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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8년(2018)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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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영화 ‘I can speak’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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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 can speak’를 보고
 
 

원평1-7 방면 선무 김차영

 
  예고편에 이끌리는 영화가 하나 있었는데, 작년 9월에 개봉한 ‘I can speak’였다. 할머니와 9급 공무원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와 단순한 코믹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웃음 속에 진한 감동과 휴머니즘이 반추되는 깊이 있는 한국영화였다. 휴지를 안 챙겨갔다가 영화를 보는 내내 혼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 흘러내리는 눈·콧물을 닦으며 한참 더 먹먹한 감정을 쏟아냈다.
  주인공 할머니와 동사무소 직원, 이 둘의 첫 만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의미심장하게 검은 옷을 걸쳐 입고 동사무소에 불쑥 나타난 사람은 일명 도깨비인 나옥분 할머니이다. 무려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동사무소에 넣어 모든 동사무소 직원을 질리도록 만들어 그런 별명을 얻게 된 할머니는 그보다 더한 원칙주의자 박민재(동사무소 9급 공무원)를 만나게 된다. 박민재는 할머니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모든 일은 절차에 따라서 원칙대로 진행합니다’라고 말한다.
  고집불통 할머니와 원칙주의자 박민재는 ‘영어’로 본격적인 좌충우돌이 시작된다. 의욕은 앞서지만, 영어학원에서 환불까지 받고 쫓겨난 할머니는 원어민 수준의 고급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보고 자기에게도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사정하기 시작한다. 가난한 옷 수선집 할머니가 영어를 악착같이 공부하는 이유는 어릴 때 입양된 남동생이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재에게 밝히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민재는 처음에는 극구 거절했지만, 할머니가 자기 남동생의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마운 마음에 영어 선생이 되어주기로 한다. 동네 허름한 수선집 안에서 할머니와 민재, 민재의 남동생 세 사람은 마치 가족처럼 다정하게 식사를 한다. 직접 구운 따뜻한 전을 남동생 입속에 넣어주는 할머니의 속은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다정다감한 분으로 그려진다.
  영화 중반부쯤에는 약 60년 전(영화 기준) ‘2차 세계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안부로 끌려갔던 옥분 할머니의 여린 소녀 시절의 상처가 있는 곳이다. 나약하고 어린 소녀에게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어 그저 죽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생지옥이었다. 할머니는 “잊고 싶은 과거지만 …”이라며 조심스레 민재에게 위안부 시절 사진을 건넨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상처를 묻고 살아오기란 쉽지 않은 고난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할머니가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는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위안부의 실상을 증언하기 위해서였다. 한때 영어를 몰라서 한국말로 증언한 내용이 부당하게 잘못 번역된 것에 분개하였던 것이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강건히 민족성을 지켜온 한국인의 전형적인 의지를 잘 보여준다.
  『전경』의 공사 1장 3절에 나오는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라는 상제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영화 속 나옥분 할머니의 60여 년 동안의 상처는 상극의 역사가 짊어져 온 시대의 과제였고, 인존시대의 새로운 역사적 분기점에 있는 도인으로서 고민해 보기에 충분했다.
  할머니의 콩글리시 발음과 박민재의 원어민 수준의 완벽한 발음의 대조는 영화에 웃음과 재미를 더해준다. 항상 “How are you?”, “Fine thanks and you?”로 시작하는 두 사람의 영어는 역사 속에 묻히고 잊혀가는 구시대와 새로운 역사를 지향하는 현시대의 대조이면서 조화였다. 세월의 관록 속에 할머니의 회상장면과 과거에 대한 반추, 그리고 “잊고 싶은 과거지만, 잊으면 지는 거니께”라는 명대사 들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나옥분 할머니의 천진난만하고 능청스러운 연기 속에 아픈 과거를 숨겨온 자의 절제와 단호함은 보는 이들을 더 가슴 아리게 만든다.
  영화 속 명장면 중의 명장면은 미 의회에서 나옥분 할머니의 영어 스피치 장면이다. 의장이 “Are you ready?(준비 되셨습니까?)”라고 묻는 말에 나옥분 할머니는 “I can speak”라고 차분하게 대답하며, 떨리지만 당당하게 스피치를 해나간다. 할머니가 여러 고비를 겪어가며 어렵고 힘들게 공부했던 영어 실력이 공식 석상에서 멋있게 발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일본은 반인류적인 행위를 했고, 새로운 세대의 비전을 위하여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영어로 연설하는 장면에 가슴이 통째로 후련하고 통쾌했다. 가난하고 힘없는 할머니에게 평생의 영어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 하루에 그 모든 역경과 고된 체험들이 값지고 아름답게 시사되는 명장면이었다고 생각된다. 70세 할머니의 약간 서툰 발음이지만 당당하고 힘 있는 영어 스피치는 ‘유수와 같은 세월의 고비 속에서도, 누구든지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면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다’라는 사실을 현세대에게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토익점수, 영어회화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역사적인 책임도 분명히 동반하고 있다. 짧은 치마에 진한 화장을 하고 다니며 과거의 역사는 도외시한 채 사는 젊은 세대에게 날카롭게 어필되는 영화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adversity(역경)’, 영어 명언 중에도 “Flower that blooms in adversity is the rare and beautiful of all(고난과 역경 속에 피어나는 꽃이 가장 진귀하고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험난한 가시밭길일지라도 모든 것을 인내한 자에게 하늘은 반드시 가장 아름다운 꽃을 선물해준다. 그 모든 노력이 진귀하고 아름답게 꽃피도록 ….
  해원(解冤)은 ‘풀 해(解) 자’와 ‘원통할 원(冤) 자’로 이루어진다. ‘해(解)’라는 한자어에는 ‘열다, 용서하다’는 뜻도 포함된다. 진심 어린 반성과 속죄가 우선되었을 때 서로가 마음을 열고, 그에 대한 진정한 용서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도인들이 매일 읽고 실천하려는 훈회·수칙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 ‘일상 자신을 반성하여 과부족이 없는가를 살펴 고쳐 나갈 것’ 등의 구절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보며, ‘해원상생(解冤相生)과 보은상생(報恩相生)’의 길에 한 걸음 더 내디디고 싶다. 그리고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동의 여지는 앞으로 수도하고 더 나아갈 길에서 정진의 밑거름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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