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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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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 - 영화 ‘이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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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 - 영화 ‘이퀄스’
 
 
잠실9 방면 선무 주소연
 
 
 
  영화는 핵전쟁으로 지구가 폐허가 된 후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인간의 감정을 통제시킨 사회를 설정한다. 이 통제된 사회 저편에는 ‘반도’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전혀 아무것도 통제되지 않은 위험한 원시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인간의 감정은 인류 역사의 수많은 다툼과 전쟁을 일으킨 ‘야생마’ 같은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미래의 감정통제 사회는 어쩌면 인간이 인류 보존을 위해 선택할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다. 그래서 영화 속 사람들은 마치 로봇처럼 웃지도 울지도 찡그리지도 않으며, 밥 먹는 일조차도 기계처럼 한다.
  물론 지금 우리가 봤을 땐 그 감정통제의 박스 속에 사는 사람들이 우스워 보인다. 사랑이 범죄이면 어떻게 아기를 낳고 키울 것이며, 사람의 본능적인 그 욕구를 어떻게 참고 살 수 있을까….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방식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지금 삶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고 특정 방식을 벗어나거나 뒤처지면 마치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생각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에서 사랑하다 걸린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처럼….
  영화에서는 사랑의 감정이 몸에 생기면 암 환자 판정받듯이 1기부터 4기까지 판정을 받고 철저한 관리를 받게 된다. 이 병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영화 속 상황은 정말 절실하고 절망적이다. 철저한 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로 판명되면 살아갈 길이 막막하고 어디 다른 데 도망갈 곳도 없어 보인다. 유일한 탈출구인 ‘저 너머의 반도’는 너무도 위험해 보여서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다. 니아와 사일러스는 답답한 사회적 관념으로 가득 찬 그 철창을 나가려고 하는 용감한 인물들이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무미건조한데 넘치는 감정을 자제하려는 니아와 사일러스의 미세한 몸짓과 표정들이 오히려 더 강렬해 보인다.
  무미건조한 날이 흐르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일하는 건물 창밖으로 누군가 떨어져 죽는다. 전날 사랑의 감정을 들킨 남녀 중 한 사람이었을까…. 직원들은 잠시 피투성이가 된 시체를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누군가 “저 건물바닥과 시체는 어울리지 않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때, 사일러스는 우연히 옆에 서 있던 니아를 보게 된다. 니아는 시체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쥔다.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 영화 《이퀄스》 포스터
 

  그날 이후 사일러스의 삶은 더는 예전 같지 않다. 계속 니아를 생각하고 바라보게 되면서 음식 맛이 새롭게 느껴지고, 뭔가 낯선 느낌이 계속 든다. 나중엔 주변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아 병원을 찾는데 결국 1기 판정을 받게 된다.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생기면 실제로 몸의 세포가 변하는데 이것을 바이러스의 침입처럼 보는 것이다. 약을 먹어보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잘못된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일러스는 니아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니아는 처음엔 그를 거부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폭풍처럼 사랑에 빠진다. 죄책감과 두려움이 엄습하면서도 두 사람은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으며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둘은 목숨을 건 사랑을 한다. 팀장에게 들켜 잠시 서로 떨어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서로의 사랑을 괴롭도록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하지만 감정을 원초적으로 차단하는 기적의 약이 발명되어 모든 사람이 의무적으로 처방을 받게 된다. 이것만 목에 붙이면 말기 환자도 다 감정이 사라져 정상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태풍처럼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잊고 싶지 않다. 둘은 친구의 도움으로 반도로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니아의 임신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결국 사일러스는 니아가 통제소에 끌려간 후 자살한 줄 알고 절망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좌절과 슬픔이 너무도 커서 견딜 수가 없던 사일러스는 자살을 하려다 못하고 약을 주입받는다. 하지만 살아 돌아온 니아, 그리고 몇 시간이면 그 사랑의 감정을 잊게 될 사일러스, 이 안타까운 상황에 마음이 너무 아픈 관객. 어떻게 될까?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는 걸까.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비록 사일러스는 사랑의 떨림은 없어졌지만, 기억이 남아있었다. 물론 다시 감정이 살아날지는 불확실하다. 그래도 둘은 계획대로 반도행 기차를 탄다. 그리고 니아는 슬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나아간다. 이젠 차가워져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사일러스를 뒤에서 슬픈 눈으로 바라보면서…. 기차에서도 둘은 따로 앉아있다. 니아의 뒤에서 무표정하게 가만히 앉아있던 사일러스가 니아의 작은 등을 보다가 그녀에게 다가가 옆에 앉는다. 그리고 가만히 니아의 손을 잡아본다. 그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인간 세상을 흔히 진흙탕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희로애락 또는 오욕칠정이라는 감정 때문일 것이다. 잔잔한 호수 같다가도 때론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가 때론 까마득한 나락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감정에 따라 몸도 변화하고 행동도 달라진다. 인력을 통해 생산량을 높여야 하는 사회에서 보았을 때 이런 인간의 감정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인 것이다. 하지만 니아에게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효율성은 기쁨으로 가득할 때 최고가 된다. 그 기쁨은 사랑이란 본성의 느낌에 충실할 때 생겨난다. 그리고 기쁨은 분노, 슬픔,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의 경험 속에서 찾아가는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 종도에게 일러주신 시에서도 ‘비인정 불가근(非人情不可近)’, 즉 인정이 없는 곳은 가까이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가야 할 곳을 찾을 때 그 첫 번째 기준은 거기에 ‘인정’이 있는가이다. 인정은 인간적인 연민과 사랑이며,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위대한 진리의 시작점은 남에 대한 따뜻한 마음인 것이다.
  또한 감정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촉진제이다. 모든 것이 잔잔한 호수일 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로봇보다 뛰어난 것은 감정과 그것을 중재하는 마음의 작용을 통해 ‘이퀄’01의 상태를 뛰어넘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이 진흙탕에 깊숙이 발을 넣고 그 속에서 하얀 연꽃을 피우게 하는 그 숭고한 여정에 있지 않을까?
 
 
 

01 영화에서 ‘감정이 제거된 채 지적으로 평준화된 인간’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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