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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2. 외금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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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바위로 굳어진 개구리

 

 

신계사를 뒤로 하고 나지막한 고개에 올라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그 생김새가 배와 유사한 푸른 소(沼) 하나를 볼 수 있는데 이를 선담(船潭)이라고 한다. 소의 물이 깨끗한 이곳은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한데다가 옆에 널찍한 바위가 있어, 예로부터 좋은 목욕 터로 알려져 있다.

  선담에서 신계다리를 건너 위쪽을 향해 나아가면 구룡연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 옆 개울가의 큰 바위는 하늘에서 다섯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오선암(五仙岩)이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구룡연과 가는골로 향하는 두 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가는골은 옥녀봉과 관음연봉 사이에 생긴 골짜기로, 내금강 구성동의 골짜기와 잇닿아 있어 금강산에서 가장 길고 깊은 계곡 중의 하나로 꼽힌다.

  가는골을 바라보면서 구룡연 골짜기 쪽으로 들어서면 비스듬한 너럭바위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사방이 기암절벽으로 막혀 있어 위로 하늘만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걸음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보게 된다고 해서 앙지대(仰止臺)라고 불린다.  

  앙지대에서 다시 언덕진 길을 따라 가노라면 주변경관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금수(錦繡)다리를 건너게 된다. 여기서 얼마쯤 더 가면, 우측 편 옥녀봉 줄기의 한 봉우리에 두 눈이 툭 불거지고 배가 터질듯이 나온 ‘개구리바위’를 볼 수 있다. 이 바위에는 온정리에 살았던 개구리가 바위로 굳어지게 된 사연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온정리의 닭알바위산 아래 아늑한 기슭에는 깊이 패인 우물이 하나 있었다. 이 우물 안에는 십여 마리의 개구리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의 하루 일과는 매우 단조로웠고 보는 세계라곤 우물 위에 둥그렇게 보이는 푸른 하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구리들은 이 세상에 그 이상 더 무엇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저들의 보금자리보다 더 훌륭한 곳이 또 어디 있으랴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물 안의 개구리 세계에 큰 파문이 일어났다. 이날 아침 난데없이 한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와 앉더니 개구리들에게 우물 밖의 세상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다. 까마귀는 일 년 사시사철 백화만발한 강남의 꽃동산과 여름철에도 온 천지가 눈과 얼음 속에 파묻혀 있는 북극의 설경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으며, 세계의 이름난 명승지도 빠짐없이 알려주었다.

  까마귀의 이야기는 들을수록 놀랍고 신비스러웠다. 우물 밖이라고는 둥그런 하늘밖에 모르던 개구리들에게 그것은 모두 거짓말 같았다. 눈이 둥그레진 개구리들은 참다못해 중구난방으로 물었다.

  “그래 까마귀야, 너는 어디가 제일 좋던?”

  나이 어린 개구리가 눈알을 대굴거리면서 물었다.

  “금강산이야, 너희들이 살고 있는 이 금강산!”

  “금강산?”

  개구리들은 또 한번 놀랐다. 저희들이 이 금강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금강산이 어떻게 생겼고 어찌하여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뽑아 까마귀의 말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개구리들의 이런 제안에 까마귀가 쾌히 승낙하자, 체통 좋고 식견 있는 개구리를 대표로 뽑았다.

  까마귀는 그 개구리를 등에 업고 온 세계를 날면서 세상구경을 다 시킨 후 구룡연 골짜기 입구에 내려놓았다. 전혀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나서 어리둥절해 있던 개구리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금강산을 자기 발로 다니면서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옥녀봉 마루를 기어오르던 개구리는 숨이 차서 더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물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헐떡거리면서 한 치 한 치 기어 올라갔다.

  “과연 앞에 어떤 경치가 펼쳐져 있기에 까마귀가 그토록 금강산 자랑을 한 것일까?”

  이런 호기심은 맥 빠진 개구리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었다. 죽을힘을 다해 기어오르던 개구리는 한낮이 지나서야 겨우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마루에 올라선 순간 개구리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연 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있단 말인가! 깎아지른 절벽, 바위를 둘러싼 낙락장송,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구룡연은 또 얼마나 장쾌한가!”

  개구리는 봐도 또 보고 싶고 볼수록 아름다운 구룡연 계곡의 이 자연미에 도취되어 발길을 뗄 줄 모르고 동료들이 기다리는 우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개구리는 그만 두 눈을 부릅뜬 채 바위로 굳어지고 말았다.

  구룡연 계곡의 개구리바위는 이때부터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개구리 모양의 바위와 관련해서 금강산의 기묘한 경치를 묘사한 것으로,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형상한 수많은 전설 가운데 한 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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