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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2년(2022)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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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생태 위기와 수도

생태 위기와 수도



교무부 김귀만




  지구가 점점 붉어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위에서 성장한 근대문명은 그것을 에너지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내뿜게 되었고, 한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수백 년 넘게 사라지지 않으면서 우주 밖으로 반사되어 나가야 할 태양복사열을 붙잡아 지구를 달구기 시작했다.
  근대문명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상극적이었다. 상제님께서는 서구의 근대문명이 물질에 치우쳐서 인류의 교만을 조장하고 마침내 천리를 흔들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끊임없이 저질렀다고 말씀하셨다.01 근대문명은 자연에 내재된 신성성을 추방하고, 자연을 단순히 정복의 대상이자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버렸다. 서구가 세계를 제패하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방식 또한 세계를 지배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워 물건을 만들고 경제는 번영했다. 그러나 그 문명은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생태계의 위기 앞에서 그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이 만든 위기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며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를 더 극심하게 만든다. 지구의 온도가 2℃ 상승하면 생물 종의 약 15~40%가 멸종할 수 있으며02, 3℃ 상승하면 아마존이 사막화되고 뉴욕이 가라앉으며, 4℃ 상승하면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 이산화탄소보다 30배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분출하고 남극의 얼음이 사라지며, 5℃ 상승하면 해안 도시가 멸망하고 해저의 메탄 하이드레이트(얼어있는 메탄)가 녹아 분출하며, 6℃ 상승하게 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물체가 멸종한다고 예측한다.03
  2021년 한 해만 해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인간의 삶이 무너져갔다. 지속적인 폭염은 가뭄과 산불로 이어지고, 단 하루 만에 몇 개월 치의 비가 퍼붓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한파는 전력 사용을 집중시켜 정전을 유발해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다.04 이러한 재난들은 인간의 삶을 직접적으로 파괴하지만, 경작지를 유실시켜 식량 생산을 비롯한 모든 작물 재배에 타격을 주기도 한다. 식량 부족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민중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국제적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05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1979년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가 “긴급한 세계의 문제”라는 것을 최초로 선언했고, 이후 이들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1988년 “기후변화는 인류 공동의 관심사”라는 유엔총회 결의안을 끌어냈다. 이 결의안은 같은 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탄생시킨다. 기후과학자들로 구성된 이 협의체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평가보고서를 발표하고, 그 보고를 근간으로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진행하며 이를 위해 당사국 회담(COP)을 열고 온실가스의 배출 규제 등에 대해 협약을 맺는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 회담에서는 모든 당사국의 합의를 이끌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보다 훨씬 낮게, 1.5℃ 목표 달성 노력을 추구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다.


▲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로 모인 각국의 정상들(2015년 11월 30일), WIKIMEDIA COMMONS.



  2021년 8월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2011~2020)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09℃ 상승했다. 이것은 파리협약에서 경고한 1.5℃를 불과 0.41℃ 남겨 둔 수치다. 1.5℃가 상승하면 기상관측 사상 전례 없는 폭염, 가뭄, 홍수, 태풍, 산불 등의 극심한 재해성 기후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인간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금세기 기후변화로 인한 공멸의 위기 상황에서 그 발단의 초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인간이 자연을 자원으로 대상화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지구 대기의 조성을 변화시켰고, 이것은 결국 지구로 하여금 수많은 재해성 기후를 일으켜 인간을 다시 공격하는 상극적 관계로 진행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관계에서 비롯된 생태 위기는 우리의 수도와 동떨어진 문제라 할 수 없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고 그것을 근원적으로 회복하려는 노력이 우리의 수도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대순진리회는 1991년 6월 22일 하지 때부터 공부(工夫)를 시작했다. 도전님께서는 이 공부에 후천 선경 5만 년이 달려있고, 후천의 천지도수 또한 이 공부에 의해서 제약을 받는다고 말씀하시며, 우리의 조그마한 잘못으로 후세에 재앙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계하셨다.06 후천이 지상선경이 되려면 자연재해와 같은 현상이 없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후천의 천지도수가 잘 짜여져야 하는데 그것이 우리 공부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수도 방법 중 하나인 공부07는 시학(侍學)과 시법(侍法)으로 구분되고 각 공부반은 하루에 36명씩 들어가며, 시학은 5일마다 초강식, 15일마다 합강식을 올리고 45일이 되면 봉강식을 행한다. 도전님께서 시학공부는 “자리 공부”이며 “1년 12달, 24절후와 72후를 사람이 맡아 지켜나가는 것”08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자리’에 대해 “우리 일은 자리가 없어서 못 하지 않는다. 1년 속에 4계가 있고 12달ㆍ24절후ㆍ360일이 있다. 하루 속에 24시가 있고 그 속에 분, 초가 있는데 모두 자리가 된다.”09라고 말씀하셨다.
  1년, 4계, 12달, 24절후, 360일은 ‘시간’을 기본 단위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시계 속의 기계적 시간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이자 천지의 시간을 말한다. 만일 누군가 공부 자리를 빠지게 되면 그에 해당하는 자연의 시간이 비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절후가 빠지고 결국 봄이나 여름 같은 계절이 빠지게 된다.10 이것은 천지의 도수를 그르치는 일이다. 공부에 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의 시간을 맡는다는 것은 인간이 자연의 일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자리에서 만나 화합할 수 있는 관계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만남은 이미 상극이 되어버린 관계를 인간의 노력으로 개선할 기회를 준다. 인류가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했던 교만에서 벗어나 자연과 화해하고 상생하는 시간을 말이다.




  자연의 시간에는 음양의 이치가 내재되어 낮과 밤, 봄ㆍ여름ㆍ가을ㆍ
겨울, 그리고 생ㆍ장ㆍ염ㆍ장(生長斂藏)과 같은 주기성 혹은 규칙성이 나타난다. 만물이 생장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규칙적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시학에서 초강식을 5일마다, 합강식을 15일마다 올리는 것도 이러한 자연의 주기성에 따른 것이다. 24절기(節氣)는 1년 주기로 공전하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15일을 간격으로 한 기후의 오르내림에 어울리는 자연의 기상현상이나 만물의 변화상을 구분한 것이고, 72후(候)는 24절기를 더욱 분절하여 동식물의 생태적 변화를 5일 간격으로 세밀히 관찰한 것이다.11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력이 담보되어야 하고 그것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성심성의를 다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공부는 도장 내의 일정한 장소에서 지정된 방법으로 지정된 시간에 주문을 송독하는 것이다. 지정된 방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지정된 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주문을 틀리지 않는 것은 한 치도 빈틈없이 물려 들어가는 자연의 주기성과 규칙성을 지키고 따르는 자세이다. 이러한 성실함으로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이 표출된다.
  국제사회는 생태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대순진리회 수도인은 후천 선경을 위해 수도하고 있다. 우리의 수도생활과 생태를 염려하는 마음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의 공부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여 후천을 지상 선경으로 만들고자 하는 생태 친화적인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공부는 인간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다. 천지의 모든 군생 만물을 살리고 보존하는 공부다. 더 나아가 많은 수도인이 공부에 동참하고 또 성실히 공부에 임하는 것은 지금까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푼 천지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01 교운 1장 9절.
02 이승은, 고문현,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파주: 21세기북스, 2019), p.29.
03 같은 책, p.34.
04 ‘2020~2021년 발생한 10개 주요재난’,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49213.
05 주영재, 「기후위기가 국제분쟁을 키운다」, 『주간경향』, 2021년 12월 06일.
06 「도전님 훈시」 (1992. 3. 18).
07 “수도는 공부와 수련과 평일기도와 주일기도로 구분한다.” (『대순진리회요람』, p.18)
08 「도전님 훈시」 (1991. 7. 6).
09 「도전님 훈시」 (1988. 12. 4).
10 「도전님 훈시」 (1991. 6. 12) 참고.
11 예를 들면, 조선 전기에 만든 역서(曆書)인 《칠정산내편》에 따르면 24절기 중 하나인 경칩(驚蟄, 동면하던 벌레나 개구리가 깨어남)은 다시 3개의 후로 나뉘는데, 초후는 ‘도시화’(桃始華, 복숭아 꽃이 피기 시작한다), 중후는 ‘창경명’(鶬鶊鳴, 꾀꼬리가 운다), 말후는 ‘응화구’(鷹化鳩, 매가 사라지고 비둘기가 나타난다)라 하여 기후에 따라 변화하는 만물의 상태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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