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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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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의 만남 :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에 나타난 반야(般若)의 의미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에 나타난 반야(般若)의 의미
 
 
연구위원 최정락
 
 
 
  도인은 진리에 입각한 수도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도를 위해서는 먼저 진리에 대한 바른 인식이 중요한데, 이 점은 도주님께서 1925년에 선포하신 「각도문(覺道文)」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무릇 성인의 경전은 문장의 색채를 구하지 않고 그 진리를 구하였으며 진인의 마음은 그 진실을 찾았지 겉꾸밈을 구하지 않았다. 물건의 사리를 구한다면 그 천연(天然)을 찾는 것이지 조작을 찾는 것이 아니다.”01 도에 대한 깨달음은 문장의 색채, 겉꾸밈, 조작을 버리고 진리, 진실, 천연을 구하는 데 있습니다. 성인의 심법과 진실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밝게 하여 참된 이치를 체득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진리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은 중국 불교 저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승조(僧肇)가 저술한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을 통해 성인의 지혜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승조, 「반야무지론」을 저술하다
  승조(僧肇, 384∼414)는 중국 남북조 시기의 불교 사상가입니다. 그는 스승인 구마라집(鳩摩羅什, 344∼413)과 함께 중국 반야학(般若學)의 시조로 칭해집니다. 중국 불교사는 승조에 이르러 격의불교(格義佛敎)02가 종결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승조는 후진(後秦, 384∼417)의 통치 중심지였던 장안(長安)에 머물 때 불교 역경가였던 구마라집을 도와 대승불교 반야 계열의 경전인 『대품반야경(大品般若经)』을 번역하였습니다. 이 경전을 번역한 후 그는 여기에 담긴 반야사상을 기초로 하여 「반야무지론」을 저술하였습니다. 「반야무지론」은 모두 이천 자로 쓰였으며, 대승불교의 반야사상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였습니다. 구마라집은 승조의 글을 읽은 후 크게 칭찬하며 말했습니다. “(반야사상에 대한) 나의 견해로야 그대에게 양보할 수 없지만, 그것을 서술한 문장은 서로 존중하기에 마땅하다.”03 승조는 그의 저술에서 노장(老壯)의 무(無)와 불교의 공(空)을 동일시하는 종전의 중국불교를 비판하고 공의 참뜻을 밝혔습니다.04
 
 
반야는 언어와 개념을 초월하여 집착이 없다
  반야란 불교의 근본 교리 중 하나로 지혜를 뜻합니다. 인간이 진실한 진리를 깨달았을 때 나타나는 근원적인 지혜를 말합니다. 승조는 「반야무지론」에서 반야의 의미를 무지(無知)와 무명무상(無名無相)으로 설명합니다. 먼저, 반야는 언어와 개념을 초월하여 집착이 없는 무지입니다. 이때의 무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참된 지혜는 분별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무지는 집착이 없어 마음이 허공처럼 맑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인들의 앎은 분별과 집착이 있어 한계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의 지혜는 그러한 앎이 없는 무지입니다. 승조는 “무릇 아는 것이 있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반야는 ‘대상을 차별하여 사유하고 판단하는 지혜[分別智]’가 없으므로,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분별지가 아닌 앎을 ‘일체지(一切知)’라고 한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이르기를 ‘반야는 아는 것이 없어서,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한 것은 믿을 만하다.”05라고 하였습니다.
 
 

  반야는 최고의 지혜로 일반인들의 앎과 같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의 인식은 그 대상에서 생겨납니다. 그런데 인식주체와 대상과의 관계문제는 앎이 있으면 그 형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형상을 통해 인식된 앎은 고정된 개념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을 시비에 집착하게 합니다.06 그러므로 승조에 의하면 일상의 앎은 구체성과 고정성에서 비롯된 집착을 일으키는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미혹으로 취하는 앎[惑取之知]’이라고 규정됩니다.
  다음으로, 반야는 언어와 형상을 벗어난 무명무상(無名無相)입니다. 논의 첫머리에서 “『방광반야경(放光般若經)』에서는 ‘반야는 어떤 상(相)을 가지지 않으므로 생멸상[生滅相]이 없다’고 하였고,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에서는 ‘반야는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볼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라고 하였다.”07라고 하여 반야는 언어와 형상으로 드러낼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반야는 그 자체를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반면, 인간의 언어와 형상은 구체성과 고정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것으로 어떤 것을 표현하게 되면 집착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즉 반야의 목적은 어떠한 집착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반야는 인간의 언어와 형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감각적 경험을 벗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승조가 언어를 무조건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언어의 한계를 알면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그는 “비록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말이 아니라면 전할 수 없다. 따라서 성인이 늘 말씀하셨지만, 일찍이 말씀하신 적이 없는 것이다.”08라고 합니다.
 
 
성인의 지혜를 인식하는 법
  승조에 의하면 진정한 지혜는 미혹으로 취한 앎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반야무지론」의 중요한 가르침은 사람들이 미혹으로 취하는 앎을 버리면 곧 성인의 지혜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반야무지론」의 목적은 반야라는 성인의 지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하여 사람들이 미혹된 지식을 버리고 그 자리를 성인의 지혜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승조는 이를 통해 인생과 우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을 바꾸어 그들에게 우주 만물의 진실한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도전님께서는 훈시를 바르게 인식하고 실천하여 생활화할 것을 강조하시며 “도주님 재세 시에 임원들에게 하교하신 후 ‘나의 말은 문지방을 넘어가기 전에 잊어버리라’는 달관(達觀)하신 말씀을 당위(當爲)로 받아들여 내적으로 관조(觀照)하여 근신절도(謹身節度)하여야 한다.”09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내적으로 관조(觀照)한다’는 측면에서 도가 수도자 개인의 인식으로 고정화되는 것에 대한 경계로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도인이 도는 자각(自覺)하는 것이라고 해서, 자기 생각대로 진리를 왜곡하여 마음대로 하는 것은 이러한 고정화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10 참다운 도인은 잘못된 깨달음을 고쳐 올바르게 인식하고 스스로 삼가서 자기를 돌아보는 도인일 것입니다. 여러 도인이 종단의 법과 제도 안에서 자신을 낮추고 상호 간에 각자의 깨달음을 충분히 교환하면 대순진리에 왜곡됨이 없이 바르게 인식할 수 있어 서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형성되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문헌
·승조(僧肇), 『肇論』. 덕청(德淸), 『조론약주(肇論略註)』. 원강(元康), 『조론소(肇論疏)』. 혜교(慧皎), 『고승전(高僧傳)』.
·Walter Liebenthal, 『CHAO LUN: The Treatises of Seng-Chao』, Hong Kong University Press, 1968(2nd Revised Edition).
·승조, 『肇論校釋』, 張春波 校釋, 北京: 中華書局, 2010.
승조법사·감산덕청, 『조론』, 송찬우 역, 서울: 경서원, 2009.
·구미숙, 「『肇論』에 있어서 般若中觀佛敎와 玄學의 융합 : 非有非無와 卽體卽用 논리를 중심으로」, 『동아시아불교문화』 21, 2015.
·김성철, 「승랑과 승조 : 생애와 사상, 영향과 극복에 대한 재조명」, 『불교학보』 61, 2012.
·김진무, 「승조의 ‘非有非無’ 論證과 그 意義」, 『선문화연구』 2, 2007.
·김현구, 「승조의 상즉관에 대한 인도 중관학파적 리뷰」, 『동아시아불교문화』 25, 2016. 
·양순애, 「「조론(肇論)」의 상즉관(相卽觀) 연구」, 경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오진탁, 「佛敎의 般若와 莊子의 無知之知에 대한 비교 연구: 승조의 『반야무지론』 을 중심으로」, 『철학연구』 52, 2001.
·이병욱, 「승조의 三家 비판이유와 中道에 대한 두 가지 해석방식」, 『구산논집』, 1998.
·허인섭, 「조론(肇論)에서의 반야(般若)와 공(空)개념 성격 고찰」, 『불교학연구』 11, 2005.
·張淼, 「從‘惑知’走向‘聖智’之露 - 僧肇的般若認知方式探微」, 長安大學學報, 2005.
·曹樹明, 「僧肇的無分別觀念」, 河北大學學報, 2004.
 
 
 

01 교운 2장 33절. 각도문의 해석은 《대순회보》 29호 「眞人之心 求其實而不求外飾」와 41호 「성인지경전 구기진리(聖人之經典 求其眞理)」 참조.
02 격의불교(格義佛敎): 중국에서 불교 수용의 초기 단계에, 인도 불교의 원전에 따라서 직접 그 원뜻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유형이 다른 중국 고전과의 대비에서 불교를 이해하려는 것을 격의불교라고 한다. 시대적으로는 진말부터 동진(317∼420)에 걸쳐서 성행하고, 노장 현학이 주류를 차지한 사상계의 상황을 반영해서, 노장의 무(無) 사상에 의해서 반야 경전의 공(空) 사상을 해석하였다. (『종교학대사전』, 서울: 한국사전연구사, 1988)
03 『고승전(高僧傳)』 권6 “吾解不謝子, 辭當相挹.”
04 승조의 사상이 집약된 저술은 그의 논문 모음집인 『조론(肇論)』이다. 『조론』은 「물부천론(物不迁论)」, 「부진공론(不真空论)」, 「반야무지론(般若無知论)」, 「열반무명론(涅槃無名论)」 등 네 편의 논문과 서문격의 「종본의(宗本義)」로 이루어져 있다.
05 『조론』, 「반야무지론」. “夫有所知, 則有所不知. 以聖心無知, 故無所不知, 不知之知, 乃曰一切知. 故經云, 聖心無所知, 無所不知. 信矣!”
06 양순애, 「「肇論」의 相卽觀 연구」 (경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36∼41쪽 참조.
07 『조론』, 「반야무지론」. “放光云, 般若無所有相, 無生滅相, 道行云, 般若無所知, 無所見.”
08 『조론』, 「반야무지론」.. “經云, ‘般若義者, 無名無說, 非有非無, 非實非虛. 虛不失照, 照不失虛.’ 斯則無名之法. 故非言所能言也. 言雖不能言, 然非言無以傳. 是以聖人終日言, 而未嘗言也.”
09 『대순지침』, p.4.
10 「도전님 훈시」(1991. 2. 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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