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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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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도장에서 여름꽃 옮겨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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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에서 여름꽃 옮겨심기



중흥1-12 방면 선사 오현주




  코로나19로 인해 여주본부도장에 가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도장에서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2020년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였습니다. 그때는 코로나19 확산 전이었지만 도장에서의 철저한 방역수칙에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 소독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해야 했고 자체 방역소독소를 하루에도 여러 번 통과했었습니다.
  일 년에 4번만 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바로 꽃 모종 옮겨심기 작업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도장의 꽃도 바뀝니다. 전에는 그저 이쁘다~ 하고 지나쳤는데 그 꽃들을 제가 심게 될 줄이야~.
  작업장에 가보니 여러 종류의 여름꽃 모종들, 비료가 섞인듯한 흙더미, 삽, 파란 화분들, 꼬마 의자 등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종사원 임원분께서 같이 간 일일 지원자들이 해야 하는 임무를 알려주셨습니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종사원 임원분이신데 하나도 모르는 초보자인 저희를 위해서 하나하나 시범을 보여주시면서 알려주셨습니다. 일일초라는 꽃을 가리키시며 이 꽃의 꽃말이 무엇일지 저희에게 질문하셨습니다.
  재빠르게 인터넷 검색을 하던 어느 내수가 ‘즐거운 추억’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즐거운 추억이라는 꽃말같이 즐겁게 작업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정한 크기의 길쭉한 파란 화분에 흙을 채우고 꽃의 종류에 따라 4~7개 모종을 심는 것이었는데 심는 개수도 저희 의견을 참조하셔서 조율을 해주셨는데 언뜻 듣기로는 쉬워 보이는 작업이었으나 막상 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일초, 마리골드, 꽃 쇠비름 등등 여러 종류의 여름꽃들이 처음엔 예뻐 보였으나 막상 작업하려니 왜 이리 많아 보이는지… 시간 안에 저 모종들을 다 심을 수 있을까?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따가 낮이 되면 더워질 거라며 그물 천막도 쳐주셨습니다. 그땐 몰랐으나 곧 그물 천막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물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시원함을 줄 수 있나 새삼 고마웠습니다.
  저는 완전 초보라서 작년에 해 본 적이 있는 경력자 허교무를 따라 마리골드를 옮겨심는 곳으로 갔습니다. 여러 종류의 꽃 중 자신이 마음에 드는 꽃들을 옮겨심으라 하셨는데 허교무에게 마리골드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니 은은한 향기가 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향기를 맡아보니 정말 미세하게 좋은 향이 났습니다. 마리골드도 노란빛과 주황색으로 나뉘는데 꽃을 올리는 시간에 맞춰 4시 전에 끝내야 하여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습니다.




  화분에 흙을 담으면 적당히 손으로 눌러줘야 합니다. ‘적당히’가 참 중요한데 적당히 눌러줘야 화분에 물을 주었을 때 흙이 무너져 내리거나 흡수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적당히’의 감을 찾았습니다. 마리골드는 7개의 분을 한 화분에 심는데 앞에 4개, 뒤에 3개의 분을 간격을 맞추어 심고 그 위에 흙을 약간 덮어주고 눌러주고 하면 끝입니다. 그다음엔 외수 종사원분들이 그 화분을 가져가셔서 줄을 맞춰 놓으시고 물을 줍니다.
  몇십 분이 지났을까 손가락이 살짝 아파집니다. 평상시 손가락에 힘이 없는데 흙을 계속 누르는 작업을 하니 좀 무리가 되었나 봅니다. 처음엔 밝고 좋았던 햇살이 뜨거움으로 느껴질 때, 땀이 마스크 안으로 스며들 때쯤 반가운 목소리!
  “참 드세요~.”
  큼지막하게 썰린 수박과 숙성된 냉 매실차. 너무 맛있었습니다. 아침을 못 먹고 온 지원자들을 위해 조식도 있었습니다. 맛난 참을 열심히 먹으며 수분 보충 완료.
내수들은 하나같이 꽃을 좋아합니다. 다른 작업과는 달리 시종일관 밝은 모습과 웃음소리와 함께했습니다. 함박웃음 짓고 있는 꽃들을 계속 보니 마음도 행복해지고 아픈 게 금방 사라집니다. 늘 꽃과 같은 마음으로 남을 대한다면 척을 지을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모종들이 많아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 사이, 수십 개의 화분을 완성하고 또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배꼽시계가 또 알람을 울리기 직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시던 도장 관계자이신 임원분께서 저희가 작업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시더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세요.”
  그 말씀이 끝나자마자
  “아이스크림이요.”
  “짜장면, 탕수육도 되나요? 깐풍기, 치킨, 햄버거~.”
  곳곳에서 은근슬쩍 마음의 소리를 드러내니 웃으시며 카드를 주셨습니다. 의견을 모은 끝에 치킨이 낙점되어서 오후 참으로 정하고 나니 다들 더욱 힘이 난 모습으로 작업에 열중하였습니다.
  어느덧 화분을 다 채운 여름꽃들.
  ‘이제야 내 집에 왔군. 고마워.’
  라고 인사하듯 살랑거리는 꽃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 손이 무섭다고 같이 하니 빨리 끝났습니다. 내가 하던 꽃이 끝나면 다른 꽃을 하는 곳으로 가서 합심해서 도와주고 서로 화합한 끝에 1차 작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쉬는 시간 후 오후에는 2차 작업으로 완성된 파란 화분들을 일일이 튄 흙을 수건으로 닦아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깨끗하게 단장한 화분들은 도장 곳곳에 비치됩니다. 꽃 화분 하나에도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직접 해 보니 심는 것부터 화분 닦아내는 작업까지 직접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화분을 보면 마음이 참 새롭고 애착이 갑니다. 물론 제가 직접 심어서 그런가 봅니다.
  고생해서 심었기에 눈길 한 번 더 가고 마음 한 번 더 가고 관심 한 번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컸나 보게 됩니다. 오랜만에 보게 되면 심을 때보다 부쩍 큰 꽃들에 새삼 놀랍니다. 자연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여름의 햇살, 번개, 비, 바람을 맞고 저리 성장하였다니….




  새끼손가락 정도 더 큰 일일초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하루 같아도 그 하루가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샌가 돌아보면 성장하고 있듯이 하루하루 귀하게 보내야지,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날이 되어야지, 다짐합니다. 육신의 성장은 이미 다 했고 이제 저물어가는 나이는 되었으나 정신의 성장은 계속할 수 있으니 좀 더 알찬 정신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제가 심은 마리골드는 더 애착이 가서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직접 손길이 갔으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른 잎이 보이면 따주게 됩니다. 지금의 마리골드는 과거의 마리골드와 다릅니다. 저와의 교감을 통해 의미가 부여되었으니까요. 이렇게 직접 들인 정성과 행동은 크다는 걸 느낍니다. 중찰인사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같이 대화하고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고생을 하고 같이 마음을 나누었던 수반들과는 세월이 지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통하고 눈빛만 봐도 무엇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사람이 옳은 말을 듣고 실행치 않는 것은 바위에 물 주기와 같다고 하신 상제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바위에 물을 주면 스며들지 않는 것처럼 말만 듣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뜻인데 실천하면 마음이 쓰이고 깨달아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급증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비대면 교화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좀 더 그 수반과 신뢰를 더 쌓을 걸, 더 마음을 나눌 걸, 후회도 되는 요즘입니다. 계절 꽃 심기 작업을 해마다 4번은 기본으로 하고 다른 작업도 늘 하는 종사원분들의 노고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고작 하루 일을 하고도 삭신이 쑤셨는데 말입니다.
  그냥 보는 꽃 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새겨보는 날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매사에 정성을 들이는 나날이 되도록 실천하고 마음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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