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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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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가꾸는 일, 자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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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장려상


가꾸는 일, 자라는 일



금사2 방면 교령 허경




  선각 집 베란다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합니다. 선각이 화초를 가꾸는 모습을 보면 프랑스 화가 모네가 생각납니다. 수련 그림으로 유명한 모네는 정원을 가꾸며 매일 연못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만큼 정원 가꾸기에도 아주 열성이었다고 합니다. 멋진 풍경을 찾으러 다니지 않고 자기 집을 화실로 삼은 모네.
  저는 선각이 정성으로 가꾼 정원에서 마음속에다 그림을 그립니다. 새의 깃털 같은 극락조, 동전 닮은 금전수, 이름도 싱그러운 싱고니움, 우아한 스파트필름과 하트가 주렁주렁 열리는 러브체인 등. 연두, 초록, 청록, 자주, 하양 그 잎 색깔도 다양합니다. 어느 화가의 수채화보다 다채로운 색을 냅니다.
  사실 저도 선각을 따라 화초 가꾸기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화초가 있으니 집이 화사하고 생기가 있어 보였거든요. 야심 차게 식물 하나를 들였지만 한 달도 안 되어 잎을 떨구고 시들어버렸습니다. 애정 과다로 물을 많이 줬거나 환경조건을 못 맞춘 것 같습니다. 화초 가꾸기는 보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선각도 식물의 특성을 놓쳐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미련 없이 흙으로 보내줍니다.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새로운 식물을 심습니다. 선각은 점점 멋진 정원사가 되어갑니다. 집안에 화초가 있으니 미세먼지 걱정이 없습니다.
  모네의 이야기를 읽고 선각이 화초를 가꾸는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식물은 말이 없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선각도 화초를 대할 때 말없이 식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햇볕으로 옮겨놓거나, 영양제를 뿌려줍니다. 약한 줄기에는 꽃 철사를 덧대어 힘을 보태주고, 뿌리가 많이 자란 식물은 분갈이합니다. 웃자란 줄기에는 가지치기로 수형도 잡아줍니다. 오늘 물을 준 화초의 인증사진을 남기며 물주는 시기를 관리하는 선각의 표정이 흐뭇해 보입니다.
  어느 날 선각이 멀쩡한 화초를 뽑고 있었습니다. “식물이 자라지 않는 건 뭔가 이상한 상태예요.”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봤지만 몇 달째 변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자라지 않는 건 이상한 상태라는 말에 저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그날 이후 식물이 매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습니다.
  식물은 늘 그대로인 것 같아도 하루하루 다르게 자랐습니다. 아주 작은 빛에서 아기 손가락보다 작은 잎을 내는가 하면, 하얗고 연두인 새순이 가운데 줄기 사이에서 돋아났습니다. 식물마다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고온다습한 기후를 좋아하는 칼라데아는 7월에 제철을 맞았습니다. 수시로 잎을 똘똘 말아 넓은 잎을 펼쳐내는 기술이 그야말로 예술이었습니다. 더위에 약한 호주매화는 죽은 듯 고요하고요. 화초를 보고 있으면 생의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식물은 관음죽입니다. 갈기갈기 찢어진 듯한 잎이 처음 볼 때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망사와도 같은 줄기 속에서 뾰족하고 단단한 잎이 빼꼼 올라와 어찌나 반가운지요. 제가 감히 예쁘다 못났다 평가할 식물이 아니었습니다. 환경에 맞춰 최선을 다해 자라는 식물은 그 자체로 눈부셨습니다. 어떤 날은 그 모양이 귀여워서 장난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전통 부채 접듯 접어 살짝 올라온 관음죽 새잎을 손으로 쑥 뽑아 올리고 싶었습니다. 잎을 잡아다 빼려고 해도 제 손을 따라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식물이 자라는 속도가 있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자기만의 방식과 성질로 있는 그대로를 펼치도록 기다려야 했습니다.



  관음죽을 보면서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 두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외면으로 평가하는 것과 억지스럽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함부로 타인 혹은 자신을 평가하는 생각은 척을 짓게 합니다. 억지로 하려고 고집부리는 일은 덧나기 쉬우며 성장을 더디게 만듭니다. 척을 풀고 기운이 통하는 수도인이 되려면 반드시 고쳐야 할 생각이었습니다. 말없이 가르침을 준 관음죽이 고맙습니다. 삶을 보살피듯 식물을 가꾸신 선각께 감사드립니다. 식물이 저마다 잎을 펼치는 속도와 방식이 다르듯 사람도 자신을 펼치는 시기와 스타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미세한 가능성을 발견해내 눈에 띄게 키우거나, 웅크리고 웅크린 채로 품었다 키워서 드러내거나, 크기가 훤히 보이지만 흐름에 맞춰 서서히 펼쳐내거나. 그중에 제일은 기운 모신 대로 있는 그대로 펼치는 심성인 것 같습니다.
  식물은 자라는 게 일인 양 성실히 자랍니다. 사람도 어릴 때 키가 자라고 몸이 자랍니다. 다 자라서도 손톱과 발톱, 머리카락이 자랍니다. 우리 몸이 매일 자라듯 나도 모르게 자라고 있는 생각과 마음이 있습니다. 자라지 않는 게 이상한 상태인 것은 식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발전하고 있지 않다면 고집부리는 상태며 수도를 게을리하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디게 자라더라도 멈추지 말며 남과 비교하지도 말고 뽐내지도 말고 바른 기운을 모셔서 정성껏 덕을 펼치고 싶습니다. 어여쁜 새잎을 펼치는 화초처럼 밝은 덕을 펼쳐 인연 있는 이와 행복한 수도를 하고 싶습니다. 늘 물을 찾아가는 뿌리처럼, 빛을 쫓아가는 줄기처럼 저도 연원을 좇고 생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봅니다.
  선각이 화초를 돌보는 것처럼 저도 저를 돌보기로 합니다. 기운을 잘 모시고 있는지, 내 몸이 번잡한 환경에 있지는 않은지, 어긋난 생각이 있으면 잘라내기도 하고, 마음이 자라면 더 큰 도전도 하겠습니다. 자신을 돌보고 가꾸는 일과 성장하고 자라는 일은 다르지 않음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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