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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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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순자야, 오줌 누고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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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야, 오줌 누고 자라



자양9 방면 정리 김윤경




  한산한 일요일이었다. 고3 학창시절 대입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요일에도 교실이 개방되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몇몇 친구들과 학교에 모였는데 오후가 되니 한 친구가 잠이 온다고 책상 8개를 모아 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대자로 뻗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잠을 잤다. 우리는 떠들고 놀았고 그 와중에도 열심히 공부 중인 친구도 있었다.
  큰소리와 웃음소리만으로도 지나가던 선생님의 이목을 끌 만했다. 물론 누워 자던 친구의 코골이 또한 한몫했다. 이때 느닷없이 교감 선생님이 오셨다. 다들 깜짝 놀라 조용해졌고 모두 죄지은 양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책상 위에 자던 그 친구만 빼고.
  우리는 교감 선생님께 틀림없이 혼이 날것이라 생각했고 나는 자는 친구를 어찌할 줄 몰라 우왕좌왕 좌불안석이었다. 분명 화를 내실 것 같았던 교감 선생님은 대자로 잠을 자는 친구를 보시더니 천천히 팔을 톡톡 건드리면서 말씀하셨다.
  “순자야 일어나라, 오줌 누고 자라.”
  그러고는 우리를 쳐다보고는 나가셨다. 물론 자고 있던 친구의 이름은 순자가 아니었다. 그저 교감 선생님에게는 모든 여학생의 이름이 순자였을 뿐이었다. 긴장하고 있던 우리는 잠시 멍해졌고 자고 있던 친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 채 깨어났다. 한참 동안을 우리는 서로 키득거리며 웃었고 천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공부를 했다.
  세월이 흘러 그날을 함께 했었던 친구들이 모이면 항상 그 시절 그때를 떠올리면서 이야기한다. 그 당시 교감 선생님께서 야단을 치고 한마디 하셨다면 우리 기억 속 교감 선생님은 늘 그냥 그랬던 여러 선생님 중 한 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추억 속 교감 선생님은 너무도 따뜻했고 그 온기는 아직도 식지 않아서 그 시절 그날의 기억이 재미있고 즐거우며 심지어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따뜻함이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전에 들은 교화가 생각난다. 모든 종친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거대한 행사에서 주인으로서 어떤 자세가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다. 다들 모여 제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기가 상 앞에 똥을 누는 일이 생겼다. 이래저래 바쁜 와중이라 누구 하나 이런 일이 일어난 지 모르고 있는데 당신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 상황을 다 알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더 나아가 누구 아이인가를 그 자리에서 밝히고 당사자에게 일을 처리하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진정한 주인은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른 아무 말 않고 아이를 챙기고 똥을 치우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게 일을 처리한다. 아이의 부모는 얼마나 민망하고 미안해할까를 생각하여 부모마저도 모르게 일 처리를 해버리는, 소란스러울법한 일을 잡음 하나 없이 잘 마무리하여 아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게 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주인의 마음은 이 모든 행사와 일이 잘 마무리되어 손님들이 다들 기쁘게 돌아가길 바라기에…. 따뜻함이란 이런 배려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람이 분명 있다. 이 사람과 있으면 왠지 따뜻하고 위로되는 사람 말이다. 각자의 마음속 따뜻함이 배려로 묻어나올수록 품격은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이리라. 우리 수도인들이 이런 따뜻한 품격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애써 도를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포덕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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