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51년(2021) 7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도장은 지금 전경 성구 교리 소개 생각이 있는 풍경 글로벌 대순 대순광장 지방 회관 소개 대순문예 광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 도서관 소식 내가 읽은 책 알립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 우리의 인연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우리의 인연



금사1 방면 교정 신연우


  숲이 우거진 곳에 있는 학원에서 강의하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나무들이 울창하여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교실 문을 두드리는 다른 반 선생님. 나를 찾는 낯선 사람들 얘기를 듣고 왠지 모를 공포감이 느껴졌다. 도망가야만 한다는 본능에 무작정 내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따라 이리저리 나무를 피해 내리막길을 뛰어갔다. 갑작스러운 달리기에 발걸음이 꼬였다. 얼굴을 할퀴는 거친 나뭇가지를 피하려 몸이 휘청하더니, 철퍼덕! 나는 그만 고랑에 넘어졌다.
  새소리도 없는 적막한 숲속. 희미한 햇살마저 드리우지 않는 침침한 고랑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공포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재빠르게 일어나서 달아나는 여인이 보인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곱게 늘어진 하늘거리는 옷, 펄럭거리는 옷깃 사이로 허리춤에 칼이 번뜩인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면서 달린다. 가녀린 어깨와 상기된 얼굴로 금방이라도 잡힐 듯이 나약하기 그지없다. 뒤따라오던 검은 정장의 낯선 남자들. 짙은 고랑을 섬광처럼 펄쩍 뛰어넘는다. 순식간에 그들은 검은 복면과 검은 도복에 등 뒤로 칼을 찬 자객으로 변해버렸다.
  “빨리 달아나. 어서 도망가!” 나는 그녀에게 외쳤다.
  너무도 빠른 추격에 바라보는 내가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녀가 막다른 곳에 이르렀다. 더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물길과 마주쳤다. 도망갈 데가 없다. 강가 해변에 작은 평상이 놓여있다.
  웬 허리 굽은 노파가 쪼그려 앉아 멀리 강 끝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뜨거운 햇살에 흰 저고리의 어깨 부분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급박한 와중에도 노파의 눈길이 닿는 곳을 흘깃 쳐다보았다.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자신과 닮은 구불구불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푸른 강물을 가르며 흘러 내려오고 있다. 나뭇잎을 탄 노인이라니…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노파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는 힘없는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오두막 문을 가리킨다. 그녀는 재빠르게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다. 허름하고 두툼한 이불뿐. 어쩔 수 없이 이불을 뒤집어쓴다. 차라리 안 보는 것이 공포감이 덜할 테니까.
  자객이 들이닥쳤다. 이불을 들췄다. 그녀는 눈을 꼭 감을 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객은 그녀의, 아니 나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듯하다.
  “악!”
  기절했다.
  “툭, 툭, 퍽.”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둔탁한 소리. 구부러진 지팡이로 자객들을 삽시간에 제압하는 것 같다. 잠시 적막함이 흐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뺨을 때리며 일어나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아프다. 감각이 살아난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서서히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작은 점에서 동그라미로 동그라미에서 타원으로 빛이 도형을 만들고 있다.
  빛이 들어오는 빈틈 사이로 조금씩 형체가 보인다. 눈썹이 보이고, 눈이 보이고, 코도 보인다. 두 사람이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두 노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다. 익숙한 눈빛들이다. 아무리 세월을 뛰어넘어 강호의 어느 구석으로 나를 데려왔어도 나는 그 눈빛만으로도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현실의 눈이 다시 떠지기 시작했다. 꿈이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언니와 형부가 사는 아파트 작은방.




  대학교 1학년 때 입도해서 공부와 수도를 병행하다가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을 갈 것인가 직장을 갈 것인가 고민하던 어느 날이었다. 언니와 형부의 초대로 하루 머물다 잠이 들었는데 너무나 생생한 꿈을 꾸었다. 공포, 통증, 소리, 목 뒤에 닿는 감촉마저도 느껴졌다. 꿈속의 나는 자객에게 쫓기던 여자였고 두 노인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꿈속의 두 노인은 생김새는 언니와 형부와 전혀 다르지만, 똑같은 눈빛에서 그들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내 마음은 마치 전생을 본 것처럼 꿈속 여인과 내가 하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화장실을 가려니 거실 끝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형부와 언니가 앉아있었고, 그날 밤의 커피타임은 나의 인생 행로를 바꾸어놓았다. 다른 계획을 다 물리고 수도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너무도 생생했던 그 꿈은 수도를 해야 한다는 나의 의지에 불을 붙였고, 어머니를 설득하는 용기를 주었으며 내 인생 두 번째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수행의 날들을 선사하였다. 그 이전 나는 다른 사람들의 꿈 또는 체험담을 들었을 때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날의 그 꿈이 아니었다면 수도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강하게 먹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수도인의 삶은 하늘에서 정한 대로 때가 되면 다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해놓은 것이 아닐까? 아무리 운명론자들을 비난해도 결국 내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때가 되니 꿈으로 나를 붙잡고, 내 마음을 움직여서 정해진 행로대로 이끄는 듯했다. 우리는 전생의 어떠한 인연으로 도문에 들어와서 선후각으로 만나는 것일까? 진실로 나는 이 꿈이 우리의 전생이며 인연이었으면 좋겠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이전페이지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