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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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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야기 : (96) 총석정 부부암전설 - 의(誼)가 좋아진 부부-

(96) 총석정 부부암전설 - 의(誼)가 좋아진 부부-

 

글 교무부

 

 

 

  해금강의 마지막 명승지인 총석정구역은 통천(通川)의 총석들과 금란굴, 시중호(侍中湖), 국도(國島) 등 금강산 북부지역의 동해명승지를 포괄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특징은 주로 바다 기슭에 높이 솟은 돌기둥들이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바위벼랑에 기묘한 동굴들이 많은 것이다. 통천군의 통천항에서 2km 떨어진 총석리에 위치한 총석정은, 반도의 동쪽 끝 봉우리 기슭에 1km 구간에 걸쳐 돌기둥들이 우뚝우뚝 솟은 곳으로, 모두 비슷한 크기와 높이로 되어 있고 반듯하면서도 곧다.
  이 지역의 암석들은 정육각이나 팔각, 오각형의 현무암 기둥들이 바다 밑에 뿌리를 박고 무더기로 서 있거나 누워 있거나 앉아 있어 이를 돌의 묶음, 곧 총석(叢石)이라 한다. 하지만 총석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바닷가 벼랑에 총석정(叢石亭)이란 정자가 세워진 뒤부터, 이 일대의 기암(奇巖)들은 모두 ‘총석정’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정자는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의 그림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현재는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총석정의 돌기둥들이 용궁의 수정문처럼 솟아올라 푸른 물결 위에 자태를 드리운 모습은 예로부터 관동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혔다.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총석정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무릇 돌봉우리는 위는 날카로우나 밑동은 두꺼운 것인데 위와 아래가 똑같으니, 이것은 기둥이고 봉우리가 아니다. 밑에서 위에까지 목공이 칼로 다듬은 것 같으며, 기둥 위에는 늙은 소나무가 점점이 이어져 있다. 기둥 밑, 바다 물결 가운데도 수없는 작은 돌기둥이 혹은 섰고, 혹은 넘어져 파도에 침식되고 다듬어져 사람이 만든 것과 흡사하니, 조물주의 물건 만드는 솜씨가 지극히 기이하고 교묘하다 하겠다. 이것은 천하에 기이한 경치이고, 분명 천하에 이런 곳이 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선인들이 천하절경이라 극찬한 총석정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반드시 바닷길을 이용해야 한다. 통천항에서 배를 타고 가다가 오른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면 동서로 가늘게 뻗어 나간 작은 반도가 나타난다. 그 산줄기의 기슭 약 1km 구간에 우뚝우뚝 솟아 있는 돌기둥 들이 바로 총석정이다. 여기서 처음 마주하는 총석들의 자세는 각양각색이다. 그중 반듯하게 서 있는 총석을 입총(立叢)이라 하고 앉아 있는 것은 좌총(坐叢), 누워있는 것은 와총(臥叢)이라 한다. 각각의 작은 돌기둥이 합쳐서 하나의 모난 돌기둥이나 절벽을 이루고 섬이 되기도 하였다. 검푸른 파도가 밀려왔다가 총석정 발굽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광경 또한 일품이다. 오랜 세월 동안 바닷물과 해풍에 침식된 돌기둥 속의 동굴들은 그것대로 신비한 전설과 어울려 이채를 띠고 있다.

 

▲ 총석정 사선봉


  좀 더 가면 마치 영화의 장면이 바뀌듯 새로운 경치가 펼쳐진다. 들락날락한 바위산의 낭떠러지가 온통 깎아지른 총석으로 덮였는데, 마치 절벽에 고운 천을 주름 잡아 세워놓은 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것은 20여 m의 돌기둥 넷이 마치 사열하는 군인처럼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사선봉(四仙峰)이다. 미끈하고 반듯한 육면체의 작은 돌기둥 수십 개가 한데 묶여 각각의 봉우리를 이룬 채 바닷물을 디디고 줄지어 서 있다. 사선봉은 태양과 달, 구름과 바다의 조화에 따라 눈부신 금빛, 은빛을 뿌리거나 검은빛을 나타내며 간혹 신비로운 붉은빛을 띠기도 하니,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기이한 경관이요, 절경이라 하겠다.
  전해오는 말에는 영랑, 술랑, 안상, 남석의 사선(四仙)이 3천의 무리를 거느리고 총석정에 왔다가, 이 돌기둥의 꼭대기에서 놀며 구경했기 때문에 사선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사선봉은 네 기둥이 스스로 신선이 된 듯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푸른 파도를 굽어보며 서 있다. 옛 기록에는 사선봉 꼭대기에 네 신선이 심었다는 한 그루의 노송(老松)이 해풍에 가지를 맡긴 채 외로이 서 있다고 했는데, 그 소나무는 모진 풍상(風霜)에 언젠가 죽어버리고 지금은 넓은 잎나무가 보기 좋게 다소곳이 서 있다. 그 옛날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총석정의 절승경계를 두고 이렇게 읊었다.

 

 

금란굴 돌아들어 총석정 올라가니,
백옥루(白玉樓: 옥황상제가 살던 곳) 남은기둥 다만 넷이 서 있구나!
공수(工倕)01의 솜씨인가 귀신도끼로 다듬은 것인가.
구태여 육면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사선봉을 지나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돌 모양이 또 변하니, 어떤 것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며, 기대거나 가로눕기도 하고, 혹은 쌓이거나 흩어지기도 하여 실로 기묘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고장 사람들은 총석정을 ‘통천금강(通川金剛)’이라 자랑했는데, 이것은 총석정에도 금강산의 만물상과 같이 갖가지 짐승과 물형을 닮은 바위와 전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네 신선이 놀고 갔다는 ‘사선봉’과, 어느 힘 센 장사가 총석을 베어 용궁까지 다리를 놓다가 총석정의 절경에 매혹되어 그만두었다는 ‘돌다리’가 있다. 또한 의좋게 서 있는 ‘부부암’과 거북이를 닮았다는 ‘거북이바위’ 등이 그것이다. 

  총석정 동남쪽 7km의 연대산 바다 기슭에는 관음보살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금란굴도 유명하다. 또 부근에는 난도(卵島: 일명 알섬), 시중호, 통천3도, 국도 등이 모두 총석 다발로 이뤄진 아름다운 섬들인데, 특히 푸른 비단 위에 하얀 총석 병풍을 쳐놓은 듯한 국도의 아름다움이야말로 환상적이다. 이처럼 총석정과 그 부근의 섬들 및 해안은 모두가 크고 작은 총석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그래도 그 틈에 소나무들이 용케 비집고 들어앉아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니, 기암과 청송, 그리고 푸른 파도로 이채를 띤 해금강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총석정 가운데 나란히 의좋게 서 있는 두 개의 총석을 “부부암(夫婦巖)”이라 하는데 옛날에 부부암이 말을 하여 이 고장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다.

 

 

 

  그 옛날 총석정 뒤 양지바른 언덕 밑에 십여 호의 농가가 모여 사는 오붓한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외진 곳에 한 초가집이 있었는데, 그 집의 부부는 의가 좋지 않았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 트집 잡기 좋아하고 말다툼만 하더니 끝내 화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헤어지기로 하였다. 그들은 각자 자기 보따리를 이고 지며 집을 나선 후 총석정 언덕에 올라섰다. 그런데 막상 헤어지자니 다투면서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한 조각 미련이 남는 것 같고, 마을도 집도 어쩐지 정겨워 보였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이미 모진 마음을 먹었던 터이므로 갈라진 오솔길을 따라 서로 남과 북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바다에서 갑자기 “쩡! 쩡!” 하며 얼음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어디선가 “거기 멈추어 섰거라.” 하며 뇌성벽력 같은 소리가 울렸다. 그들 부부가 놀라서 돌아보니 부부암이 대로한 채 서 있었다. ‘남편바위’는 이쪽 아내를 향해 섰고 ‘아내바위’는 이쪽 남편을 향해 서 있었다. 그리고 제각기 하는 말이 “당신네가 그렇게 의가 나쁘니 오늘부터 나와 함께 사는 게 어떻겠소?”라고 묻는 것이었다.
  부부관계가 몹시 나빴던 그들이 의아한 눈으로 바위를 쳐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남편 앞에는 절세의 미인이 얌전하게 서 있고 아내 앞에는 호걸 미남이 씩씩하게 걸어오는 게 아닌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하여 자기 살을 꼬집어 보았더니 엄연한 현실이 틀림없었다. 미인은 여전히 수줍은 듯 다소곳이 제자리에 서 있고 장대하게 생긴 미남은 싱글벙글 웃으며 부인 앞에 와있었다. 그들은 서로 새로운 부부의 연(緣)을 맺기로 약속하고 정든 마을, 정든 초가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날 밤 두 쌍의 부부가 새살림을 차리고 지냈는데 날이 밝아 깨어보니 상대는 바로 자신들의 본 남편과 아내였던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들 부부가 서로 일어나 마주 앉아 있으니, 이번에는 “쏴~, 쏴~.” 하는 거센 파도 소리와 함께 다시 부부암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거라! 부모가 정해준 배필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니 의좋게 살아가면 천복(天福)이 있을 것이다.”


 
  그 후, 의(誼)가 나빴던 부부는 괴로움도 기쁨도 함께 나누며 행복하게 살았고, 이 마을에는 의가 나쁜 부부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총석정의 부부암을 찾으면 부부 사이에 의가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다.

 

 


01 중국 고대 순(舜) 임금 시대에 있었던 뛰어난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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