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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2년(2012)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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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로(내가 본 영화) : 카모메식당 허기진 우리 영혼의 양식 같은 이야기

카모메식당

 

허기진 우리 영혼의 양식 같은 이야기

 

연구위원 신상미

 

 

 

  고요한 호수와 울창한 숲의 나라 그리고 최고의 복지제도로 삶의 여유와 평화가 보장된 나라 핀란드. 하지만 그곳은 한편으로 알코올 중독자와 높은 자살사망률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삶의 행복은 외부 환경만 좋으면 저절로 갖추어지는 생필품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그것은 척박함 속에서 한 줌 빛을 품고 웃음과 희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영혼의 오색 빛깔이 아닌가 한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카모메 식당의 메뉴가 바로 그것이다. 이쯤에서 함께 그들의 소울푸드(soul food)가 전하는 맛깔스러운 웃음과 희망의 별미를 맛보기로 하자.

 

 

 

  카모메 식당의 주인은 사치에(코바야시 사토미)라는 이름의 밝고 야무진 성격의 아가씨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슬픈 기억을 안고 핀란드로 건너온 그녀는 혼자서 작은 식당 하나를 연다. 사치에에겐 낯선 핀란드, 하지만 그곳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사치에의 식당은 다가서기 꺼려지는 낯선 공간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사치에는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냉소 가득한 행인들에게 변하지 않는 밝은 웃음을 건넨다. 그녀가 전하는 카모메 식당의 첫 메뉴다.

  드디어 사치에는 개업 후 첫 손님으로 핀란드 청년 토미를 맞이한다. 첫 손님으로 그녀의 소중한 리스트에 오른 토미에게 그녀만의 루악 커피는 평생 무료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토미는 늘 혼자서 카모메 식당을 찾는다. 그런 무료 커피의 손님에게도 사치에는 반가운 웃음과 인사를 늘 잊지 않는다. 그녀에게 손님 토미는 화분에 심어둔 작은 희망의 씨앗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그녀는 토미가 물어본 만화영화 ‘독수리 오형제’의 가사를 찾아 서점으로 향한다. 서점 커피숍에서 사치에는 우연히 일본 여행객 미도리라는 여성을 만난다. 엉뚱한 표정에 어딘가에 아픔이 있어 보이는 미도리에게 그녀는 뜬금없이 독수리 오형제 가사를 물어본다. 미도리는 황당한 가운데 직접 노래를 불러가며 가사를 알려준다. 독수리 오형제 가사를 모두 외우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이 없다는 사치에는 특별히 갈 곳 없는 미도리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미도리는 카모메 식당의 새 식구가 된다.

 

▲ 영화 『카모메식당』 의 장면들

 

 

  얼마 안 있어 그들에게는 카모메 식당의 새로운 식구가 다가온다. 마사코라는 이름의 그녀는 20년 동안 보살피던 병든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뚜렷한 삶의 목적도 없이 핀란드로 온 여인이다. 그저 TV에 나오는 핀란드 사람들의 여유로움에 매료되어 핀란드에 오게 된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그녀가 카모메의 새 식구가 된 계기는 핀란드에 온 그날 공항에서 잃어버린 가방 때문이었다.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가방은 어쩌면 잊었던 그녀 삶의 열정이었을까? 잃어버린 가방, 잃어버린 삶의 목표와 열정을 찾을 때까지 마사코는 카모메에 머물기로 한다.

  잔잔하게 흐르던 카모메 식당에 하나의 갈등이 영화를 정점에 이르게 한다. 매일 창밖에서 가게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지나가던 핀란드 여인 리사가 그 갈등의 주인공이다. 그녀의 사연은 자신을 떠난 남편과 귀여워하던 강아지의 죽음에 있다. 그런 그녀는 괴로움에 술로 방황한다. 마사코와 미도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핀란드 한가운데서 발견한 삶의 슬픔과 고단함 그리고 그것을 달래줄 카모메 식당의 소망을 예감한다.

  마침내, 리사의 방황은 떠났던 그녀의 남편이 돌아오면서 해피 엔딩이 되고 카모메 식당은 드디어 커피와 함께 먹을 시나몬(계피) 롤빵을 선보이면서부터 마술처럼 손님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내일 종말이 온다면 파티를 열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은 카모메 식당의 메뉴 하나하나에 숨겨 놓은 삶의 진실이자 그 본질로서의 사랑인 것이다.

  영화는 무레 요코의 소설 『갈매기 식당』을 원작으로 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시골 소년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담담하게 담아낸 데뷔작 ‘이발사 요시노’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어린이영화부문 특별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본 작품 ‘카모메 식당’은 일본 독립영화제 수상작으로 도쿄와 요코하마의 2개 극장에서 개봉됐다가 입소문이 퍼져 150개 극장에서 상영되는 큰 인기를 누린 즐거운 사연이 있다.

  영화 전반에 채색된 오염되지 않은 빛, 평면의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맛깔스러운 음식의 향, 그리고 배우들의 동화 같은 표정들은 큰 기복 없이 흐르는 영화의 내러티브에 유쾌한 생명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쯤 우리는 사랑이 담긴 따뜻한 음식의 여운이 묘한 행복감으로 밀려옴을 느끼게 된다.

  카모메 식당의 메뉴 가운데 사치에의 주먹밥에는 나름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어려서 집안일을 도맡아야만 했던 사치에에게 아버지는 소풍과 운동회 때만은 다른 사람이 해준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며 일 년에 두 번 그날만큼은 손수 주먹밥을 싸주셨다. 자신이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그때의 위로와 사랑이 바로 카모메 식당 전반에 흘렀던 사랑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잔잔한 리듬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숨겨진 삶의 본질과 사랑을 연주한다. 생명이 기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인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을 매개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전달되는 따뜻한 에너지는 육체와 정신 모두의 양분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과 외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나 행복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로 타인을 이해하고 현재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의 삶 속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카모메 식당은 조용히 일깨워주고 있다.

 

 

 

(영화정보)

1.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2. 제작사 : NTV, VAP

3. 장르 : 코미디/드라마

4. 출연 : 카타기리 하이리,

코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5. 제작연도 : 2006년

6. 개봉연도 : 2007년 8월 2일

7. 상영시간 : 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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