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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2. 외금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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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詩)를 읊는 모습에 감동한 범

 

  한하계가 끝나는 곳에 ‘육화암(六花岩)’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평평한 바위 하나가 있다. 금강산을 사랑하여 자신의 호(號)마저 봉래(蓬萊)라고 했던 양사언의 글씨이다. 그러나 육화암은 이 바위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건너편 상관음봉 줄기에 있는 바위벽을 말하는데 이 벽이 마치 여섯 모로 된 흰 눈꽃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이가 100여 미터나 되어 마치 병풍을 둘러친 것 같은 육화암은 모양이 삐죽삐죽 모가 난데다 색깔도 흰색이어서 달빛 아래에서는 흡사 눈꽃처럼 보인다고 하여 ‘눈꽃바위’로도 불린다. 육화암 옆으로는 높이가 100미터 정도 되는 ‘육화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비 온 뒤면 많은 물이 쏟아져 내려 폭포가 되는 것을 ‘계절폭포’라고 하는데, 육화폭포는 금강산에서 규모가 큰 계절폭포 가운데 하나이다.

  육화암 왼편에는 오뚝하게 부처가 앉은 모양을 한 ‘상관음바위’가 있고, 계곡 건너편에는 문주봉이 있다. 문주봉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마치 범이 쭈그리고 앉아 내려다보는 듯한 형상을 한 ‘범바위’가 있다. 육화암과 더불어 이 범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세지봉(勢至峰) 꼭대기에는 금강산의 만물상을 보호하는 신령인 범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만물상 골짜기를 오르내리면서 그곳을 지키고 있던 범은 어느 날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세지봉과 잇닿은 문주봉 마루에 가보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던 범은 한하계곡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서 한참동안 서 있으니 몹시 갈증이 났다. 그래서 물을 찾아 문주봉 줄기를 따라 아래로 성큼성큼 내려오던 범은 건너편에 있는 상관음바위를 보자 사람인줄로만 알고 피하려고 하였다.

  이때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범이 목을 쭉 빼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웬 사람이 큰 바위 위에 앉아 건너편의 ‘눈꽃바위(육화암)’를 바라보면서 흥에 겨워 시(詩)를 읊고 있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이끌린 범이 건너편을 바라보니 삐쭉삐쭉 모가 난 흰 바위벽이 달빛에 비쳐 마치 눈꽃처럼 보였다. 범은 ‘저같이 아름다운 경치는 만물상에서도 보기 드물지 않은가! 과연 감탄할 만도 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 황홀한 경치에 매혹되어 시를 읊고 있는 사람의 모습에 감동한 범은 줄곧 그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범은 쭈그리고 앉은 채 굳어져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 육화암이 보이는 큰 바위 위에 앉아서 시를 읊던 사람이 바로 양사언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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