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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2. 외금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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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무꾼 총각과 선녀 

  바위와 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장쾌하고 웅장한 구룡폭포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상팔담(上八潭)이 바로 그곳에 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아래쪽 계곡으로 내려와 연담교를 지나면 급한 경사면에 놓인 안전사다리를 만나게 된다. 무려 14개나 되는 사다리를 어렵게 오르면 상팔담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구룡대(九龍臺)에 이른다.

  구룡대에서 보면, 삼각추처럼 생긴 바위산이 정면에 버티어 섰고, 그 아래에 활처럼 굽은 좁은 골짜기가 있다. 골짜기 밑바닥에는 푸르고 맑은 물을 담은 크고 작은 못들이 있는데, 그 중 큰 것 여덟 개를 상팔담이라 한다. 못 바닥이 다 드러날 정도로 맑은 연초록색 물과 계곡 양쪽의 나무들이 뿌려놓은 색채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이다.

  한편 구룡대 주변에는 물이 괸 돌확(우묵하게 파여 절구 모양으로 된 것)이 여러 군데 있는데,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여기서 머리 감고 화장했다 하여 ‘옥녀세두분(玉女洗頭盆)’이라고 한다.

이곳과 상팔담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나무꾼에 얽힌 유명한 전설이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한 나무꾼이 금강산에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산에 가 나무를 해서 생활하는 가난한 총각이었다. 하루는 여느 때처럼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사슴 한 마리가 숨가쁘게 뛰어오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으니 숨겨주면 은혜를 갚겠습니다”고 말했다. 나무꾼은 사슴이 불쌍해 얼른 나뭇단 뒤에 숨겨주었다. 그때 사냥꾼이 헐떡거리며 달려와 사슴의 행방을 물으니, 나무꾼은 잠자코 앞산을 가리켰다.

  사냥꾼이 앞산으로 사라진 후, 사슴은 나무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나무꾼은 집이 가난해 장가를 못 들어 아내를 얻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사슴은 계곡 위의 맑은 상팔담을 가리키며 보름날 밤에 하늘에서 여덟 명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할 때, 옷 한 벌을 감추면 선녀를 아내로 맞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다만 아이를 셋 낳기 전까지는 절대로 옷을 내주지 말라고 덧붙이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사슴의 말대로 보름달이 뜰 때 상팔담 부근에 숨어있었는데, 과연 선녀들이 내려와 나뭇가지에 옷을 걸어놓고 목욕을 하였다. 나무꾼은 옷 하나를 몰래 걷어 바위 밑에 감추어 두었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은 제각기 옷을 찾아 입고 옥녀세두분에서 화장을 한 뒤 하늘로 올라갔으나 한 선녀만은 옷이 없어 그들과 함께 가지 못했다. 그때 나무꾼은 울고 있던 선녀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자기 집으로 인도했다. 그리하여 나무꾼은 꽃처럼 예쁜 여인을 부인으로 얻게 되었고 아들, 딸을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

  아이를 둘이나 낳고 정분도 깊어지자 나무꾼은, 사슴의 당부를 잊고 그간 숨겨왔던 날개옷을 아내에게 돌려주었다. 이것을 본 아내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내 그 옷을 입었다. 날개옷을 입자 그녀는 갑자기 하늘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온몸에 사무쳐 아이 하나씩을 양쪽 팔에 껴안고 이내 하늘로 훨훨 날아가 버렸다.

  졸지에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잃은 나무꾼은 어찌할 바를 몰라 며칠을 방황하다가 좋은 방법을 얻고자 사슴을 찾아나섰다. 수없이 산을 헤매던 어느 날 드디어 깊은 계곡에서 사슴을 발견했다. 사슴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아이 셋은 되어야 그녀가 떠나지 못했을 거라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선녀들이 옷을 잃은 후로 상팔담에 내려오지 않는 대신에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가니 그때 슬쩍 두레박을 타라고 일러주었다.

  나무꾼은 사슴이 일러준 대로 상팔담에서 기다렸더니 과연 커다란 두레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는 얼른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그리던 아내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얼마동안 가족을 만난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몰랐으나 자신이 살던 금강산이 다시 그리워졌다. 하늘나라가 비록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금강산처럼 철따라 꽃 피고 단풍 지며, 백설이 덮이는 그런 아름다움은 없었다. 게다가 산악과 계곡, 구름과 안개 등이 조화를 이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관의 아름다움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무꾼의 아내도 역시 몇 해 동안 즐겁게 살았던 금강산을 못내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하늘나라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딸을 데리고 다시 금강산으로 내려갔다. 그 후 그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즐기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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