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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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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 『위기를 비웃어라: 어린 왕자와 위기극복의 상상력』

『위기를 비웃어라: 어린 왕자와 위기극복의 상상력』
 
 
연구원 송하명
 
 『위기를 비웃어라』의 작가인 진형준은 홍익대학교 불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서 ‘상상력 연구’의 대가이다. 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20년 넘게 강의하면서 현대인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깨달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위기를 비웃어라』를 집필하였다.
  진형준이 쓴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필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어린 왕자』의 작품 배경과 상징적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왜냐하면, 원작 자체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진형준의 풍부한 은유와 비유로 『어린 왕자』를 해석한 『위기를 비웃어라』 또한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왕자』의 상징적 의미는 너무나 풍성하므로 해석에는 여러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1934년 생텍쥐페리가 비행 중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5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1943년에 출간한 상상 소설이다. 당시 유럽은 세계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인간성이 상실된 최악의 위기상황이었다.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유럽의 위기상황’을 불시착한 ‘삭막한 사막’으로 설정하였고 ‘당시의 유럽인’을 생존의 위기에 빠진 ‘비행기 조종사’ 곧 ‘화자’로 의인화하였다. 그리고 그는 ‘어린 왕자’라는 상상 속의 순수한 인물을 통하여 타락한 어른들을 비판하고 잃어버린 순수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작가 진형준은 『어린 왕자』는 깨침의 비법을 간직한 일종의 비급(秘笈)이면서 동시에 우리를 위안해주는 책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비급을 연마해서 내공이 깊어지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시작한다.
  작가 진형준은 『위기를 비웃어라』 첫 장을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가 비행기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위기상황부터 시작한다. 사느냐, 죽느냐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바로 그때, 어린 왕자가 화자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화자가 처한 절박한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가하기 그지없는 요구를 한다. “양 한 마리 그려줄래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황당하고 어이없는 질문이지만, 화자는 주머니에서 종이와 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너무 신비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법이다”라고 설명할 뿐이다.
  작가는 이렇게 의문을 남기고 사막에서 마주한 화자와 어린 왕자의 서로 다른 삶의 과정을 다룬다. 이제부터 화자와 어린 왕자가 분리되어 대화하지만, 그 대화는 화자 자신을 향한 독백으로 이해해야 한다. 작가는 화자 앞에 나타난 어린 왕자를 어린 시절 성장을 멈춘 화자 내면의 ‘꿈꾸는 자아’라고 해석한다.
  먼저 비행기 조종사가 된 화자는 화가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화자는 상상력을 통해 그림을 그려서 어른들에게 보여주었지만, 어른들은 그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그런 쓸데없는 그림 따위는 집어치우고 지리, 역사, 산수, 문법 등을 공부하라고 충고한다. 화자는 어른들의 충고에 따라 화가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비록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지만 화자는 아직 어릴 때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을 때 바로 어린왕자를 만난 것이다.
  다음으로 어린 왕자는 화자와 계속된 대화를 통하여 자신이 어떻게 지구로 오게 되었고 어떠한 성장 과정을 거쳐 왔는지 화자에게 이야기해준다. 이제부터 어린 왕자가 지구에서 화자를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왕자는 자기만의 세계인 조그만 별 ‘소행성 B61호’의 주인으로 돌아간다. 소행성에는 어린 왕자가 매일 가꾸고 청소하는 장미 한 송이와 화산 3개만 있다. 소행성의 어린 왕자는 아직 미성숙한 철부지 어린애일 뿐이다. 그러다 어린 왕자는 장미와의 불화로 인해 자신의 별을 떠나 보다 넓은 세상을 배워가며 성숙해 가는 수련의 여정을 떠난다.
  어린왕자는 어른들이 사는 여러 별을 차례차례 방문한다. 각각의 별에는 왕, 허풍쟁이, 주정뱅이, 사업가, 가로등 불 켜는 사람, 지리학자가 살고 있다. 그들을 만나고 떠나올 때마다 어린 왕자는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라고 혼잣말을 하게 된다.
  그들은 정말 중요한 그 무언가가 빠져있는 사람들이다. 왕은 혼자 존재하고, 혼자 군림할 뿐이다. 다른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허영심에 가득 찬 어른들은 남들이 자신을 찬양한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모두가 속이 텅 빈 채 맹목적이고 아무 의미가 없는 삶을 사는 존재들이다. 작가 진형준은 어린 왕자가 여섯 개의 별에서 만난 이상한 어른들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는 이제 삶의 비밀을 깨치는 길로 나선다. 어린 왕자는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 막 도착하여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 무조건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수천 송이의 장미가 피어있는 정원에 도착한다. 그가 알고 있던 장미는 어린 왕자에게 자기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장미라고 했다. 그런데 어린 왕자는 “이렇게 장미가 많은데, 나는 한 그루 장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부자인 줄 알았잖아!”라며 풀밭에 엎드려 흐느낀다. 자기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았는지, 자기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확인하고 슬퍼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이전의 나를 철저히 부정하고 자신을 비우는 것이 바로 삶의 비밀을 깨치는 필요조건이라고 알려준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진짜 스승을 만나 진정한 가르침을 받을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그 흐느낌 끝에 스승 여우를 만난다. 스승의 첫 가르침은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가 길들인다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여우는 “그건 관계를 창조하는 거야”라고 답한다. 그것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개인과 개인의 구체적 체험을 통해서만 맺어지는 관계이다. 그 관계를 통해서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고 상대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네 장미가 네게 그토록 소중한 것은 네가 그 장미를 위해 너의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야”라고 가르쳐 준다. 이 순간 어린 왕자는 자기별에서 길들였던 단 장미 한 송이, 무릎 높이까지 밖에 오지 않는 보잘것없는 세 개의 화산만으로도 얼마든지 이 세상 전부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소유한 위대한 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생텍쥐페리는 아마 어린 왕자의  별에 있는 꽃과 화산을 우리들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로 상징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으로 불충분하다. 스승 여우는 제자 어린 왕자와 헤어지면서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한다. 그 비밀이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눈은 장님이다’라는 말도 전해준다. 이것은 서로 길들기 위해서는 육신의 눈을 감고 그 마음의 눈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마음은 열린 마음이다. 열린 마음은 제자인 어린 왕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스승인 여우에게도 필요하다. 작가는 제자인 어린 왕자에게 제 속을 다 내보이는 스승 여우는 제자들 앞에서 ‘얘들아 나 너희들에게 감추는 거 하나도 없단다’01라고 말씀하시는 공자와 같다고 비유한다.
  이제 화자와 어린 왕자의 회상이 끝나고 다시 현실의 위기상황과 직면한다. 어린 왕자는 더는 과거의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다. 어린 왕자는 스승 여우로부터 깨우침을 얻은 상태이지만, 화자는 아직 깨우침을 얻지 못했다. 어린 왕자는 화자에게 계속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이제부터 어린 왕자가 화자의 스승이 되어 화자를 일깨운다.
  어린 왕자와 화자는 사막에서 물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기적과도 같이 도르래와 두레박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우물을 사막에서 발견한다. 어린 왕자는 “내가 마시고 싶어 했던 것은 바로 이 물이야”라고 말하며 물을 마신다. 그러자 화자는 어린 왕자가 찾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 작가는 여기서 물은 어린 시절 화자가 포기했던 꿈,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 감추어져 있기에 주변을 더 환하게 만드는 바로 그것이라고 해석한다. 더 쉽게 말하면 생텍쥐페리는 ‘물’을 아직 어른들처럼 타락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순수성 자체로 상징했을 것이다.
  화자의 그 깨달음에 화답하듯 어린 왕자는 “사막을 그렇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거기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화자는 어린 왕자와 함께 그 물을 마시면서 사막이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이라도 삶이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의 꿈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화자는 “그래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라고 말한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아저씨가 내 여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어서 기뻐”라고 말한다. 이제 완전한 꿈을 찾은 화자는 더는 스승인 어린 왕자가 필요 없다. 어린 왕자는 “나는 내가 길들인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별로 사라진다. 화자는 이제 잃어버렸던 꿈꾸는 자아를 회복하였기 때문에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그 꿈은 화자가 길들였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가 고장 난 비행기를 어떻게 수리하였는지 어떻게 무사히 돌아왔는지 그리고 어린 왕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상황은 물질적 세계가 아닌 정신적인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 진형준은 이 글의 제목 ‘위기를 비웃어라’라는 말 그대로 위기를 비웃으라는 뜻이 아니라, 머리·감정으로만 보았던 세상을 마음으로 보라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세상을 마음으로 볼 줄 알게 된다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고 나와 남들 그리고 세상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 진형준의 상상력의 철학과 적절한 비유, 그리고 해석은 어린 왕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철부지 어린 왕자가 다른 세상을 통해 배우고 깨달아 얻게 되는 지혜는 일반인보다는 종교인이나 수도인에게 더 어울려 보인다. 특히 제자인 어린 왕자가 스승 여우를 만나 ‘길들이기’, ‘마음으로 보는 눈’,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과정은 수도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리고 생사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위기를 비웃고 긍정할 수 있는 화자의 깨달음은 현대인의 삶에서도 소중한 지혜일 것이다.
 
 
 
 

01 『논어』 「술이(述而)편」 23장. “二三子! 以我爲隱乎? 吾無隱乎爾. 吾無行而不與二三子者, 是丘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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