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급(轍鮒之急)

집안이 매우 가난했던 장주(莊周:장자)는 어느 날 감하후(監河侯)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그러나 감하후는 장주가 제때 갚을 능력이 못 된다는 것을 알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빌려 드려야지요. 며칠 후에 영지에서 세금이 걷히면 당신에게 300냥을 빌려 주겠소.”

이에 장주가 안색을 고치고 말하였다.

“내 어제 이곳으로 오는데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 속에 붕어 한 마리가 날 부르고 있었소. 내가 그놈을 보고, ‘붕어야, 왜 그러느냐?’ 하고 묻자, 붕어가 말하기를, ‘저는 동해 용왕의 신하입니다. 어디서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저를 살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라고 하였소.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좋소. 내가 지금 남쪽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로 가서 서강(西江)의 물을 터놓아 그대를 살려주도록 하겠소’라고 했소. 그러자 붕어가 이렇게 말했지요. ‘저는 단지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은 이렇게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나를 건어물(乾魚物) 파는 곳에서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소.” 

장주의 이런 비유를 듣고 감하후는 아무 변명도 하지 못했다.

철부지급(轍鮒之急)은 『장자(莊子)』「외물편(外物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수레바퀴 자국 속에 있는 붕어의 위급함이라는 뜻으로, 곤궁한 처지나 다급한 위기를 비유할 때 쓴다. 아무리 각박해진 세상이라 하지만 우리 또한 남의 고통을 무관심하게 쳐다보고 있지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