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52년(2022) 3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전경 성구 대원종 전경 속 이야기 기자 수첩 역사 문화와 함께 읽는 전경 대순 광장 지방 회관 소개 도서관 소식 대순문예 내가 읽은 책 알립니다

대순문예 : 정성을 들인다는 건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제13회 대순문예공모전 산문부문 장려


정성을 들인다는 건



금릉7-2 방면 선사 김동진




  저는 서울에서 포덕사업을 하고 아내는 지방에서 직장을 다닙니다. 출퇴근하기엔 거리가 있어서 아내는 회사 숙소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말 부부로 지냅니다.
  결혼 초에는 포덕소와 집이 멀어서 집에 매일 가지는 않았고 주로 포덕소에서 생활했습니다. 어차피 아내는 주말에야 집에 오니 혼자서 밥 해서 먹기도 그렇고, 전부터 해오던 생활이라 오히려 포덕소가 편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포덕소에 오가는 것이 힘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그런 눈치를 챘는지 포덕소 근처에 집을 얻으면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포덕소가 시내 중심가에 있어 보증금이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차비나 이동 시간을 계산해보면 그리 손해가 아니란 생각에 포덕소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수도생활 20년 만에 저만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포덕소에서는 양말과 속옷을 매일 빨았는데 집에서는 빨래통에 모아두면 주말에 아내가 와서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늘 쓸고 닦고 정리하던 긴장의 삶이 조금은 덜 긴장해도 되게 되었습니다. 포덕소에서 축시 기도 모시고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내일 아침엔 뭘 좀 먹을까?’ 하는 나름 행복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 생활이 좀 느슨해진 것 같았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옷을 벗어 의자에 걸어놓고는 텔레비전을 좀 보다가 잤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밥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의자에 걸어둔 옷을 입고 포덕소에 갔습니다. 어차피 밤에 와서 또 펴야 하니 이부자리는 그냥 두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집에 오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리도 하고 환기도 시키고 집을 좀 살피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좀 어지럽히긴 했어도 지내기에 별로 불편이 없는데 뭘 그렇게까지 잔소리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 장마가 지나고 나니 한쪽 벽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벽지를 뜯어보니 전부터 곰팡이가 있던 자리로 보였습니다. 환기도 안 시키고 청소도 안 하니 꿉꿉한 기운이 드러난 것입니다. 아내는 집에 올 때마다 그 벽을 어떻게 좀 할 수 없냐고 인상을 찌푸렸고 저는 근원을 잡지 않으면 또 생길 건데 그냥 두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저분한 벽이 눈에는 들어왔지만, 마음에선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던 거였습니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습니다. 도장이나 회관은 물론 포덕소에도 모여서 기도를 모시지 말라는 공지가 왔습니다. 포덕소에서 생활하던 도인들은 각자의 집에서 혹은 수반 집에서 기도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우리 집에서도 기도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일찍 출근하는 몇몇은 멀리 기도를 모시러 갈 수 없어서 포덕소에서 가까운 우리 집에서 기도를 모셨습니다.
  집에서 기도를 모시다 보니 지저분한 방을 치워야 했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정돈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무조건 옷장에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안 보여서 찾다 보면 방 한구석에 모여 있었고 입은 옷과 세탁한 옷이 섞여 있기도 했습니다. 도인들이 거의 매일 집에 오니 방을 기도 모시기에 좋은 구조로 바꿀 필요가 생겼습니다. 옷장 위치를 바꾸고 물건을 넣을 선반을 마련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부분은 커튼으로 가렸습니다. 그제야 곰팡이 핀 구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도 시간에 상제님과 신명을 모시기에 너무나 죄송스러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덕소에 모일 수 없으니 주로 커피숍에서 수반을 만나 교화했는데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커피숍까지 못 가게 되었습니다. 수반들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고 그나마 감염 위험이 적은 집으로 오라고 해서 교화하게 되었습니다. 포덕소보다는 편해서 그런 건지, 아무튼 대화가 더 잘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집에서 보자고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집에 올 사람도 없었고 나만의 공간이란 생각에 정리를 소홀히 했는데 도인들이 집에 와서 기도를 모시고 교화를 하려니 정돈을 안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을까 고민도 하고 수납 용품도 장만했습니다. 세탁실 한쪽에 아무렇게나 모아두었던 재활용품도 정리해서 때마다 버렸습니다. 전에는 아내가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 구분법을 알려줘도 ‘어차피 쓰레긴데 그냥 대충 버리지 뭐’라고 했다면 집에서 기도를 모시게 되면서 ‘물건에도 신이 있다면 가치를 다하고 원 맺히지 않게 해야겠다’라고 생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제 생활을 돌아보면 이래저래 할 수 없는 게 많아 불편하긴 했지만 그만큼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성은 포덕소와 회관, 도장에 가서 들이는 것인 줄 알았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포덕소에서 지내던 도인들도 여러 곳을 다니면서 기도를 모셔보니 집마다 기운이 다르고 포덕소와 회관에서 기도를 모실 때가 정말 맑은 기운을 받을 수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기도를 계속 모시면 변화가 생긴다는 것도.
  정성을 들인다는 건 특정 장소나 특정 시간이 아니라 ‘늘 끊임없이 조밀하고 틈과 쉼이 없이 오직 부족함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는 구절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장마가 끝나면 곰팡이 제거제와 방에 잘 어울릴 벽지를 사서 기도 모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방으로 꾸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집뿐 아니라 수반 집도 기도를 모시고 교화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다음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