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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2. 외금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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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곰바위 전설

 

  온정리에서 형형색색의 기암괴석들이 즐비한 만물상 구역으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온정천이 흐르고 있다. 이 온정천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상관음봉·중관음봉·하관음봉의 관음연봉이 늘어서 있고, 오른편에는 수정봉·문주봉 등이 있다. 온정천의 물줄기를 따라 육화암에서 온정리까지를 ‘한하계’(寒霞溪: 찬 안개가 낀 골짜기)라고 하는데 골 안의 폭이 넓고 환하게 트여 있어 장쾌한 계곡미로 이름 높은 곳이다.

  한하계 왼편에 있는 중관음봉 중턱 벼랑 위에는 곰의 형상을 닮은 바위 하나가 있어 이를 ‘곰바위’라고 부른다. 이 곰바위 아래에 수정같이 맑은 물을 담고 있는 소(沼)가 하나 있는데, 구슬같이 아름답고 작은 돌멩이들이 소 밑에 깔려있다고 해서 문주담(文珠潭)이라고 한다. 이 곰바위와 문주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비로봉마루에 백 년 묵은 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발바닥만 핥으며 긴긴 겨울잠을 자고 깨어난 곰은 심한 허기증을 느꼈다. 굴에서 나와 보니 금강산이 온통 파릇파릇한 봄빛을 띠기 시작해서 어디를 보나 초록빛 세계였다. 곰은 한참 동안이나 눈을 껌벅거리며 황홀한 금강산의 경치에 취해 서 있다가 배가 몹시 고파오는 것을 느꼈다. 뭔가 요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곰은 수정봉 쪽으로 엉기적엉기적 기어갔다.

  곰이 중관음봉의 마루를 넘어서는데 갑자기 요란한 개울물 소리가 들려왔다. 내려다보니 문주담의 맑은 물속에 도토리가 수북이 깔려있었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곰은 맑은 물에 비친 구슬 같이 작은 돌멩이들을 지난해 가을에 떨어진 도토리로 잘못 보았던 것이다. 곰은 그 도토리들을 단숨에 삼켜버릴 생각으로 있는 힘을 다해 뛰어내렸다. 그런데 오랫동안 굶주린 탓인지 힘껏 뛰어내린다는 것이 그만 문주담까지 이르지 못하고 절벽 중턱에 떨어지고 말았다. 워낙 체중이 많이 나가는데다 뛰어내릴 때의 힘이 더해져 뒷발이 바위 속에 움푹 빠져 들어가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되었다. 

  둔중한 궁둥이가 바위에 붙어버린 곰은 목을 길게 빼고 주둥이를 날름거리며 문주담을 게걸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아, 배고프구나! 어떻게 하면 저 도토리를 다 먹을 수 있담?” 움직일 수 없게 된 몸이었지만 곰은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고 물속에서 어른거리는 ‘도토리’를 보고만 있었다. 세월은 흘렀으나 곰은 끝내 한 알의 도토리도 먹어보지 못한 채 돌로 굳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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