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습니다
사상 방면 교감 추순복
도장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 몰랐습니다. 우리 도장의 노랗게 발갛게 익어가던 가을의 단풍들이 이렇게 향기로 남을 줄 몰랐습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내 마음속에 내 눈 속에 또 다른 친정이 되어버린 것을 진정 몰랐습니다. 쉬이 가볼 수 없음에 더 그리움으로 남고 하나씩 둘씩 가을물 들어가던 잎들이 고향의 향취로 남을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시간을 뒤로 한 채 빠르게 흘러만 가고…. 선각께서 말씀하셨죠? 치성 빠지지 말고 참석하라고 가고 싶어도 못 갈 수가 있을 거라고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임원 임명을 모시고도 하던 일을 놓지 못해 치성 때마다 가지 않을 변명 찾기 바빴고 가끔은 도장 치성에 참석하긴 했지만 그 말씀이 진정 나를 위함이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치성 모시고 난 후 먹는 음복이 그렇게 맛있는 줄 진정 몰랐습니다.
언젠가는 자기 수도하기 바빠 자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십 년 넘게 마산에서 저희와 함께하시다가 여주에 있는 도인들과 수도하시려고 방을 얻어 가셨을 때 자주 뵐 수 없을 거란 생각을 못 하고 항상 가까이에 계셨기에 소중한 줄 몰랐습니다. 그땐 선각과 만남이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습니다. 이젠 한 달에 한 번 성모시는 날에야 뵐 수 있고 공부 때 도장에 와서야 잠깐 뵐 수 있지요.
최선을 다했노라고 내 모든 걸 다해 정성 들였노라고는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제 마음속에는 수도가 우선이었음을 아실 테지요.
참 많은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육십을 앞두고 보니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들이 더 많은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당당함으로 거짓이 없는 정직함으로 버텨온 것은 오직 선각들의 가르침에 힘입어 대순진리를 가슴에 새겼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높은 가을 하늘을 부끄럼 없이 우러러볼 수 있음은 바르게 이끌어주신 선각들의 감사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오늘 밤에도 깊어 오는 어둠 가운데 서서 하늘을 우러러 별을 봅니다. 우리의 별들은 얼마나 가까운 위치에서 서로를 감싸주고 있는가를 그리고 그 마음이 멀리 있다면 애써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발돋움을 배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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