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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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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화(火)・화(禍)・화(和)

화(火)・화(禍)・화(和)
 
 
연구원 이호열
 
  한때 국내에서 ‘두 얼굴의 사나이’로 방영되기도 하였고, 최근 영화 ‘어벤저스’에 등장하여 악당을 쳐부수는 ‘헐크’는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는 인기 있는 캐릭터이다. 평소에는 점잖고 내성적이며 순박한 주인공은 화가 나서 감정을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 온몸의 근육과 골격이 커지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힘을 가진 푸른색 괴물로 변한다. 우리는 분노의 감정이 표출될 때 ‘화를 낸다’라고 말하는데, ‘헐크’는 누구나 공감하는 분노라는 정서를 하나의 캐릭터로 형상화한 것이다.
  화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서이며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그것에 휘둘리다가는 성공적인 경력이나 소중한 인간관계를 한순간에 날려 보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늘 화를 참으며 속에 담아두기만 한다면 행복이나 즐거움과는 동떨어진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화가 많이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살펴보고 화가 미치는 영향과 화를 적절하게 다스리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화(火) 많이 나는 세상
  화는 분하고 억울함이 내재된 감정흥분의 상태01를 말하는데 그것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단순한 불쾌의 감정으로부터 혹은 노력이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타인으로부터 이유 없이 비난을 받을 때 화가 유발된다.
  요즘 사회면의 뉴스를 보면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주차문제나 층간소음 등의 일에 크게 분노해서 심하게 다투다가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일들이 많아졌다. 또한, 수년 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인의 화풀이가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어 많은 사람이 큰 피해를 본 일도 있었다. 이렇듯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를 ‘분노조절장애’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평소 쌓인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신문이나 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사소한 일이 분쟁이 되어 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들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마주칠 수 있다. 이렇게 현실 속에서 화나는 상황이 많아지는 배경에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늘어나면서 서로의 이해가 어긋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갈수록 약해지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적절히 조율되지 않는 사회 심리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감각적이며 인내심이 부족한 사회문화적 풍토도 또 다른 원인으로, 현대인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화에 길들어진 탓에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반응한다. ‘참는 것이 미덕’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참는 것은 손해’라는 의식이 보편화되어 감정의 절제보다 감정의 분출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이러한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화(禍)를 부르는 화(火)
  그렇다면 우리가 화를 냈을 때 상대방 혹은 나 자신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반적으로 화를 낸다고 하는 것은 분노의 외적 표출을 말하는데, 상대방에게 험한 말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한다든가 물건을 부수는 등 공격성이나 적대감이 수반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화가 난다고 해서 심한 욕설이나 막말을 하게 되면 그 자신에게는 카타르시스의 효과를 줄지 몰라도 상대방은 불쾌감을 느끼게 되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때로 상대방은 감정적인 보복을 하거나 또 다른 상대방에게 화(火)를 전이(轉移)시키기도 한다. 결국, 화를 내는 것은 대인관계에 문제를 발생시키고, “남을 헐뜯는 말은 그에게 해가 되고 남은 해가 밀려서 점점 큰 화가 되어 내 몸에 이르나니라”(교법 1장 11절)고 하신 상제님 말씀처럼 나 자신에게도 화(禍)가 되어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반면, 화를 밖으로 분출시키지 않고 억제하여 자신의 마음 안에 담아두는 화의 내적 억압 또한 상대방과 감정적 다툼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자신의 심리적인 건강을 해치고 신체적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해가 된다. 화를 안에 담아두면 장기적으로 자신의 심정 내부에 울분이 쌓이게 되고, 그로부터 울기(鬱氣)가 형성되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이나 울화병에 빠지게 되며, 이런 심리적 우울 상태가 급기야는 자살, 자해 등의 병적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 외에 화의 억압은 신체적으로 고혈압, 강박 장애, 편집증, 그리고 약물남용이나 심리적 회피수단인 알코올 중독 등에 빠지게도 한다.
  이처럼 분노의 감정을 화로 분출하는 것은 타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어 인간관계를 해치게 되고, 내부로 억압하여 참는 것도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태도는 상대방 혹은 나 자신에게 화(禍)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바람직한 대응은 아니라 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화(和)
  화를 적절하게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를 다스리는 바람직한 방법은 화(火)라는 감정적인 기운을 중화(中和)시켜 풀어내는 것이다. 중화란 감정이나 성격이 치우치지 않고 바르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분노의 감정이 분출될 때 이를 다스려 중화를 이루기 위해 필자는 다음의 실천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적으로 중심을 잡고 타인과의 화해를 이루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화가 나는 순간에 그 감정에 빠지지 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화가 나는 나 자신과 상대방의 입장, 그리고 화가 나게 된 상황 이 세 가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화가 난 이유를 생각해보고 나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화가 분출하게 된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와 감사,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나의 입장만 우선시할 때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며 협력하려는 상생의 마음을 바탕으로 감사와 존중의 태도를 갖는다면 화는 어렵지 않게 누그러질 것이다. 이처럼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내가 먼저 풀어야 상대도 풀린다는 상생의 마음가짐이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고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여기에 태을주를 중심으로 한 기도·수련 또한 수도인으로서 화를 다스리는 주요 실천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기도와 수련을 통해 마음속에 응어리진 많은 부정적 감정들이 풀려나가는 것을 수도인이라면 대부분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통해 화 기운이 다스려지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상제님께서 태을주에 붙이신 특별한 기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에서 화가 나서 여기저기 다 부수고 나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헐크의 표정을 보면 왠지 조금은 부끄러워하면서 후회하고 머쓱해 하는 심정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화가 나서 한 말과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화를 내다보면 결국 험한 말이나 욕설을 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하다. 상제님께서도 “일에 뜻을 둔 자는 넘어오는 간닢을 잘 삭혀 넘겨야 하리라”(교법 1장 3절)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분노의 감정’을 잘 다스리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화(火) 속에는 화(禍)가 잠재되어 있어 언젠가는 발현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화를 잘 다스리고 성경신을 바탕으로 개개인이 각자 중화(中和)를 이룬다면 이것이 곧 전체의 화합(和合)으로 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한다.
 
 
 

참고문헌
·김성호, 「대원종: 간닢」, 《대순회보》 71, 2007.
·박성환, 「"사소한 시비가 살인으로"···분노 범죄 "위험’」, 《뉴시스》 2017. 08. 16.
·브렌다 쇼샤나, 『마음의 불을 꺼라』, 김우종 옮김, 서울: 정신세계사, 2006.
·조셉 슈렌드, 리 디바인 『디퓨징, 분노 해소의 기술』, 서영조 옮김, 서울: 더퀘스트, 2013.
·최명희, 「분노의 심리적 과정과 치료에 관한 연구」,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7.
·최상진, 『한국인 심리학』, 서울: 중앙대학교출판부, 2000.
 
 
 

01  최상진, 『한국인 심리학』 (서울: 중앙대학교출판부, 2000), p.35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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