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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2년(2022)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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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식당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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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순문예공모전 산문부문 장려


식당의 하루



기흥7 방면 평도인 이지율




  어머니를 따라 식당 일을 하게 된 지 어느새 몇 년이 흘렀다. 식당 일이 힘들다는 소리는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흔히들 말하기를 식당 일로 돈을 벌면 병원비로 다 나간다고 하는 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식당 일을 하시면서 어머니의 그 곱던 얼굴이 안쓰럽게도 많이 상해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나는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모아 어머니를 피부과에 보내드렸다. 어머니한테 쓰는 돈은 절대 아깝지 않다. 돈은 힘들게 벌었어도 가치 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식당 일이 수도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식당 계산대에 앉아있으면 온갖 군상의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일에 찌든 일용직 노동자분들과 공장 근로자분들, 세련된 옷에 값비싼 외제 차를 몰고 골프 치고 오는 손님들, 단란하게 가족끼리 외식을 나온 가족들 등등 여러 부류의 다양한 사람들을 맞이하다 보면 화가 날 때도,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 식당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나는 내성적인 성격에다가 손님들의 비위를 잘 맞추지 못해 쓴소리도 많이 들었고 손님의 폭언에 울기도 했다.
  식당 일 3년 차인 지금의 나는 점점 옛날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지고 겸손해졌다. 거친 원석이 깎여 아름다운 보석으로 가공되듯이 말이다. 이건 비밀이지만, 나는 사람들이 식탁에 흘린 음식물을 행주로 닦는 것을 퍽 좋아한다. 더러워진 식탁을 직접 내 손으로 반짝반짝하게 탈바꿈시킬 때의 쾌감이란! 마치 먹구름 낀 사심 가득한 더러운 내 마음을 깨끗하고 환하게 정화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식당 일을 하는 사람은 인심이 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가게는 한식 뷔페를 하고 있는데 주변이 공장지대라 손님들이 대체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으로 지친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그분들은 산처럼 높은 고봉밥에다가 여러 반찬을 접시에 가득 담아 간다. 저렴한 가격으로 20여 가지 반찬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하는데 손님들은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싸다.” “이렇게 해서 과연 남는 게 있느냐?”며 걱정 반 궁금증 반으로 물어봐 주시곤 한다.
  우리 가게에는 텃밭이 있어 거기서 수확하기도 하지만 충분치는 않아 비싼 채솟값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 가게에 힘이 되어주는 도움의 손길들이 있다. 먼저, 대형마트 직원들이다. 값을 깎아주거나 떨이 채소를 공짜로 주기도 하고, 싸게 나온 재료가 있을 때 정보를 주는 식이다. 마트 직원이 우리 가게로 배달을 올 때면 어머니는 항상 “밥은 드셨냐?”며 꼭 물어보고 편하게 먹으라며 돈을 받지 않곤 하신다. 어머니가 무엇인가를 바라고 그러는 건 아니고 평소에 워낙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배려심에 그러는 것 같다.
  나는 어머니를 보면 ‘상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겠지만, 내가 아는 건 기생과 공생 그리고 상생이다. 일단 기생은 숙주에게 빌붙어 사는 기생충을 말한다. 공생은 두 생물이 서로에게 이득을 주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인데 악어와 악어새, 집게와 말미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공생이 기생보다는 나은 삶의 방식인 것만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상생이다. 상생은 상대에게 바라지 않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것을 말한다. 어머니는 자식인 나와 내 동생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항상 베풀어주셨는데 그러한 삶의 자세로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머니를 도와주시는 사람들도 많고 식당에 손님들도 많은 것 같다. 마트 직원분들 외에도 큰마음을 지닌 농부분들께서 밭에 자란 채소들을 마음껏 뽑아갈 수 있게끔 해주기도 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우리 가게에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있었다. 나는 영어로 그들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으나 영어를 아예 모르는 직원들도 꽤 있었다. 그들과 깊은 대화는 나눌 수 없었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 고되고 힘든 식당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직원들에게 작은 쿠키나 아이스크림을 돌리면서 환하게 웃어주면 무미건조하게 일만 하며 느끼던 스트레스도 풀리고, 가게 분위기도 살고,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항상 아름다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게 일이 고되다 보니 며칠만 나오다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고, 직원들끼리 문제가 생겨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싸우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온 한 여직원은 일은 잘했지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어깨로 밀치거나 바닥에 놓여있는 냄비를 발로 차기도 했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험담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그 직원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그만둔 직원들도 한 트럭은 될 것이다. 그 직원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다 보니 쉽게 자를 수도 없었다. 엄마가 제발 그런 짓 하지 말라며 매번 타일렀지만 자기도 자기가 일을 잘하니 결코 자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지 폭군 짓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콧대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러다가 중국인 주방장님이랑 크게 싸우게 됐다. 미안하다고 간단하게 편지를 쓰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없다며 고집을 피웠다. 결국 우리 가게를 그만두게 되었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적은 월급을 주는 좋지 않은 조건으로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최근에 그녀를 보니 기가 많이 죽어있었고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중국인 주방장은 그 여직원 때문에 자주 마음고생을 했다. 주방장님은 그 직원을 잘 다독여가며 극진히 대해주려고 애쓰셨다. 그러나 그녀는 일하면서 중국인을 많이 만나보았다며 중국인에 대해 편견에 사로잡힌 말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녀가 편견을 내려놓고 내면의 행복을 찾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언제까지 엄마와 이 힘든 식당 일을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에 열심히 공덕을 짓고, 척을 풀고 업보를 갚아나가며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영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생은 하나의 수업이다.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될 수도 있다는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마따나 인생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고 초연한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비 온 뒤 무지개가 뜨듯이 지금 고생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고생 후에 진정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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