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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0년(2010)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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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 뉘 집 새가 우리 곡식을 다 먹었을까

뉘 집 새가 우리 곡식을 다 먹었을까

 

 

글 교무부

 

  논 스무 마지기에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모를 다 심어놓고 김을 맬 때쯤 염병(染病: 장티푸스)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뭉텅이로 빠지는 머리카락과 발열(發熱) 증상 때문에 방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한창 벼가 자라기 시작한 터였지만 온 식구가 그를 살려내려고 애쓰고 있었기 때문에 농사지을 겨를이 없었다. 그러자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논에 한두 마리의 새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쫓아내는 사람이 없자 더 많은 새들이 내려앉아 배를 불리고 날아가곤 했다.

  식구들의 정성 덕분인지 다행히 병세가 호전된 논주인은 운신할 여력이 생기자마자 논으로 나가보았다. 스무 마지기 가득 메우고 있던 벼는 새떼가 알맹이를 죄다 쪼아 먹어 버린 탓에 대만 뻣뻣하게 남아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식구들 덕분에 자신의 한 목숨은 보전하였으나, 그 때문에 한해 농사를 모두 망치게 되어 그의 가족들은 목구멍에 풀칠조차 못하게 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의 논에서는 조만간 벼를 수확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거뭇거뭇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논을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가관도 이런 가관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고민해 봐도 온 식구가 곡기를 끊지 않고 무사히 겨울을 지낼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던 그는 결국 고을 원님을 찾아가 하소연하였다.

  “저는 이 고을에 살고 있는 자입니다. 하필 논에 김을 맬 때쯤 염병에 걸렸었는데, 식구들의 지극정성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 식구가 저의 병간호에 매달려 있는 사이에 새떼가 휩쓸고 다니며 벼 나락을 죄다 뜯어 먹어 버렸습니다. 저는 이 스무 마지기의 벼농사 외에는 식량을 구할 곳이 없습니다. 식구는 많은데 폐농(廢農)되어 꼼짝없이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부디 저를 좀 살려 주십시오.”

  딱한 처지를 들은 원님은 잠시 고민을 하다 말했다.

  “도와줄 방도를 생각해 볼 터이니 우선 돌아가 있다가 다시 와보라.”

  사실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원님을 찾아 왔지만, 제 사정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호통을 치며 자신을 내쫓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각오를 했었는데 이렇게 선선히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을 줄 몰랐다. 논주인은 감개무량(感慨無量)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그를 돌려보낸 원님은 동네 구장(區長)을 불러들여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동네에 사는 어떤 자가 새 때문에 논 스무 마지기를 전부 폐농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살아갈 방책을 마련해줘야 할 텐데… 문제는 폐농을 시킨 ‘새’가 뉘 집에 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원님의 말에 구장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새가 뉘 집에 산다니요? 새가 거주지가 있고, 소속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않느냐? 새들이 어찌 매일 공중에 떠다니기만 한다는 말이냐? 분명 둥지를 틀고 사는 집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집 주인을 찾아내어 손해배상을 시켜야 한다.”

원님의 다소 엉뚱한 말에 구장은 다시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그렇기야 하지만… 집 주인을 어떻게 찾는다는 말씀입니까?”

  “생각해 보라. 그렇게 많은 새가 야트막하고 초라한 작은 집에 살겠는가? 분명 처마가 두터우면서도 먹을 것이 많이 있고, 가대(家垈)가 큼직한 집에 살 것이다. 그럼 새끼는 어디에 치겠느냐?”

  “그야 처마가 두툼하고 먹을 것이 많이 있는 그 집에 치겠지요.”

  “옳거니! 그 말 대로다. 그러니 어서 가서 농사도 많이 짓고, 가대도 큼직한 사람의 이름을 전부 적어 오너라.”

  원님의 명을 받은 구장이 즉시 이름을 적어 올리자 이번에는 목록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초청하였다. 갑작스런 부름에 놀란 사람들이 관아에 당도해 보니 소를 잡아서 한상 거하게 차려놓은 것이 아닌가?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원님이 술을 한잔씩 돌린 후에 불러들인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뉘 집 새가 그 논을 망쳐놓았는지 모르니 그 사람에게 보상하는 셈치고 나락 한 말씩 가져오라고 하였다.

  부자가 나락 한 말 준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뜬금없이 ‘새’ 주인을 찾는다고 불러들인 일이 우습기는 했지만, 십시일반으로 딱한 처지에 몰린 이를 도와준다는데 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원님이 차려준 음식들을 배불리 먹고 기꺼이 나락을 한 말씩 내놓았다. 며칠 후, 논주인이 관아를 찾아왔다. 원님은 모아놨던 벼 나락을 내어주었다.

  “이 나락이 다 네 것이니 가지고 돌아가되, 도와준 사람들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하라.”

  그는 생각지도 못한 원님의 처사에 감격하여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절대로 이 은혜를 잊지 않겠노라 약속하며 나락을 가지고 돌아갔다.

  논주인은 원님에게 받은 나락으로 다시 전답을 사서 힘이 세고 일 잘하는 소처럼 열심히 땀 흘리며 일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폐농으로 인한 손해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나자 이전보다 훨씬 더 잘 살게 되었다. 그는 다시 원님을 찾아갔다.

  “십년 전, 원님께서 나락을 주신 덕분에 그것을 발판 삼아 이렇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 이자를 다 쳐서 드릴 형편은 못 되지만 본전은 갚을 만하기에 가지고 왔사오니, 부디 이 나락들을 원래 주인이었던 분들에게 돌려주십시오.”

  원님은 그의 처사를 칭찬하며 나락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한상 거하게 차려 십년 전에 불러 들였던 부자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았다. 원님이 술을 내어주며 말했다.

  “어서들 드시오. 그리고 십 년 전 준 나락 한 말의 본전을 돌려드리니 가져들 가시오. 이자를 못 받아서 섭섭하겠지만 내가 술을 내겠으니 이 술 한잔을 이자로 삼아 주시오.”

  부자들은 원님의 말에 기뻐하며 차려진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락 한말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고 돌아갔다. 집에 와 주머니를 열어보니 자신들의 도움을 받은 논 주인의 감사 편지가 하나씩 들어있었다. 부자들은 원님 덕에 배부르고 논주인의 인사에 뿌듯하여 이래저래 기쁘고 보람된 하루가 되었다고 한다.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명안(名案)으로 도와준 고을 원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지 않고 흔쾌히 벼 나락을 내 놓은 부자들. 그리고 목숨을 연명하게 해준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한 논주인. 해원상생(解相生)은 막연하고 어렵기 만한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과 행동이 모이다 보면 저절로 이루어진다. “해원상생·보은상생은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남을 잘 되게 하라’는 진리이니, 화합·단결·상부상조를 강조하고 그것을 실천토록 교화하라.”01는 도전님의 훈시(訓示)를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겨서 실천해 나가자.

 

 

 

 

참고문헌

ㆍ최래옥,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 - 5』, 미투, 1993.

 

 

 


01 『대순지침』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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