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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2. 외금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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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옥류동(玉流洞) - [下]


 백도라지 전설 - 도씨 노인과 외동딸 라지


  금강산에는 예로부터 백도라지가 유명한데 옥류동 맑은 계곡에는 이 도라지의 유래에 얽힌 전설이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금강산 옥류동 골짜기에 화전을 일구며 근근이 살아가는 도씨 노인이 있었다. 그에게는 어여쁘고 효성이 지극한 외동딸이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라지였다. 노인은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열심히 일했고 라지도 그런 아버지의 일손을 돕고자 부지런히 일했다.

  이들 두 부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것은 삼 년 전 라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비용을 고개 너머 부자에게 비싼 이자로 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씨 부녀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본전은커녕 이자 갚기도 힘들었다.

  어려운 부녀의 처지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걱정해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뒷집에 살았던 나무꾼 총각의 염려가 각별했다. 그는 라지와 어릴 적부터 친구였으나 자라면서 차츰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씨 집안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닌지라 총각은 한 푼 두 푼 나무 판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마을로 떠나갔다.

  이런 사실을 알아차린 부자는, 어느 날 도씨 노인을 자기 집으로 불러놓고 삼년상을 치르는 날까지 빚을 갚지 못하면 라지를 자기 후실로 들이라고 호령하고서 새 계약서에 손도장을 찍게 했다. 도씨 노인은 근근이 모은 돈으로 삼년상은 치렀지만 빚 갚을 돈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사랑하는 딸을 부잣집에 보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도씨 노인은 그날부터 앓아눕기 시작했다. 라지가 이상해서 물어보았으나 아버지는 통 대답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고 라지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지는 자신 때문에 앓아누운 아버지를 위해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잣집에 찾아가서 계약대로 하겠노라고 다짐한 후 아버지의 손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찾아왔다.

  다음 날 도씨네 집에는 한 채의 가마가 와 있었다. 라지는 부잣집 여종들이 입혀주는 대로 칠보단장을 했다. 그리고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리며 눈물 젖은 목소리로 작별을 고한 후 전날 찾아온 계약서를 찢어버렸다.

  “얘야, 못 간다. 나를 두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아버지는 기어 나와 가마에 매달렸으나 가마꾼들은 사정없이 그녀를 메고 가버렸다.

  가마가 어머니의 산소가 있는 고갯마루에 이르렀을 때, 어느 새 하얀 소복으로 갈아입은 라지가 가마를 멈추게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산소 앞에 다소곳이 엎드려 절하고 나서 “어머니!”하고 크게 외치더니 낭떠러지에 몸을 던졌다. 라지가 그토록 애절하게 부른 ‘어머니!’ 소리가 메아리치는 가운데 그녀의 가냘픈 목숨은 끊어지고 말았다.

  얼마 후 그 산소 옆에 작은 무덤이 새로 생겼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총각이 달려왔을 때 라지의 무덤에는 사랑하는 총각을 위해 자신을 드러낸 듯 하얀 꽃 한 송이가 곱게 피어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꽃에 처녀의 성과 이름을 따서 ‘도라지’란 이름을 붙였고, 온 금강산에 그 꽃씨를 뿌렸다. 금강산의 백도라지는 이렇게 해서 생겨났으며 그 때문에 유난히 아름답고 강인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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