랑이 술을 따라 용왕에게 권하며 “금강산 영랑이 동해 용왕에게 대접할 것은 이것밖에 없소이다. 자, 어서 드시오.” 용왕이 받아 한 모금 마시니 그 향기로운 맛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었다. 용왕은 속으로 ‘흠, 이것이 신선들이 마시는 선주라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거듭 잔을 기울였다.
  어느덧 노을이 지고 은쟁반 같은 달이 하늘 높이 솟아 온 계곡을 두루 비치니 그야말로 계곡은 달세계였다. 산에 비친 달, 물에 비친 달, 울창한 숲에 비친 달, 어느 달인들 달이 아니련만, 그날 밤 여기 비친 달은 참으로 황홀한 것이었다. 
  벼랑을 씻으며 흘러내리는 물은 비단을 드리운 듯하고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벼랑에서 떨어지는 물은 은하수를 기울인 듯했다. 그리고 계곡의 물이 암석에 부딪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질 때는 물방울에 저마다 달빛이 비쳐 영롱한 야광주가 되었다.
  영랑이 “동자야!” 하고 또 부르니, 동자는 자기보다 더 큰 거문고를 지니고 나타났다. 그가 웃으며 “벌써 내 뜻을 알고 왔구나.”라고 하였다. 영랑이 거문고를 받아 무릎 위에 놓고 “슬기둥 둥당, 슬기둥 슬기둥 ….” 하며 거문고를 튕기니, 달빛 아래 거문고 소리가 그윽하기 그지없었다. 용왕이 그만 황홀경에 취하고 선주에 취해 넋을 잃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기이한 광경이 벌어졌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백학(白鶴) 네 마리가 날아와서 영랑의 거문고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용왕은 흥에 겨운 나머지 영랑에게 “내 시 한 수 읊겠소이다.” 하고 말했다. 큰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목청을 가다듬어, “누가 나를 늙었다 하느뇨./ 늙은이도 이러한가/ 꽃 보면 반갑고/ 술 마시면 만사가 태평이로다.” 하고는 껄껄 웃었다.
  이튿날 용왕은 영랑선인의 신통력으로 힘 안 들이고 짧은 시간에 외금강, 내금강을 두루 돌아보고 나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가 용궁으로 떠나기에 앞서 영랑에게 “동해를 지키라는 상제의 명(命)만 아니면 나도 돌아가고 싶지 않소이다.” 하며 하직을 고했다. 그때 영랑의 곁에 있던 동자가 문득 굴속으로 달려가더니 생황을 가지고 나와 그에게 건네며, “저는 숲에 가서 솔잎을 따다가 생황 소리가 나면 달려오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영랑은 생황을 받고 나서 용왕에게 “이 얘가 나더러 손님을 바래다주라고 하는구려. 내 동자의 뜻대로 하리다.” 하고 웃으며 동자를 쳐다보았다.
  그들 일행이 구름을 타고 옥같이 흰 돌다리에 이른 것은 저녁노을이 짙어질 무렵이었다. 타는 듯이 붉은 저녁노을이 희고 맑은 옥교(玉橋)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였다. “그럼 부디 수궁 길을 무사히 가시오.” 하고 영랑이 말하자 용왕 또한 작별인사를 건넸다. 드디어 배에 오른 용왕은 눈을 들어 옥교 쪽을 바라보았다. 그윽한 향기가 나는 가운데 오색 채운이 내려와 영랑을 휘감고 하늘로 오르니, 이내 그는 온데간데없고 공중에서 생황 소리만 은은하게 들려왔다. 그 후 사람들은 옥같이 희고 다리처럼 생긴 이 바위를 “옥교암(玉橋巖)”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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