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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4년(2014)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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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 군자의 덕과 이상사회의 실현을 나타내는 서수(瑞獸)

군자의 덕과 이상사회의 실현을 나타내는 서수(瑞獸)
 
 
 
연구원 김성호
 
 
 
   우주는 공간 세계인 우(宇)와 시간 세계인 주(宙)가 합쳐진 개념01으로 해마다 돌아오는 열두 띠 동물[십이지]에는 우주질서의 원리가 담겨 있다. 이를테면 십이지(十二支)는 우주질서를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부호인 셈이다. 우주질서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긴 십이지는 소우주(小宇宙)인 인간의 삶도 관통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신이 태어난 해[年]의 해당 띠 동물에 의미를 부여하여 이름과 같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2014년은 육십갑자에서 청(靑)에 해당하는 갑(甲)과 말을 뜻하는 오(午)자가 합쳐져 60년 만에 돌아오는 말의 해이다. 육십갑자에서 경오(庚午)·임오(壬午)·갑오(甲午)·병오(丙午)·무오(戊午) 순으로 돌아오는 말은 십이지의 일곱 번째이며, 방향으로는 정남(正南), 시간으로는 오전 11시, 달로는 음력 5월을 상징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말은 활동적이며 도약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말은 생김새에서도 건강한 생동감과 뛰어난 순발력을 비롯해 탄력 있는 근육과 탄탄한 체형, 단단한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역동적이고도 강인한 인상을 준다. 또한, 말은 동물 중에서도 몸집이 커 태양과 ‘우주를 나타내는 웅장한 동물’02로 여겨진다. 이에 선조들은 말이 가진 거대함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되’보다 큰 것을 ‘말[斗]’이라 불렀는가 하면 무덤이 큰 것을 말 무덤, 과년한 여인을 말만한 여인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새우도 큰 것을 말 따리라 하고, 윷놀이할 때 상수(上數)를 ‘말’이라고도 표현했다.
  한편, 예로부터 말은 덕(德)과 복(福)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동물이자 길조를 알리는 서수(瑞獸)로 인식되었다. 『상리형진』이라는 관상서에 따르면 얼굴의 특징이 말과 같으면 품성이 따뜻하고 양호하며, 군자답고 덕이 있으며 앞날이 촉망되고 마음이 트인 상이라 하였다. 또 눈의 특징을 새, 짐승과 견준 『첩경시결』에는 말 눈처럼 크고 맑으면 부귀를 누린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이는 모두 말의 덕을 칭송한 것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예는 『논어』에 기록된 천리마(千里馬)의 덕이다.03 공자(孔子)가 평한 천리마의 덕이란 천리를 내달리는 명마의 힘이 아니라 머나먼 천리 길을 주인을 등에 태우고 동행하는 품위를 뜻한다. 이를테면 천리마의 뛰어난 능력은 덕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말은 예로부터 덕성을 갖춘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돼 말의 능력과 덕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말을 성현(聖賢)의 상징물로 인식하여 경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말은 덕과 더불어 복을 부르는 동물로 여겨져 출생 시 오시(午時: 낮 12시)에 태어난 사람은 천복(天福)을 타고나고 말날[午日: 음력 정월 첫째 오일(午日)]과 말달[午月]에 태어난 사람은 천복이 거듭되어 오복(五福)을 누리게 된다고 전해진다.
  또한, 말은 먼 옛날부터 액을 막고 행운을 부르는 상징물로 여겨졌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청동제 마형 유물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경북 영천 어은동에서 출토된 마형유물 중에는 3cm 크기의 휴대용 말 부적이 발굴되었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말을 액막이와 행운의 징표로 여겼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증적 증거다. 이에 관한 자료를 더 찾아보면 우리 민속에서는 날개 달린 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부적을 퇴액진복부(退厄進福符)·신마부(神馬符)로 불렸다는 사실에서도 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선조들은 말이 달리는 힘의 원천을 말굽으로 여겨 길에서 우연히 말굽을 발견하면 매우 기뻐하며 벽이나 문에 걸어두기도 했다. 게다가 꿈속에서 말을 보면 길몽으로 풀이했다. 특히 흰색 말 꿈을 태몽으로 꾸면 더욱 길하게 받아들여 태어날 자녀가 훌륭해진다고 믿어왔다.
 
 

  백마를 상서로운 동물로 여기는 믿음은 동서고금에서 왕 또는 지휘자가 백마를 타고 사열하는 것이 관례인 점과 백마의 순결성과 희소성, 그리고 신화에서 흰색이 하늘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말의 긍정적인 상징성과 합해진 것이다. 게다가 백마는 종교와 신(神)적인 의미와도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신화학에서도 우주의 균형을 잡고 시간을 초월한 비슈누(Visnu)04 신이 백마를 타고 나오면 황금의 새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아울러 석가모니 부처가 출가할 때 탄 말(칸타카: Kanthaka), 삼장법사가 탄 『서유기』의 말, 그리스도와 이슬람의 예언자 그리고 관음보살이 타는 말은 모두 전신이 흰빛을 하고 있다. 이런 백마는 세속의 갈등을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가 하면 말은 군주의 정치가 바르게 실현되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이상 사회의 징표로도 인식되었다. 수계(水界)의 말인 용마(龍馬)05가 그 대표적인 실례이다. 용마가 물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비한 물건을 지상으로 옮겼다는 자료가 있다. 상고시대 제왕인 복희(伏羲) 때 용마가 황하에서 하도(河圖)06를 지고 나왔으며 이를 토대로 복희가 팔괘(八卦)를 만들었다든지, 요임금 때 황하에서 붉은 문양의 녹색 말이 튀어나와 갑도(甲圖)를 토해냈다는 전승이 그것이다. 용마의 출현이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복희와 요임금 때였던 만큼 강변에서 말의 출현은 군주의 이상적 정치에 대한 상서로 해석된 것이다.
  한편,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육축(소, 말, 돼지, 개, 닭, 양)에 속하는 말은 튼튼한 네 다리와 튼튼한 등 근육을 가지고 있어 다른 동물과는 달리 서서 잠을 잔다. 여기에 뛰어난 방향감각까지 겸비하여 뭇 사람들은 말을 미래의 길을 밝히는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여겨 신성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긍정적이고도 다양한 상징성을 가진 말. 해마다 십이지에 해당하는 열두 띠 동물은 순환하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 까닭은 예로부터 민중들이 말의 해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동학농민전쟁이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갑오년(甲午年)에 우리나라는 열강의 정세에 둘러싸여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세태는 당시의 민요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간다” 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민요에서 ‘가보세’는 갑오년(甲午年)이고, 을미적은 을미년(乙未年)이며 병신은 병신년(丙申年)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를테면 동학 봉기를 참언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을미년에 국모가 일본군사에게 시해당했고, 병신년에는 러시아 공관으로 나라 임금이 구중궁궐을 버리고 자청하여 곁방살이하는 소위 ‘아관파천(俄館播遷)’을 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이로 말미암아 나라의 국운이 기울어 가니 그릇되는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오년에 동학농민전쟁까지 일어났으니 민중들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두렵고도 야속한 세월이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한 민요가 다름 아닌 ‘파랑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너 어이 나왔느냐 솔잎 대입 푸릇푸릇키로 봄철인가 나왔더니 백운(白雲)이 펄펄 흩날린다 저건너 저 청송록죽(靑松綠竹)이 날 속였네”. 이는 당시의 민중들이 동학농민전쟁의 거사가 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을 한탄하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노랫 말에 함축된 의미에서 ‘봄인줄 알았더니 겨울이 덜 간 것’이라는 내용과 “날 속였네” 등은 앞서 언급한 “을미적 을미적” 하다가 “병신된다”는 구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모든 노래가사는 동학농민전쟁을 참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07 이처럼 2014년 갑오년은 동학농민전쟁 이후 120년이 되는 해이니 만큼 수도인의 입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는 새로울 것이다. 상제님의 천지공사를 통해 인존시대를 맞이한 현시점에서 우리는 정해진 법방에 따라 참 동학을 실천하고 있다. 상제님께서도 나를 좇아 영원한 복록을 얻어 불로불사하며 영원한 선경의 낙을 누리는 것이 참 동학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08
  우리는 이러한 점을 가슴 깊이 새겨 하루빨리 온 누리에 상생의 등불이 켜질 수 있도록 수도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말의 상징성에는 모두가 행복한 이상 사회의 상생적 의미와 갈등을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해원의 의미, 음덕을 내포한 말의 덕성까지 갖가지 길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상징성이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도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 단결하여 진리를 수호하고 해원상생의 원리에 부합되는 삶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이 실천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속담처럼 새해에는 도문소자의 소원이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01 우주란 시간과 공간의 융합체이다. 『석문(釋門)』에서는 상하사방을 우(宇)라 하고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宙)라고 했고, 『회남자(淮南子)』에서도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공간 세계가 우(宇)이고 시간 세계가 주(宙)인 것이다.(허균 저, 『십이지의 문화사』, 돌베게, 2010, p.32) 
02  고대 인도 철학 경전인 『우파니샤드』에는 말을 ‘우주의 상징(Brihadaranyaka)’으로 묘사하였다.
03 『論語』, 憲問, “子曰 驥不稱其力 稱其德也”
04 시바와 함께 힌두 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다. 비슈누는 우주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슈누는 의례적인 것보다는 개인적인 신앙을 통해 구원을 베푸는 부드럽고 인자한 신으로 묘사된다. 베다 시대의 태양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되는 비슈누가《브라흐마나》에서 아난타 위에서 쉬고 있는 우주의 창조자인 나라야나(Narayana)와 동일시되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네이버 지식백과)
05 중국에서 용마는 신비로운 나무의 정(精)이며 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키가 2.5미터나 되고 몸에는 비늘, 등에는 날개,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달려 있다고 여겨졌다. 『서유기』 중에서 현장법사를 천축(天竺)까지 데리고 간 것도 용마라고 되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06 중국 복희씨(伏羲氏) 때에, 황허(黃河)에서 용마(龍馬)가 지고 나왔다는 쉰다섯 점으로 된 그림. 동서남북 중앙으로 일정한 수로 나뉘어 배열되어 있으며, 낙서(洛書)와 함께 주역(周易)의 기본 이치가 되었다.(네이버 국어사전)
07 120년 전 갑오년의 참혹한 세태는『전경』에 상제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상제님께서는 동학군들의 전도가 불리함을 알으시고 “월흑안비고 선우야둔도(月黑雁飛高 單于夜遁逃) 욕장경기축 대설만궁도(欲將輕騎逐 大雪滿弓刀)”라는 한편의 글을 여러 사람에게 외워주시며 장차 동학군이 눈이 내릴 시기에 이르러 실패할 것을 밝히시고 사람들에게 동학에 들지 말라고 말씀하신바 있다.(행록 1장 23절 참고)
08 권지 1장 11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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