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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4년(2014)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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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밥조를 아시나요”

“밥조를 아시나요”
 
 

잠실36방면 선무 정정수

 
 
 
  저는 도장에서 식당당번을 많이 해봤습니다. 어쩐 일인지 당번을 하게 되면 항상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서 한편으로는 가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번을 하면서 꽤 재미있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저는 당번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당번이 하는 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밥을 하는 밥조, 국을 하는 국조, 반찬을 담당하는 반찬조, 빨래를 하는 빨래조, 홀을 지키는 홀조 등등이 있습니다. 도장의 수많은 인원이 먹을 음식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이처럼 세분화하여 준비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 밥조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딱히 어느 조가 성격에 맞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콕 집어 말한다면 저와 가장 잘 맞는 조는 홀조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회에서도 식당 서빙을 많이 해본 터라 음식을 내가는 일은 자신이 있거든요. 그러나 식당당번의 홀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애매한 일들을 하게 되죠. 도인들이 먹고 간 식탁을 닦다가도 ‘어이, 뭐하러 닦아 가만 둬 쓸데없이’ 이런 말을 듣기도 하고 또 그래서 다시 식탁을 닦고 있으면 종사원분이 ‘바쁘지 않은 홀조 분들은 다 뒤로 빠져서 작업하러 갑시다.’라는 말을 듣고 아무튼 정말 전방위적 활동을 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그렇다고 뭔가 뚜렷이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참 애매한 조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오랫동안 홀조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밥조를 하게 됐습니다. 밥조는 참 느긋한 조입니다. 그냥 밥이 있는 곳에 가만히 있다가 홀조가 밥 달라고 하면 밥 내주고 또 가만히 있고 홀조가 작업을 할 때면 밥조는 한가로이 설거지를 합니다. 홀조 입장에서 보면 참 얄미운 조지요.
  그런데 홀조였던 제가 밥조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밥조에도 잘 맞는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밥조에서 가장 어렵다는 일명 ‘밥알 줍기’를 저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 귀한 밥알들이 하나라도 그냥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밥알 줍는걸 즐겨 하는 편인데 이는 도인들이 먹는 밥알을 하나라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밥조의 긴 전통이기도 합니다. 쌀을 씻다가 밥알이 떨어지면 줍고 또 떨어지면 줍고 그러다 보면 정작 쌀을 씻지 못하는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집니다.
  저는 이런 수많은 이야기 중 홀조와 밥조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계속된 홀조 생활 동안 저는 밥조가 참 얄밉게 느껴졌습니다. 홀은 바쁜데  너무 느긋한 모습으로 홀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별로 좋게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밥조를 하다 보니 좁은 장소에서 제대로 쉬지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저 서 있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또 여름에는 밥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김에 땀을 비 오듯 흘려 옷이 젖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밥알 하나 떨어지는 것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니 ‘아 이거 밥조가 정말 쉬운 게 아니었구나.’라는걸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홀조와 밥조 모두 해보니 어느 한 조가 더 힘들고 어렵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 조가 처한 상황에 따라 좋고 힘든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한 차원 높여 생각해보면 홀조와 밥조는 우리 몸의 양손과 같은 사이입니다.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인 셈입니다. 밥조가 아무리 밥을 잘한들 뭐하나요. 온종일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다 해도 홀조가 없으면 밥을 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밥조가 밥이 떨어질 때를 매번 정확히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가끔씩은 홀의 밥이 떨어져서 도인들이 아우성을 치는 광경이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홀조가 없으면 밥을 내갈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홀조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그 불똥은 고스란히 밥조에게 튀게 됩니다. 물론 노련한 밥조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역시나 홀조가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자주 목격했고 매번 힘들다가도 어느 시기가 되니 이 모든 것들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참 신기하다. 서로 다른 조가 될 때마다 그 조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구나.’ ‘또한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일을 했는지도 알 수 있구나!’ ‘그래 어떤 조가 되더라도 어려움이 없는 조는 없어!’ 이런 말들이 더 실감 나는 이유는 각 조가 될 때마다 그 조에 있는 도인들이 심심찮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홀조가 참 힘들지!’ ‘반찬조는 정말 눈물 나는 조야.’ ‘국조를 안 해봐서 그래.’ ‘빨래조 해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 거야.’ 등등, 어느 조를 해도 그 조만이 가진 어려움이 있고 불만도 있을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불만을 품은 채 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각 조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만약 밥조가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다른 조들이 제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하더라도 밥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토성 도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밥을 먹다가 수호를 서고 있는 어떤 중간임원분과 이야기를 했는데 토성도장은 아무래도 오는 사람도 적고 상주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식당 관리를 하기가 쉽고 당번들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그에 반해 여주는 그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다 맞이하고 또 그 식단을 다 짜야 하니 사실 ‘국맛’ 하나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긴 그렇습니다. 몇백 명씩 되는 사람들의 입맛을 일일이 맞출 수가 있을까요. 그러니 종종 ‘국이 짜다.’ 혹은 ‘국이 싱겁다.’, ‘밥이 설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실제로 저는 그런 이야기를 잘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 거대한 식당은 ‘식사조’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이 설사 상했을지라도 티를 내지 말라는 상제님 말씀처럼 어쩌면 이 수백 명의 ‘식사조’들은 특별히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티를 내지 않고 맛있게 먹어주었던 것이 아닐까요. 토성도장의 중간임원분이 말씀했던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십수 년 간이나 도장 식당이 무리 없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다른 조들이 빠짐없이 자기 자리에서 좋은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밥조는 밥알을 줍습니다. 그 밥알 줍기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홀조를 위해 반찬조는 따로 시간을 내어 홀에 반찬을 가져다 놓고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은 그 반찬조의 수고를 덜기 위해 자신의 식판을 내려놓고 함께 반찬 옮기는 것을 돕습니다. 그 사이 국조는 국의 간을 맞추고 땀을 뻘뻘 흘리며 국자로 솥을 저으면 빨래조는 부지런히 옷을 빨고 참조는 작업자들의 참을 준비하기 위해서 분주히 식당 사이를 뛰어다닙니다. 그 사이에 식기조와 설거지조가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여 산더미처럼 쌓인 식기를 닦고 정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식당 종사원분들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살피고 관리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장을 갈 때면 항상 ‘신생활관’이 떠오릅니다. 무슨 식당 이름이 저렇게 거창하지 싶었는데 이제는 너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 신생활관의 외부를 깨끗하게 다시 페인트칠했는데 저는 수호를 서다가 또 이 일을 하는데 차출되어 페인트 벗기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밥조를 아시나요.’는 제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종종 읊조리는 말입니다. 당번을 많이 하다보니 밥을 먹을 때마다 뭔가 묘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건 홀조를 볼 때도 식기조를 볼 때도 드는 감정인데 그런 고마움을 느끼며 밥을 먹다 보면 혹시 밥이 별로 맛이 없더라도 식당에서 나올 때는 속이 꽉 찬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그게 상제님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는 그렇게 또 힘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여러분도 혹시 ‘밥조’를 아시나요? 그게 아니라면 ‘식사조’이신가요? 그렇다면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밥이 설 때나 꼬들밥이 될 때나 항상 맛있게 밥을 드셔 주셔서 덕분에 식당 당번분들도 언제나 힘낼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도인 한 분 한 분이 있어서 오늘도 도장은 힘차게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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