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지죄 (餘桃之罪)

-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인 죄 -

  옛날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위(衛)나라 영공(靈公)에게 총애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들자 어떤 사람이 밤에 몰래 와서 궁에 있는 미자하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미자하는 그 소식을 듣고 군명이라고 속여 왕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위나라의 법에 의하면 왕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월형(刖形: 발 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들은 왕은 오히려 그를 칭찬하며 말했다.

  “그는 효자다. 어머니를 위하느라고 발이 잘리는 벌도 잊었구나!”

  또 하루는 미자하가 왕과 함께 정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따서 먹게 되었는데, 맛이 아주 달자 먹다 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다. 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나를 진정 사랑하는구나. 그 맛있는 것을 다 먹지도 않고 과인에게 주다니, 너의 사랑을 알겠도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미색이 쇠하자 왕의 총애도 차츰 식어갔다. 한번은 미자하가 사소한 실수를 하자 왕이 꾸짖으며 말했다.

  “이놈은 본래 성품이 좋지 못한 놈이다. 예전에는 과인의 수레를 몰래 훔쳐 타기도 하고, 나에게 먹던 복숭아를 먹으라고 한 적도 있다.”

  여도지죄는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에 나오는 말로, 총애를 받던 일이 나중에는 죄의 근원이 된다는 뜻으로 쓰거나, 애정과 증오의 변화가 심함을 비유할 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