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48년(2018) 2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신년기획 대순칼럼 포토에세이 치성 이야기 외부기고 돋보기 기자수첩 대순문예 전경 지명 답사기 대순광장 대순캠프 독자기고 만화 일각문 Q&A 게시판 퀴즈 및 퀴즈 정답자 알립니다

신년기획 : 조선 시대 서민의 아이콘(icon), 가이

조선 시대 서민의 아이콘(icon), 가이01
 
 
연구원 김성호
 
▲ 십이지신도 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그 해[年]를 상징하는 수호동물의 상징성과 덕성은 한 해의 시작에 희망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 2018년은 육십갑자에서 무술년에 해당하며, 10천간(天干)에서 황금색을 의미하는 무(戊) 자와 12지지(地支)에서 개를 뜻하는 술(戌) 자가 합해져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개의 해이다. 육십갑자에서 갑술(甲戌)·병술(丙戌)·무술(戊戌)·경술(庚戌)·임술(壬戌) 순으로 돌아오는 개는 십이지의 열한 번째이며 방향으로는 서북서,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달로는 음력 9월을 상징한다.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중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랜 기간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개는 약 1만 년 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풍경처럼 존재해 온 가축이다. 영리하고 의로운 동물이지만 주로 서민 곁을 지켜왔기에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화나 풍속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무대 소품과 같아 천한 신분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조선시대 화가들의 손을 타고 화폭에 오른 개는 풍속화에서 마치 그들의 그림자처럼 존재하며 삶의 애환(哀歡)을 나누는 가족과 같았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위계서열과 양인(良人)·천인(賤人)으로 구분되는 조선의 신분 사회에서 서민들은 지배층인 양인과 달리 가난하고 순진무구하리만큼 어리석은 존재에 비유되며 상대적으로 나약한 신분에 속해있었다. 그중에서도 신분제의 최하층에 속해있는 백정과 광대 및 무당 같은 천인은 더없이 비천한 신분으로 여겨졌다. 조선 시대 서민들의 신분과 모습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그들 곁에서 늘 그림자처럼 함께해 왔던 가축이 반가(班家)의 동물로 사랑받기는 만무했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개에게는 서민들의 모습이 투영돼 어리석고 천한 이미지가 부여되었다. 실제로 속담 대부분에서 개는 어리석고 보잘것없는 비천한 존재에 비유된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백정이 양반 행세를 해도 개가 짖는다”, “개똥 같다”, “개코 같다” 등의 속담은 그 의미를 잘 대변해준다. 대부분의 욕설에 개라는 가축 이름이 앞에 붙는 것도 이와 관련되는데, 대표적인 일례로 ‘개망나니’를 들 수 있다. 이는 예절에 몹시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성질이 아주 못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욕설에 따라다니는 개에 천한 이미지의 대명사격으로 치부되는 망나니가 합쳐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개는 소와 달리 조선 시대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기도 했다. 실제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산림경제(山林經濟)』, 『규합총서(閨閤叢書)』를 비롯해 『민천집설(民天集說)』,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어우야담(於于野譚)』 등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이르러 개고기 식용이 활발해졌고 다양한 요리방법도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조선 초기만 하더라도 소는 농경사회에서 사람을 대신해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주역이었기 때문에 국가에서 금육(禁肉)으로 지정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도축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금육이라는 이유 외에도 소는 서민들에게 가장 큰 재산이자 장정 20명을 대신할 정도로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었기에 소를 잡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반면 개의 경우는 서민들이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가축이었기에 그들의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 김득신의 성하직구(盛夏織屨)
 

  조선 시대 당시 우리나라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윌리엄 그리피스(William Elliot Griffis)의 증언은 이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서민들이 즐겨먹던 개고기에 관해 “조선사람들은 미국의 인디언들처럼 그 고기를 즐기고 일반 푸줏간에서 팔 정도로 흔한 고기였지만 주로 개처럼 천한 신분이 즐긴다”고 말했다.02 이와 관련해서 상제님께서는 약하고 병들고 가난하고 천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내 사람이라 말씀하시며 주로 천한 신분이 즐겨 먹던 개고기를 상등인의 고기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03 이는 선천의 상극적인 신분제도로 말미암아 태어나면서부터 천하고 궁핍한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던 가난한 서민들이 궁여지책으로 먹던 하찮은 음식을 상제님께서 천지망량도 즐기는 상등인의 음식이라고 밝혀 그들의 아픔을 헤아린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가 하면 때때로 자신의 아이를 “우리 강아지”로 부를 정도로 인간과 친근한 개는 인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하였기에 전해지는 세시 풍속도 많다. 옛사람들은 개의 대표적 역할인 집 지키기 외에도 개를 복 지킴이와 액(厄)을 막는 벽사의 영수(靈獸)로도 여겼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 관련 풍속을 찾을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선조들은 새해가 되면 개 그림이 그려진 문배도(門排圖)를 대문과 광문 등에 붙여 액을 막고 집안의 행복을 염원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개가 문배도와 부적 등에 그려져 벽사의 용도로 사용된 데에는 개의 생태적 특성에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이 가축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귀신의 소리와 움직임을 감지할 정도로 후각과 청각이 예민한데, 이런 개의 생태적 특성이 집안의 수문장격으로 상징화된 것이다.
 
▲ 작가 미상의 개그림 문배도
 

  선조들이 개를 벽사의 가축으로 인식한 예는 삽살개라는 우리나라 토종견의 이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삽살개 있는 곳에 귀신도 얼씬 못한다”는 속담처럼 삽살(揷殺)개는 이름 그대로 ‘쫓는다 혹은 없앤다는 의미의 삽(揷)’과 ‘귀신과 액운을 뜻하는 살(殺)’ 즉, 귀신이나 잡귀를 쫓는 개다. 온몸이 긴 털로 덮여 그 생김새가 마치 신선을 연상케 해서 신선 개로도 불리고, 하늘에 뜬 달을 보고 짖는다고 하늘 개로 인식되기도 했다.
  개와 관련된 풍습을 더 찾아보면 멀지 않은 옛날에는 개엿[=무술당(戊戌糖)]04을 만들어 조왕신에게 바치는 풍습도 있었다. 이북지역으로부터 전해지는 이 풍습은 부뚜막신으로 불리는 조왕신에게 음력 동짓달에 민간에서 행해진 주술적 행위이다. 민간신앙을 토대로 형성된 이 행위는 동짓달의 스무닷샛날이 되면 조왕신이 옥황상제께 1년간의 일을 소상히 아뢰고 섣달그믐에 부엌으로 돌아온다는 속설에서 비롯되었다. 민간신앙 차원에서 아낙네들은 이러한 속설을 믿어 조왕신이 옥황상제를 배알하러 가기 전날 밤, 조왕신의 입막음 용도로 아궁이에 끈끈한 개엿을 발라 자신이 지은 허물을 모면했다고 한다.
  개 관련 풍습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출산 풍습에 개가 등장한다. 이누하리코(いぬはりこ)와 오비이와이(お祝い)가 그것인데, 전자[이누하리코]는 임신부의 순산과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종이로 만든 개 모양 인형을 선물하는 풍습이다. 후자[오비이와이]는 임신부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기인 5개월째 개의 날[술일(戌日)]에 친정부모가 자식의 순산을 위해 복대를 선물하는 것이다. 이 풍습의 근간에는 개가 부정한 액을 막고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순산한다는 상징적 믿음이 서려 있다.
  다양한 상징성을 가져 인간의 생활과 정서에 깊이 자리 잡은 개는 특유의 살가움과 충직함으로 충성과 의리를 가진 가축으로도 손꼽힌다. 그런 탓에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많은 충견설화가 전해진다.
  대표적 실례로는 경상북도 도개면 신림동의 의구총(義狗冢)과 의구비, 평안남도 용강군 귀성면 토성리와 평양 선교리의 의구총, 충청남도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의 개 탑을 들 수 있다.05 이는 모두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의 충직과 의리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뜨거운 불길 속에 몸을 던져 반려인을 구해낸 진화구주형(鎭火救主型) 의견설화(義犬說話)에는 인간이 추구하는 세가지 정신이 담겨 있다. 즉, 불을 물로 끈다는 것은 그만한 지능이 있었으니 지(智)이고, 주인을 위해 희생을 하였으니 인(仁)이요, 불 속에 털 있는 짐승이 뛰어들었으니 용(勇)인 것이다.06 길러준 은혜에 대한 보은(報恩)이라 하기에는 큰 희생이 뒤따르지만, 때때로 개는 인간도 하기 힘든 의로운 행동을 실천해 우리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 안중식의 삽살개
 
 
▲ 삼목구(三目狗),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신의(信義)를 지켜 인간에게 보은하는 동물인 개는 종교적으로도 의미 있는 가축이다. 불교에서 개는 환생의 동물로 여겨져 많은 설화가 전해지는데, 대표적인 설화로는 ‘삼목대왕(三目大王)의 환생설화’를 들 수 있다. 설화07에 따르면 신라 문성왕 때 불자(佛子)였던 이거인은 길에서 우연히 세 개의 눈을 가진 개를 발견한 후 삼목구라 이름 짓고, 정성을 다해 길렀다고 한다. 하지만 삼목구는 그의 집에 온 지 3년 만에 이유 없이 죽었고, 그로부터 3년 후 그도 생을 마감하여 명부에 가게 되었다. 이거인은 그곳에서 삼목대왕을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삼목대왕은 다름 아닌 자신이 이승에서 길렀던 삼목구였다. 명부에서 허물을 지어 삼 년간 이승에서 개로 귀양살이하는 동안 이거인이 자신을 거두어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삼목대왕은 그의 간청을 들어주었다. 이거인의 간청은 생전에 부처의 가르침을 경판에 새겨 널리 유포하려 하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명부로 왔기에 이승으로 돌아가 뜻을 이루고 싶다는 것이었다. 설화에 따르면 삼목대왕은 이거인이 못다 한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염라대왕의 심판 때 도움을 주어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다시 찾은 이승의 삶에서 이거인은 약속대로 부처의 가르침을 경판에 새겼는데, 현재 해인사에 보관 중인 사간장경(寺刊藏經)과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 그것이다. 전설로 전해지는 설화이지만 이 내용은 불교에서 개가 윤회(輪廻)와 업(業)의 동물로 인식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불교와 더불어 예(禮)를 중시하는 유교에서는 개의 형태와 습성을 의인화시켜 오륜(五倫)에 비유하기도 했다. 개에게 부여된 오륜은 주인에게 덤비지 않는 것(불범기주: 不犯其主), 아비의 털빛을 새끼가 닮은 것(부색자색: 父色子色), 큰 개에게 작은 개가 덤비지 않는 것(불범기장: 不犯其長), 때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 것(유시유정: 有時有情),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의 개가 다 짖는 것(일폐군폐: 一吠群吠)으로, 이는 개의 습성을 인간의 오륜에 빗댄 것이다. 업과 윤회의 동물이자 다소 해학적이지만 인간의 윤리인 오륜과도 비교되는 개는 신뢰와 믿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견마지로(犬馬之勞)라는 고사에서도 알 수 있듯 개는 충성심을 가진 동물인데, 변치 않는 굳건한 믿음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기독교에서는 개를 신뢰와 믿음의 상징물로 여겨 예수 탄생을 그린 중세 미술화에 그려지기도 했다.08
 
▲ 귀도 다 시에나, [예수 탄생(The nativity)], 1275~80년경,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본
 

  동서양을 초월해 인류의 오랜 벗과 같았던 개는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며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개는 열두 띠 동물 중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기에 개의 해에 깃든 상징성은 우리에게 더 정겹게 와 닿는다.
  그런가 하면 대순진리회의 역사에서 개의 해[年]는 소중한 의미가 담긴 해이기도 하다. 2018년은 도주님께서 상제님의 대순하신 유지(遺志)를 계승하신 후 오십년 공부 종필(五十年工夫終畢)로써 치천하(治天下)를 마치시고 [1958년 3월 6일], 도전님께서 도주님으로부터 유명(遺命)으로 종통을 계승하신 지 60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대순의 역사에서 괄목할 만한 일이자 성스러운 두 가지 사건이 육십갑자(六十甲子)를 돌아 맞이하는 해인 만큼 우리는 그 의미를 되새기며 진법(眞法)을 수호하고 대순진리가 온 누리에 전해질 수 있도록 진심갈력(盡心竭力)해야 할 것이다.
 
 
 
 

01 개의 어원은 ‘가이’의 준말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의 15세기 표기법에 따르면 가히>가이>개로 변천됐고, 개의 어원인 가이는 갇>갈>갈이>가이>개로 변천한 말이다. (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1』, (서울: 두산동아, 1996), p.23.)
02 안용근, 「한국의 개고기 식용의 역사와 문화」, 『한국식품영양학회지』, 12 (1999), p.389 참조.
03 교법 3장 1절, 공사 1장 26절 참조.
03 상제께서 최 창조의 집에서 종도 수십 명을 둘러앉히고 각기 세 글자씩을 부르게 하시니라. 종도들은 천자문의 첫 글자부터 불러오다가 최 덕겸(崔德兼)이 일(日) 자를 부를 때 상제께서 말씀하시니라. “덕겸은 일본왕(日本王)도 좋아 보이는가보다” 하시며 “남을 따라 부르지 말고 각기 제 생각대로 부르라” 이르시니라.이튿날 밤에 상제께서 덕겸으로 하여금 담뱃대의 진을 쑤셔 내되 한 번 잡아 놓치지 말고 뽑아서 문밖으로 버리게 하시니 그는 말씀하신 대로 진을 바깥에 버리자 온 마을의 개가 일시에 짖는도다. 덕겸이 신기하게 느껴 “어찌 개가 일제히 짖나이까”라고 여쭈니 상제께서 가라사대 “대신명(大神明)이 오는 까닭이니라.” 그가 “무슨 신명이니까”고 여쭈니 상제께서 “시두손님이니 천자국(天子國)이라야 이 신명이 들어오나니라”고 일러 주셨도다.(행록 4장 8절)
04 보약으로 쓰는 엿의 하나. 누런 수캐의 고기를 삶아서 짠 즙에 백출, 계핏가루,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만든다.(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두산동아, 2000)
05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개 참조.
06 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 1』, (서울: 두산동아, 1996), p.25.
07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해인사 참조.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거인 참조. / 박상진,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 (서울: 김영사, 2007), p.175 참조.
08 네이버캐스트, ‘바로크 미술 속 개’ 참조: 기독교에서 개는 신뢰와 믿음의 상징이다. 모든 충직한 생명체의 이름이다. 기독교에서 변치 않은 단단한 믿음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 의미를 품은 개는 중세 이후 서양미술에서 좋은 뜻으로 자주 등장했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