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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간의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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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간의 성숙
 
 
출판팀
 
 
 
  세계경제포럼01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지난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 이래 이에 대한 각계각층의 논의와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은 1차 기계화, 2차 산업화, 3차 정보화라는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지나 ‘지능화’라는 새로운 산업기술의 급격한 변화와 발전을 의미한다. 우리가 직면한 세상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등의 지능정보 기술로 촉발된 고도의 기술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모든 기술이 융합되어 한 차원 높은 기술이 탄생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융합, 현실과 가상 세계의 융합, 공학과 생물학의 융합, 센서와 인간의 융합으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인간의 한계를 확장한다고 말하고 있다.02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사람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으며, 수명이 크게 연장된다. 먹는 것과 입는 것 등 생활을 영유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인간의 정신세계 즉, 윤리적인 부분이 따라갈 수 있느냐는 의견이 대두됨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은 양날의 칼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인간의 정신적 성숙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교육계의 관심 분야이기도 하다. 경쟁적 구조에서 상위에 위치한 소수만이 명문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현 교육구조는 학생들을 이기주의에 물들게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4차 산업시대에도 결국 그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의 윤리적 성숙이 초첨단 기술시대의 평화적 방향성을 결정짓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서 기술의 변화가 아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간의 변화와 교육의 역할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공학교육 전문가를 찾아 대진대학교 휴먼IT공과대학 공학교육혁신센터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한지영 교수를 만나봤다. ‘세계우수공학자 100인’에 선정된 바 있는 한지영 교수는 공학교육과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서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사업 평가 및 자문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지영 교수(이하 한 교수)의 첫인상은 의외로 수수했다. 손수 갈아준 커피를 건네며 맛을 평가해 주길 기다리던 한 교수의 따뜻한 눈빛은 약력에 비치던 카리스마를 무색케 했다. 맛있는 커피를 줘서 감사하다는 기자의 인사에 커피를 직접 내리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소한 낙이라는 한 교수의 소탈한 한마디가 긴장된 분위기를 해소하며 인터뷰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기자.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겁습니다. 한 교수님께서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교육부 정책 수립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개와 연구내용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 교수. 작년 9월, 국회 ‘4차 산업혁명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했고, 올해는 5월 교육부 연구프로젝트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공학 인재 양성’ 등의 정책연구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8월에는 기획재정부 4차 산업혁명 담당 실무자들의 정책자문에 응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경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이어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복지정책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안을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입안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자. 먼저 4차 산업혁명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한 교수. 4차 산업혁명을 말씀드리기 전에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을 통해 인간을 혹독한 육체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었고, 운송수단의 발달을 가져와 사람들의 활동 범주를 크게 확장해 주었습니다. 즉 산업혁명은 ‘패러다임의 변화’라 말할 수 있는데 이는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부터 비롯되지만, 점차 사회·문화·경제에 미치며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까지 바꾸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은 여러 분야의 기술을 융합하는 그 내재적 요소로 ‘연결’이 핵심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연결을 통해 현실과 사이버 세계가 융합되고 스마트 센서의 발전으로 집, 교통, 의료, 도시 등이 인간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 줌으로써 흥미롭고 더 안락하고 편안한 세계로 안내할 수도 있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나 ‘인간’의 정체성을 잃어버림으로써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우리의 생활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준비해야 할 변화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한 교수. 기술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사회구조, 문화적 트랜드, 경제체제 등 인간을 둘러싼 여러 환경 변화 또한 적지 않을 것입니다.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이 의사, 변호사 등 소위 사회적 성공이라 말하는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고 그것을 따라갔다면 이제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타인의 삶과 행복에 이끌릴 것이 아니라 내적 성찰을 통해 나 자신에 집중하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왜냐하면, ‘자율주행차’03와 같이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방향으로 문명이 발달할 것이고, 인간은 점차 노동에서 멀어지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기자. 교육 분야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2014년 발명아이디어 경진대회 때도 산업통상부 장관상 등 대진대 학생 3명의 수상을 이끌었고, 최근 ‘청년 정책 소논문 콘테스트’에서도 대진대 학생들을 지도하여 4팀이나 수상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내신 바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공학교육 전문가답게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신 듯한데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어떤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한 교수. 평소에 학생들에게 테크니션이 아니라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의미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그것을 기획설계구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공학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우리 학생들이 소논문 콘테스트에서 서울대 등 명문대 학생들을 제치고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은 저도 깜짝 놀랄 일이었고요,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럽네요. 얼마 전에도 저의 수업에서 트리즈 교육04을 받은 학생들이 유한킴벌리05가 수년간 고민해 오던 생산과정의 문제 몇 가지를 해결해 주어 해당 기업으로부터 감사의 메시지와 초청을 받기도 했는데, 학생들을 조금만 신경 써서 가르치면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잠재력을 끌어내어 성공 DNA를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확인하는 거죠. 제가 학생들한테는 좀 집요하거든요. 호호.(웃음)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대학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한 교수. 대학이 세상과 동떨어져서 학문만을 탐구하는 고립된 공간이어서는 안 되고,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여 학문과 사회현실과의 연계를 잘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문을 추구하는 본연의 목적 중 하나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현실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것과 더불어 학생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데 있어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적 관점을 놓치지 않도록 돕는 것도 대학교육에서 필요한 일이고요. 현실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대학의 새로운 교육과정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세계 최고 석학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교육시스템인 무크(MOOC)가 등장하면서 고등교육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도 기존대학에서보다 오히려 무크를 통해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학이 기존의 교육시스템과 수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도래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산업의 무수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래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므로 일자리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여 그에 따른 진로교육이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기자. 4차 산업혁명은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큰 이슈로 다가올 듯합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한 교수. 학교공부만 하는 학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대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아이가 있지만, 집이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자주 도서관에 데려가 다양한 책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앞으로 맞이할 시대는 스토리텔링, 상상력과 아이디어 등이 중요한 시대니까요.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청소년기에 마른 수건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관계를 통해 실패도 해보고, 아파도 보고, 생채기도 나볼 필요가 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기르고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부모와 학교의 역할은 이러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4차 산업혁명을 ‘융합 혁명’이라 말하는데, 여기에는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의 융합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율주행차’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인공지능, 전자제어기술, 기계공학, 통신공학 등 각 산업의 고도화된 기술들이 융합되어 사람들에게 편리한 새 분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가을바람에 만물이 성숙하고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이 그동안 과학과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발전해 왔던 많은 성과가 서로 어우러져 인간생활이 더욱 편리한 문명으로 거듭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 교수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상은 인간의 정신적 성숙을 포함한다. 열매를 맺는 것은 첨단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간도 포함되는 것이다. 노동이 필요했던 물질문명시대는 일몰하고,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시대, 개인의 행복이 에너지원이 되는 시대에서 내적 성찰과 이해와 공감 능력을 갖춘 성숙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 되리라는 것이 한 교수가 인터뷰 내내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인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성숙한 인간을 길러 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토대가 되지 않을까?
  상제님께서 종도에게 “서양 사람이 발명한 문명이기를 그대로 두어야 옳으냐 걷어야 옳으냐”고 물으시고는 “그대로 두어 이용함이 창생의 편의가 될까 하나이다”라는 대답을 들으신 후, 그 말을 옳다고 이르시면서 “그들의 기계는 천국의 것을 본 딴 것이니라”고 말씀하신 것을 생각해본다면, 새로운 문명의 급진적 발전에 대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러한 문명을 어떻게 도덕적, 윤리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 같다.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게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고 묻는 인간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민이 결국 인류가 영성(靈性)에 눈뜨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01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경영학교수 클라우스 슈바브(Klaus Schwab)에 의해 1971년 창설된 ‘유럽경영포럼(European Management Forum)’으로 출발했다. 저명한 기업인ㆍ경제학자ㆍ저널리스트ㆍ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국제민간회의로서 경제발전 없이 사회발전은 불가능하고, 사회발전 없이 경제발전이 지속되지 못한다는 원칙의 포럼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1987년 ‘세계경제포럼’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02 《대순회보》 193호, 「이슈터치: 4차 산업혁명에서 살펴본 인간
의 확장성과 상생윤리」
03 자율주행차 :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하며, 구글(Google)이 2017년 11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처음으로 공공도로에 선보였다.
04 트리즈(TRIZ) : 창의적 문제해결이론(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이라는 러시아 말에서 앞글자만 딴 것. 문제가 발생한 근본 모순을 찾아내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1940년대 옛 소련의 과학자 겐리흐 알트슐레르 박사가 20여 만 건에 이르는 전 세계의 창의적인 특허를 뽑아 분석한 결과로 얻은 40가지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트리즈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05 유한킴벌리: 1970년 한국의 유한양행과 미국의 킴벌리 클라크가 합작해서 만든 회사로 국내 최초 미용 티슈인 ‘크리넥스’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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