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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2년(2012)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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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일심수호

일심수호

 

 

청양 방면 교무 서연석

 

 

 

  유월의 아침, 도장은 초록으로 풋풋함이 가득하고 숭도문 앞에는 한복을 입은 외수·내수 분들의 빗질하는 모습이 나비춤사위를 보는 듯하다. 넓은 도장 안은 솔 향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고 영대를 향하는 외수, 내수 분들의 한복 행렬은 형형색색의 나풀거리는 꽃이다. 각각 표정이 다른 지지 않는 꽃이다.

도장 안에서는 모든 것이 자연스레 정중해진다. 처음 도장참배를 온 수반의 말에 의하면 저절로 두 손이 공손히 모아지고 고개가 숙여지는데 자신이 놀랐다고 한 적이 있다. 도장 안의 무한한 기운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수호 첫날 도장 근처 8초소 입구에서 잠시 줄을 정렬하고 “일심 수호!!”를 세 번 외친다. 첫날은 목소리가 작았는데 하루하루 자신감 있게 큰소리로 하게 된다. 소나무 숲에 초소가 정해져 있다. 오두막과 정자 그늘이 있고, 초소 안에는 간편한 취사도구와 책이 정돈되어 있다. 이곳에서 수호시간 외에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도장을 지을 때,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터를 찾았다 하셨는데,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단순하게 생각했다.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번잡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주변이 조용한 도장에서 수도를 하거나 수호를 서고 있으면, 스스로 자신을 응시하게 되고 수도에 몰입하는 마음을 갖게 되니, 어떤 내면의 정화를 하게 되고 묵상을 하며 불필요한 감정들을 비워내게 된다. 마음에 걸릴 게 없는 때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지, 마음뿐이 아닌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자주 회관과 도장을 와야 한다.”는 방면선감 말씀이 와 닿는다.

  수호 3일째, 소나무 숲에서 도를 배운다. 수호자들은 “좋아라, 좋아라.” 하며 나름의 수호 서는 즐거움을 말한다. 편한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며 할 일을 알아서 하고, 스스로 도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은 어떤 동기간의 우애와도 비교가 안 된다.

  소나무 숲은 빽빽하게 숲을 이루었지만, 나름의 개성이 있고 조화롭다. 오늘 하루도 수호장에 그늘을 만들어 주고, 상큼한 솔향을 베푸는가 하면, 수호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경청을 한다. 스스로는 가지를 쳐서 다듬어가며 허물을 비워내고, 갑옷처럼 두터운 옷을 입고 사철 푸른 잎을 유지한다. 한결같은 마음, 색으로 전해주는 미소가 있다. 자세히 보면 나무색도 조금씩 다르다. 연고동색, 밤색, 진갈색, 연한 갈색, 사람들의 말이 옳으면 고개를 끄덕끄덕 해 보인다. 사람들의 말이 도에 어긋나면 긴 허리를 흔들흔들 해 보인다. 이곳 소나무는 수호자보다 더 큰마음으로 수호를 서는 듯하다. 웬만한 말에 흔들리지도 않고, 웬만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침묵만 지키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굽은 나무, 가늘고 키만 큰 나무, 자주 흔들리는 나무, 각자 닦은 바에 따라 갖추어진 모습이 아닐까?

  수호 5일째, 차 한 잔 마실 시간의 교화였지만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어느 교령께서 “땅에는 씨앗도 심고, 말씨도 심는다. 말이 땅에 떨어지면 자라서 말한 대로 된다. 덕을 말하면 덕으로 싹을 틔우게 되고, 화가 되는 말을 하면 화가 자라 되돌아온다. 사람들이 도를 알면서도 덕을 모르는 경향이 있는데 도는 옳고 그름이요. 판단하기는 쉬워도 덕은 인간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거름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내 말을 따르지 않을 때는 아직 나의 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나의 판단력이 부족함을 염려하고, 상대방이 실수했을 때는 나무라기보다는 아직 모르는구나 하며 보듬어야 한다. 그리고 내 몸을 수고스럽게 해서 상대방을 감동하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평소 아는 이야기지만, 수호장에서 듣고 보니 더 깊이 와 닿는다. 앞으로 포덕을 할 때 거름이 될 좋은 말씀이다.

  수호 6일째, 순회하시던 선감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고 가신다. “마음이 아픈 사람, 몸이 아픈 사람 서로 위로하며 함께 나누며 금을 따는 그날까지 함께 가자. 농부가 사과 열매를 맺기까지는 170일의 공을 들여야 하고, 사람은 금이라는 열매를 따기 위해서 그만큼의 공덕을 들여야 한다.” 공들이는 노고는 스스로 일심을 갖는 데 따라 다른 것이다.

 

 

 

  이튿날 1시 기도를 모시는데 기도 중에 허기가 느껴진다. 먹고 싶은 생각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 그때 내 앞에 두 개의 하얀 접시에 가래떡과 시루떡이 담겨있다. 그 떡의 냄새가 얼마나 구수한지 생전 처음 느끼는 맛이다. 흡입하듯 먹은 것 같다.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없다. 다음 날 아침까지 배고픈 줄 몰랐다. 아침 7시 기도 중에 졸음이 밀려온다.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갑자기 내 앞에 김 오른 커피 한 잔과 갓 볶은 커피 한 사발이 놓여 있다. 커피 향으로 잠이 달아나고 기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방면 정리께 이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떡은 덕이며 잘 다져진다는 의미이니 좋은 것이야.”라고 하신다.

  오래전에 선감께서 교화하실 때, “공부 들어가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제시간에 먹지도 못하지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먹고,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보인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생각해보니 일심을 가지고 수도를 하면 어느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 같다.

  지난해 2박 3일 수호를 설 때는 몸이 불편하고 지루했는데, 의무감으로만 수호를 섰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심 수호를 선 듯하다. 자신의 제한된 날짜가 아쉽다. 첫날부터 ‘일심 수호’를 외쳤던 것은 상제님의 무한한 기운을 받고자 함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상제님의 기운을 얻지 못하면 이루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심으로 수도해야 한다. 조석으로 상제님을 생각하고 마음으로 모시며 무한한 기운을 주셔서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시기를 기도한다. 간절한 기도가 있는 한 이제 고단하거나 어려운 일이 없을 것 같다. 언제나 마음이 풍성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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