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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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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무언(無言)의 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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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無言)의 교화

 


청량 방면 교무 서연석

 

  이월말의 비는 봄을 재촉하고 아직 녹지 못한 그늘의 눈 조각을 말끔히 닦아 내린다. 한복을 입은 도인들의 발아래로 졸졸 얕은 냇물이 되어 흐른다. 앞사람의 우산에서 흐른 빗물은 옆 사람의 저고리를 흠뻑 적시고 치맛자락마다 비에 흠뻑 젖어 보행에 불편하겠지만 아무도 비에 대해 불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뭄이 해소되겠네!” 이런 소리가 가끔 들린다. 인도에 흘러내리는 빗물이 왜 이리 맑은지 세속에서 오염된 마음이 말끔히 씻겨 내리는 듯하다. 치맛자락을 살짝 잡아주며 영대 인사를 마치고 식당에 들어선다. 
  내가 좋아하는 감자가 가득하다. 식판에 음식을 담으며 남기지 않기 위해 눈의 유혹을 제한한다. 너무 많이 담으면 먹는 내내 불안하다. 그러나 적은 듯 담으면 편하고 옆 사람의 남김을 덜어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 음식을 먹는 동안 식당을 나오면서 내내 누군가를 찾아보았지만, 인파에 싸여 그분은 보이지 않았다.
  도장 버스에서 내릴 때 정중히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먼 길 잘 다녀가세요!”라고. 그날 백 원 + 백 원의 인심을 잊을 수가 없다. 여주 터미널에서 도장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이나 기다리게 되었다. 대기실에 내려갔는데 낯선 60대 내수분이 커피를 마시겠느냐고 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문자를 보내는 중이라 고개로 끄덕했다. 일행이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추위를 녹이려고 자판기로 갔다. 대구에서 오셨다는 내수분이 준비한 커피를 주신다. “아, 제가 뽑을 텐데 감사합니다.” 그분은 다시 동전을 넣으시며 “우유 한 잔 섞어서 드세요 빈속일 텐데.” 나는 그분을 바라보며 “아니예요, 두 잔은 못 마셔요. 감사합니다.” 했다. 그분은 “여기 동전을 넣어 놓으면 다른 분들이 드시겠지.” 하며 아직 오지도 않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추위와 갈증을 염려해 동전을 넣고 계셨다 .
  나는 우리 방면 식구들에게는 커피 인심을 잘 쓰지만, 수호도 함께 서보지 않은 낯선 도인에게 커피 인심을 베푼 적이 없다. 남을 배려하고 인심 좋기는 나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던 내가 대구 내수분의 커피 한 잔 + 우유 한 잔 배려에 감동을 하였다. 아름다운 분이야! 처음 인상은 수수했는데 자꾸만 그분이 아름답게 상기되어 온다. 도장으로 들어가는 버스에 그분이 계셨는데 내릴 때 인사를 한다는 게 전화받느라고 그만 깜박했다.
  2011년 2월 27일 일요일 여주본부도장 참배를 마치고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했지만 아름다운 내면을 가꾸고 계시는 직함도 성함도 모르는 그 내수 분이야 말로 진정한 수도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으레 어른을 섬기는 마음이 지극하여 어른으로 대우한 거라면 평범한 일이지만 내가 그분보다 짐작으로 10년은 아래로 보였으니 그분이야말로 타고난 도인이 아니셨는지. 오랜만에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더욱 하루가 평온했고 우리 수도인 중에 이런 분이 계시다는 게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빗줄기에 젖은 한복도 불편한 줄 몰랐고 커피 + 우유 한 잔의 지극함이 부지런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 수도에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상대방을 감화시키는 일, 심오하고 내면적인 곳에서 나온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고 상제님을 섬기는 마음이 지극하여 그 울림이 도장에 온 다른 방면 식구까지 사랑하는 그 마음은 진정 내가 닮아야 할 자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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