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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6년(2016)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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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길 : 상생의 이념으로 바라본 삼강오륜(Ⅱ)

상생의 이념으로 바라본 삼강오륜(Ⅱ)
 
 
연구위원 이재호
 

Ⅰ. 머리말
Ⅱ. 전통 윤리로서 삼강오륜의 성립과 변용(變容)
  1. 관계 윤리에서 출발한 오륜
  2. 통치이념으로 성립된 삼강
  3. 삼강오륜의 변용(變容)
Ⅲ. 대순사상의 삼강오륜
  1. 음양합덕에 기초한 삼강오륜
  2. 상생의 사회질서를 위한 삼강의 덕목
  3. 상생의 관계 윤리를 위한 오륜
Ⅳ. 맺음말
 
 
 
Ⅲ. 대순사상의 삼강오륜
 
  1. 음양합덕(陰陽合德)에 기초한 삼강오륜
대순진리회의 종지(宗旨)란 구천상제님께서 이 땅에 대순하신 진리를 도주님께서 16자로 요약하신 내용으로 우리 종단이 추구하는 핵심적인 이념이다. 종지의 첫 번째가 음양합덕이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억음존양과 양존음비의 불평등한 음양론을 바탕으로 종속적인 관계윤리가 형성된 것을 앞에서 살펴보았다. 대순사상에서는 이러한 불평등한 음양론의 모순을 해소하여 음양의 차별이 없고, 만물과 만사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덕을 합하여 이루어내는 이상적인 세계를 음양합덕이라고 한다. 음양합덕의 종지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일음일양(一陰一陽)과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음양론이다.
 
 
상제께서 어느 날 후천에서의 음양 도수를 조정하시려고 종도들에게 오주를 수련케 하셨도다. 종도들이 수련을 끝내고 각각 자리를 정하니 상제께서 종이쪽지를 나누어 주시면서 “후천 음양도수를 보려 하노라. 각자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점을 찍어 표시하라”고 이르시니 종도들이 마음에 있는 대로 점을 찍어 올리니라. …… 공신을 돌아보시며 “경석은 열둘씩이나 원하는데 너는 어찌 하나만 생각하느냐”고 물으시니 그는 “건곤(乾坤)이 있을 따름이요 이곤(二坤)이 있을 수 없사오니 일음 일양이 원리인 줄 아나이다”고 아뢰니 상제께서 “너의 말이 옳도다”고 하시고 “공사를 잘 보았으니 손님 대접을 잘 하라”고 분부하셨도다. 공신이 말씀대로 봉행하였느니라. 상제께서 이 음양도수를 끝내시고 공신에게 “너는 정음 정양의 도수니 그 기운을 잘 견디어 받고 정심으로 수련하라”고 분부하시고 “문왕(文王)의 도수와 이윤(伊尹)의 도수가 있으니 그 도수를 맡으려면 극히 어려우니라”고 일러 주셨도다.01
 
 
  선천 세상에서는 삼강을 그물의 벼리와 그물코의 관계로 비유하면서 벼리를 강조하여 왔다. 그물에서 벼리는 하나이고 그물코는 여러 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벼리와 그물코의 관계는 임금과 신하들, 아버지와 자식들, 남편과 아내들이라는 일 대 다수의 조합이다. 이것은 하나의 양(陽)이 다수의 음(陰)을 상대하고 통솔하는 형국이다. 위의 구절에서 상제님께서는 선천의 고르지 못한 음양의 대응을 바로 잡으시고자 음양도수를 보시면서 문공신 종도를 통해 일음일양과 정음정양 공사를 보신다. 윤리규범으로서의 음과 양은 하나의 양에 하나의 음이 대응해야 상생으로 합덕(合德)이 될 수 있지, 하나의 양에 두 개의 음이 대응하면 합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구절에서처럼 음양을 여성과 남성에 적용하면, 일음일양의 차별 없고 동등한 관계가 아니면 남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원(冤)과 척(慼)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일음일양의 관계가 고르게 되었다고 음양이 합덕할 만한 조건을 다 갖춘 것은 아니다. 일음일양에서의 음과 양이 각각 바른 음과 바른 양일 때 합덕할 수 있게 된다. 즉, 음양의 도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음정양’02의 이치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음양이 상생의 원리로 서로의 고유한 덕을 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는 남녀 관계는 상생의 원리로 조화(調和)를 이루기 어렵다. 일음일양과 정음정양의 음양론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음양의 존비(尊卑)·귀천(貴賤)·주종(主從)의 상극적인 관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순사상에서의 삼강오륜은 수칙(守則)에서 언급하였듯이 음양합덕(陰陽合德)·만유조화(萬有造化) 차제(次第) 도덕(道德)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삼강오륜은 음과 양이 덕을 합하고, 만사가 이치에 따라 생성 변화하는 데 필요한 차제 도덕의 근원으로 볼 수 있다. 삼강오륜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양에 해당하는 국가(君)·부모(父)·남편(夫)·연장자(長)와 음에 해당하는 국민(臣)·자녀(子)·아내(婦)·연하자(幼)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세상의 합덕(合德)과 조화(造化)를 실현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상생의 사회질서를 위한 삼강의 덕목
  대순사상에서 ‘상생’이란 엄밀히 말하면 ‘해원’과 ‘보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포덕교화기본원리Ⅱ』에서는 우리가 살아왔던 선천세계의 가장 근본적인 참화의 원인이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사물을 지배한 데 있었고, 상제님께서 상극의 이치를 해소하고 상생의 도로써 선경을 여신다고 선포하신 것으로 보아 삼계공사를 행하신 가장 큰 종교적 법리는 상생의 법리(法理)라고 할 수 있다. 이 상생의 법리는 남을 잘 되게 하는 것이 곧 나도 잘 되는 길임을 자각하게 하는 협동의 원리이기 때문에 공존공영의 평화의 윤리이다.03 해원상생·보은상생이 적극적으로 실천되면, 즉 인류가 편벽되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 없이 정직과 진실로써 상호 이해하고 사랑하며 상부상조의 도덕심이 생활화된다면 이것이 화평이며 해원상생이다.04 해원상생·보은상생을 실천하여 가정화목·사회화합·인류화평으로 세계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대순진리인 것이다.05 그러므로 삼강오륜이 인류의 화평을 이루기 위한 원리인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을 전제로 할 때 상생의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윤리규범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대순사상에서는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삼강 자체에 대한 논리보다는 삼강의 현실적인 실천 덕목인 충·효·열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보다 더 실천적인 윤리규범으로서의 삼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전경』의 「병세문」에는 선천에서 모든 인간사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 인륜의 질서가 무너져서, 상제님께서는 “세무충 세무효 세무열 시고천하개병(世無忠 世無孝 世無烈 是故天下皆病)”06이라 하셨다. 충·효·열이 윤리규범으로서의 본질을 상실하고 왜곡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아예 그 참된 정신을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상제님께서는 천하가 모두 병들었다고 진단하신 것이다.
 
 
상부하여 순절하는 청춘과부를 가리켜 말씀하시기를 “악독한 귀신이 무고히 인명을 살해하였도다” 하시고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그 글은 이러하였도다. 忠孝烈 國之大綱然 國亡於忠 家亡於孝 身亡於烈(교법 1장 46절)
 
 
  위 『전경』 구절에서는 조선시대의 유교적 규범에 따라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도록 조장하는 ‘열(烈)’의 왜곡된 폐습을 지적하고, 삼강의 폐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國亡於忠 家亡於孝 身亡於烈]. 그러나 이러한 폐단에도 불구하고 ‘충·효·열은 나라의 대강령[忠孝烈 國之大綱]’이다. 충·효·열은 사회와 가정이라는 조직이 운영되기 위해 근간이 되는 윤리규범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봉건왕조 체제와 농경문화 및 씨족사회에 적합한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용된 충·효·열의 폐단을 걷어내고, 삼강이 가지고 있는 윤리의 본질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접근해야 국가나 사회, 가정의 기본 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대순사상에 나타나는 삼강의 실천덕목인 충·효·열에 대해서 살펴보자.
 
 
1) 충(忠)
  군위신강(君爲臣綱)의 실천 덕목이 충이다. 『논어(論語)』에서의 충은 인간 내면의 속마음[中心]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07 그러나 충 개념이 삼강의 덕목으로 설정되면서 군주를 섬기는 신하의 충성스러운 마음의 의미로 굳어지게 된다. 왕조체제에서는 군주를 섬기는 마음이 곧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과 동일시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이러한 구도를 똑같이 적용시킬 수는 없다.
 
 
국가는 고대(古代)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들의 조국(祖國)이다. …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내려온 조국은 우리들의 국가이며 누구나 할 것 없이 우리들 집이다. … 인류는 조국 없이 생존할 수 없고 조국 없는 인류가 있을 수 없다. 조국은 나를 낳은 부모보다도 중하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옛 성현들도 충즉진명(忠則盡命)이요 효즉갈력(孝則竭力)이라고 하였다. 충성이란 국민으로서 국법을 준수하고 사회윤리 도덕을 준행하며 맡은 바의 임무에 충실하고 상호 이해로써 융화단결하여 조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다.08
 
 
  『포덕교화기본원리』에서 국가란 우리들 조상들이 유구한 생존의 역사를 거쳐서 형성된 조국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공적 윤리인 충(忠: 충성)은 사적 윤리인 효(孝)보다도 당연히 중요하기 때문에 목숨을 아까워해서는 안 되는[忠則盡命] 삼강의 첫 번째 덕목이 된다. 충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국가의 법을 충실히 준수하고, 사회적으로 형성된 윤리 도덕을 이행하며,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조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심정을 가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전통적인 ‘군위신강(君爲臣綱)’의 충 개념과 대순사상의 충 개념은 약간의 차이를 가진다. 전통적인 ‘군위신강’의 충 개념에서 군신 개념은 군주와 신하의 직분에 맞는 역할을 강조하여 신하의 위치에서 군주를 섬기는 행위는 곧 국가를 위하는 행위와 동일시되었다.
  하지만 대순사상에서는 충의 대상을 국가원수[대통령]로 한정짓지 않고 좀 더 넓은 의미인 국가로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인 군신 개념을 다양화된 현대사회에 맞게 군(君)은 국가로, 신(臣)은 국민으로 설정하였고, 따라서 충은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해 가져야 할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과 자세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목숨을 보전하고[保命]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安住]은 국가 사회의 은혜’09이니 국가에 대해 보은상생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국가라는 큰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이상과 행복을 추구해 나간다. 헌신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회적인 발전과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충이다. 개인의 안위는 국가에 의해서 보장되므로 국가의 발전이 곧 개인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국가의 위상도 정비례하므로 국민과 국가는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수도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하는 ‘수칙(守則) 1번’인 국법의 준수와 사회도덕의 준행도 국가에 대한 개인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이것을 공적 윤리에 관한 측면으로 보면 넓은 의미의 충으로 볼 수 있다.10
 
 
2) 효(孝)
  부위자강(父爲子綱)의 실천 덕목이 효이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관계를 맺는 존재가 부모이다. 효란 자식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길러준 부모에게서 맨 처음으로 받은 은혜와 사랑에 대한 공경과 보답이다. 이러한 은혜와 사랑의 경험을 형제간에 적용하면 우애가 되고 연장자에게 적용하면 질서가 되고 부부간에 적용하면 화목(和睦)하게 되고 동료에게 적용하면 신의가 있게 된다. 부모 사랑의 가족윤리를 이웃과 사회에 확대하여 적용한다면 인류의 보편적이며 이타적인 가치로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이 효이다. 『논어』에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로운 것을 정치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하였다.11 고대에는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할 때 순임금의 효성이 정치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작용하였다. 이것은 동아시아 고대부터 효라는 가족윤리가 모든 사회윤리의 밑바탕이 되는 것으로 인식해왔음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순임금의 효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전경』에는 “세상에서 우순(虞舜)을 대효라 일렀으되 그 부친 고수(瞽瞍)의 이름을 벗기지 못하였으니 어찌 한스럽지 아니하리오.”12 라고 서술되어 있다. 순임금의 아버지 고수처럼 부모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식으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효도일까? 세상 사람들이 순임금을 대효(大孝)라고 일컫는 것은 부자간에 뜻이 맞지 않았을 때 자식의 효로써 부모를 감화시켜 부모의 사랑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제님께서는 순임금이 아버지 고수의 불명예를 후세에 남기게 된 것을 한(恨)스럽게 여겼다고 말씀하셨다. 순임금의 칭송만큼 아버지 고수의 불명예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역사적으로 순임금의 효는 대효라는 세간의 칭송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13
 
 
효도란 우리를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들께 자식된 도리를 행하는 일이다. 우리는 부모님들의 뼈와 살을 빌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부모님들의 산고(産故)의 고통이며 어렸을 때 마른자리 갈아가며 키워주신 정성과 남의 자식 못지않게 해 주시려고 성심 성의를 다하여 키워주신 그 은덕은 하해(河海)와 같다. 부모님들의 은덕(恩德)을 만분지일이라도 갚기 위해서는 각기의 온갖 정성을 다하여 봉양하고 마음 편안하게 하여 드리는 것이 부모님들에게 대한 보은(報恩)일 것이다.14
 
 
  『포덕교화기본원리』에도 효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모를 위한 자식의 도리와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내리사랑보다 부모를 위한 자식의 치사랑이 더 어려운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효즉갈력(孝則竭力)이라고 효를 할 때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이것은 부모의 몸을 잘 살펴서 돌보고 부모의 뜻을 잘 받들어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보은상생의 실천이다.
  대순사상에서는 효의 적용 범위를 각 가문의 조상과 선령신으로까지 확대하여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순진리회요람』에서도 “숭선(崇先) 보본(報本)의 대의로 효도를 다하라”고 하였다. 여기서 ‘선(先)’과 ‘본(本)’의 의미는 부모에게만 효도를 국한시키지 않고 효의 범위를 선조(先祖)들에게까지 적용하라는 뜻일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복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요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것이 아니니 사람의 도의로서 부모를 잘 공양하라”15고 말씀하셨다. 복이 위로부터 내려온다는 것은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효를 다했을 때 조상들이 후손들이 잘 살아갈 수 있게 음덕을 베풀어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인간이 태어날 때 각 성씨의 선령신들은 六十년 동안 공에 공을 쌓아 쓸 만한 자손 하나를 타 낸다’16고 하셨다. 각 가문을 관장하는 선령신들이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령신을 섬길 줄 모르는 자는 살지 못할 것이라’17는 말을 상제님께서 공사에 쓰셨다. 자신의 조상을 부정하고 그 은혜를 모른다면, 앞으로는 ‘혈통줄이 바로잡혀 환부역조와 환골하는 자는 다 죽을 것이라’18고 하셨다. 『전경』에 이와 같은 언급을 보면 대순사상에서 효의 적용 범위는 부모·조상 선령신으로 확장됨을 알 수 있다.
  효의 실천에서 경계해야 할 점은 개인 윤리와 공동체 윤리의 조화(調和) 문제이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효의 실천이다. 가족 윤리인 효는 모든 사회화합의 밑바탕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족 윤리를 우선시하고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사회화합을 방해하고 공동체 윤리와 해원상생을 어그러뜨리게 된다. 그러한 모습을 가족 이기주의라고 하며, 조선 후기에는 일부 양반 문중(門中)에서 이러한 폐단들이 발생하곤 하였다. 교법 1장 46절에 ‘집안은 효라는 명목 하에 망할 수도 있다(家亡於孝)’는 구절은 혈연 위주의 가족 이기주의로 인하여 다른 집안 및 사회공동체와 원과 척을 맺어 그 집안이 몰락하게 되는 효의 부정적 단면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열(烈)
  부위부강(夫爲婦綱)의 실천 덕목이 열이다. 사전적으로 열의 자의(字意)는 불과 관련한 글자가 들어가 있어 ① 불태우다 ② 빛나다 ③ 맹렬하다 ④ 가혹하다 ⑤ 충성스럽고 정의롭다 ⑥ 의(義)를 중시하여 생(生)을 경시하는 사람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19 열의 자의는 여러 가지이지만 주로 강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뜻이 많으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⑤번과 ⑥번이다. 이 ⑤번과 ⑥번을 인간이 지니는 마음의 성향으로 적용해서 해석해보면 첫째 부부관계에서의 윤리도덕성을 지향하려는 마음을 의미하며, 둘째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을 지향하려는 순수한 마음의 의미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그래서 열과 관련하여 지조(志操: 옳은 원칙과 신념을 지켜 끝까지 굽히지 않는 꿋꿋한 의지)와 절개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경』에서 쓰인 열의 의미도 이 두 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다. 「병세문」에서는 세상에 충·효·열이 없기 때문에 모두 병들었다20고 하여 국가의 대강령으로서의 열의 윤리규범이 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열의 의미는 부부 간에 지켜야 하는 윤리도덕성과 올바른 것을 지향하려는 순수한 마음 두 가지 다 포함하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열은 부부의 윤리로서 주로 아내가 남편에게 지켜야 할 절개나 정절의 의미로 쓰여 왔다. 교법 1장 46절에서도 젊은 과부가 죽은 남편을 따라 죽는 풍습의 예를 들며, ‘몸은 열이라는 명목하에 망할 수도 있다(身亡於烈)’고 하여 무고한 인명을 빼앗아가는 열의 폐단을 언급하고 있다. 열이라는 윤리규범이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기 위해 여성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열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여성의 억압을 해원하기 위해 상제님께서는 ‘후천 오만 년 첫 공사’21로 과부의 재가를 허용하는 공사를 보셨다.
  이처럼 열은 국가의 기강이라는 긍정적 의미와 역사적으로 변용된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가부장적 지배윤리의 변용된 사고를 걷어내고, 열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가? 역시 해원상생의 실천 윤리로 열의 의미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포덕교화기본원리』에서는 ‘2. 사회국가’를 설명하면서 ‘국가 사회란 충·효·열을 강령으로’ 22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서는 ‘3. 충·효·예’23를 소제목으로 서술하고 있다.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열’이 가진 강령으로서의 의미 대신에 ‘예’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서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제께서 이곳에서 형렬을 만나 그를 데리시고 한산(韓山) 객주집에 좌정하시고 원일을 부르셨도다. 상제께서 원일에게 “술을 가져오라. 내가 오늘 벽력을 쓰리라” 하시니 그는 말씀에 좇아 술을 올렸도다. 상제께서 잔을 받으시고 한참 동안 계시다가 술을 드시니 여태까지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음풍이 일어나고 폭우가 쏟아지며 벽력이 크게 일어나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태인에 유숙하는 사람이 많았도다. 상제께서 이 일에 대하여 형렬과 원일에게 설명하시기를 “내가 이제 아침에 객망리 주막 앞을 지날 때에 한 소부가 길가의 풀에 내린 이슬을 떨며 지나가기에 그 연유를 물으니 그 소부가 친정의 부음을 듣고 가노라 하더라. 조금 후에 그 뒤를 한 노구가 지팡이를 짚고 가며 소부의 자취를 묻는도다. 내가 그 연유를 따져 물었더니 그 노구가 ‘앞에 간 소부는 나의 며느리이나 가운이 불행하여 어제 밤에 자식을 잃었는데 며느리가 장사를 치르기 전에 오늘 새벽에 도망갔나이다. 며느리는 저희끼리 좋아서 정한 작배이니다’고 대답하더라”고 말씀하시고 이어서 그들에게 “대저 부모가 정하여 준 배필은 인연이요 저희끼리 작배한 것은 천연이라. 천연을 무시하여 인도를 패하려 하니 어찌 천노를 받지 아니하랴. 그러므로 오늘 내가 벽력으로써 응징하였노라”고 하셨도다. 그 며느리는 벽력에 죽었노라고 전하는도다.24
 
 
  이 구절은 노구(老嫗: 할멈, 노파)의 아들이자 소부(少婦: 결혼한 젊은 여자)의 남편이 죽자 그 남편의 장사도 치르기 전에 가정을 버리고 도망감으로써 상제님에게 벌을 받는 내용이다. 과부의 재가를 허용하는 입장에서 이 구절은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열의 의미로 해석하기보다는 그 소부가 죽은 남편의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을 응징하신 것이다. 천연(天緣)으로 맺은 부부관계에서 이 소부는 최소한의 부부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가정을 버렸기 때문이다.
 
 
예도(禮道)는 오륜 중의 하나로 부부유별(夫婦有別)이란 남녀 간의 예도가 구별되어 있어서 남자는 남자의 예도를 행하고 여자는 여자의 예도를 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남녀 간의 예도는 구별할 수 없이 서로가 상실하고 있다. 천기하강(天氣下降) 지기상승지기(地氣上昇之氣)의 생성(生成) 변화지리(變化之理)로 만물이 화생(化生)하고 춘 · 하 · 추 · 동 사시지기(四時之氣)로 만물이 생장(生長) 육성(育成)하듯이 부도(夫道) 부덕(婦德)으로 구별된 남녀 간의 예도로써 인류의 사회질서가 유지된다.25
 
 
  부부 간의 예도는 오륜에 속하는 부부유별이다. 부부 간의 예는 남편의 도리[夫道]와 아내의 도리[婦德]로 구분되고 이 예절이 지켜질 때 가정화목과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포덕교화기본원리』에서도 ‘열’이 들어가는 자리에 ‘예’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열’이 나타내는 원칙적 전제 이외의 부부 생활에서 상생의 이념을 실현하기에 더 적합한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삼강의 덕목 가운데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원과 한이 발생했던 덕목이 부위부강(夫爲婦綱)의 ‘열’이다. 그리고 삼강의 관계에서 수직적이라 할 수 있는 군신 관계나 부자 관계보다 평등성이 요구되는 관계가 부부 간이다.
 
 
어느 날 상제께서 식사 시간이 지나서 최 창조의 집에 이르셨도다. 그의 아내는 상제께서 드나드시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노라. 이날도 밥상 차리기를 싫어하는지라. 상제께서 창조에게 가라사대 “도가에서는 반드시 아내의 마음을 잘 돌려 모든 일에 어긋남이 없게 하고 순종하여야 복되나니라” 하시니라. 이 말씀을 아내가 문밖에서 엿듣고 보이지 않는 사람의 속마음을 보신 듯이 살피심에 놀라 마음을 바로 잡으니라.26
 
 
  이 구절에서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그 책무와 도리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부장적인 남편의 권위로 일을 주도하여 아내가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잘 이해시켜 아내가 남편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순종과 정절이 전통적인 열의 의미라고 한다면, 대순사상에서는 부부 관계에서 원과 척이 발생하지 않는 해원상생의 원리에 따라 부부 윤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대순사상의 열은 국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큰 줄기에 해당한다면 예는 실질적인 부부 관계에 필요한 윤리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3. 상생의 관계윤리를 위한 오륜
  삼강은 당연히 지켜야 할 윤리규범의 대전제라면, 오륜은 윤리 실천대상 간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윤리 실천대상 사이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경』에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누구나가 소원하는 바가 있다. 임금이 되기를 원하나 누구나 임금이 될 수 없고, 아비가 되기를 원하나 누구나 아비가 될 수 없고, 스승이 되기를 원하나 누구나 스승이 될 수 없다. 임금은 있으나 신하가 없으면 그 임금은 어디에 설 것이며, 아비는 있으나 자식이 없으면 그 아비는 어디에 설 것이며, 스승은 있으나 제자가 없으면 그 스승은 어디에 설 것인가!27
 
 
  이 구절은 전통 사회에서 주로 벼리의 입장에 있었던 임금·아버지·스승도 신하·자식·제자가 없다면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상제님의 말씀이시다. 이 말씀은 윤리 실천자 간의 관계가 위계적(位階的)이라 하더라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며, 특히 벼리에 위치한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강오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 가정의 화목과 평화로운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륜의 다섯 가지 범주가 모든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윤리문제를 포괄할 수 없겠지만 인간의 관계윤리를 대표하는 범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유교에서나 현대의 일부 학자들이 오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조금씩 시도하여 왔다. 현대 사회에 맞게 삼강오륜을 해석할 수 있는 개념들이 ‘쌍무(雙務)의 윤리와 호혜(互惠)의 관계’28 및 ‘동반(同伴)과 공진(共進)’29이다. 하지만 이 개념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은 인간 내면의 원과 척을 해소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개념들에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원리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오륜이라는 낡은 윤리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이 시대에 되살리기가 힘들 것이다.
  ‘쌍무 호혜성’은 윤리 실천의 당사자들이 서로 노력하며 서로 은혜로운 관계성을 가질 것을 함축한 용어이다. 이 개념을 잘 언급한 책이 조선 중기 때 우리나라 아동들의 한문 교재로 편찬한 『동몽선습(童蒙先習)』이다. 이 책에서는 오륜을 실현하기 위해 다섯 가지 조건을 당부하고 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며[父慈子孝], 군주는 신하에게 의(義)롭게 대하고 신하는 군주에게 충성하며[君義臣忠], 남편은 아내를 온화하게 대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며[夫和婦順], 형은 아우에게 우애롭게 대해야 하고 아우는 형에게 공손해야 하며[兄友弟恭], 붕우 간에는 서로 인으로 도와야 한다[朋友輔仁]고 하였다. 이 다섯 가지 조건에서 부부 간의 역할인 부화부순(夫和婦順)은 여전히 가부장적인 요소를 띠고 있지만, 그 나머지는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다음으로 오륜 각각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칙 2번은 삼강오륜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을 수도인들이 지켜야 할 윤리규범으로 강조하고 있다. 수칙 2번은 오륜의 순서에 따라 언급하면서 부자·군신·부부 간의 도리를 『포덕교화기본원리』의 효·충·예에 대한 규범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효·충·예+이륜[장유(長幼)·붕우(朋友) 간의 도리]의 형태이다. 일상생활에서 윤리 실천의 당사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실천함을 전제로 했을 때 인간관계는 원과 척이 없이 원만하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이든 사회의 구성원이든 각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늘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 수칙 2번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는 부자유친(父子有親)에 해당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효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에서 부모가 자애롭게 자식을 대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할 때 친함이 생긴다. 부자자효(父慈子孝)의 해원상생을 실천할 것이 부자간에는 더없이 바람직한 관계이다. 그러나 부자 관계는 해체되어서는 안 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부모와의 의견 대립이 생겼을 때 자식의 역할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에 충성하며’는 군신유의(君臣有義)에 해당한다. 삼강에서 설명한 것처럼 대순사상에서는 이 군신관계를 국가와 국민의 관계로 설정하고 있고, 충성이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말한다. 인류의 모든 활동이 국가와 사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국가와 사회를 떠나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도 국가 사회의 은혜에 속한다. 그러므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회의 발전과 공동의 행복과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여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
  ‘부부 화목하여 평화로운 가정을 이룰 것이며’는 부부유별(夫婦有別)에 해당한다. 부부란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것이며 모든 생성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사회는 부부를 핵으로 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선행되지 않으면, 부자관계도 군신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30 부부유별에서 ‘별(別)’이 가지는 뜻은 차별과 구별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남편과 아내 사이에 차별이 존재했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차별이 아니라 구별이 되어야 한다. 구별의 의미 중에 하나는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에 따른 역할 분담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가정 내에서 남편의 역할[夫道]과 아내의 역할[婦德]에 따른 구별이다. 또한 그 관계는 인격적 존중을 전제하는 속에서 유지될 수 있다. 예부터 화목한 부부 사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말로 ‘상경여빈(相敬如賓)’31이란 말이 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존경하기를 손님과 같이 대한다는 말이다. 이 글귀는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닐 수 없다.
  ‘존장(尊丈)을 경례(敬禮)로써 섬기고 수하(手下)를 애휼(愛恤) 지도하고’는 장유유서(長幼有序)에 해당한다. 직장의 연장자와 연하자, 학교의 선배나 후배, 사회의 어른과 청소년, 방면의 선각과 후각 등 장유(長幼)의 관계는 오늘날 사회에서 매우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연하자의 입장에서는 연장자에게 공경과 예의를 갖추어서 대하고, 연장자의 입장에서는 연하자를 아끼고 사랑하며 지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序)’라는 단어 속에는 체계 질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의 사회 구조 속에서 나를 중심으로 연장자와 연하자에게 이렇게 경례와 애휼로 대한다면 조직의 체계와 질서는 보다 원활하게 유지될 것이다.
  ‘친우(親友) 간에 신의(信義)로써 할 것’은 붕우유신(朋友有信)에 해당한다. 붕(朋)이란 붕(鵬)이라는 큰 새를 작은 새들이 따르듯이 한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하며 사귄 친구를 말하고, 우(友)는 서로 손을 잡은 모양의 상형문자로 손에 손을 잡고 있는 벗을 뜻한다. 뜻을 함께하는 친구[同志]이든 일반적인 학교 친구이든 혹은 직장 동료 사이이든 서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륜 중에서 가장 평등한 관계가 친구 사이이다. 그러면서도 친구 사이는 인격 성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이 관계는 진심과 신의로써 대해야 서로 간에 필요한 존재로 오랜 우정을 지속할 수 있다. 친우 간에 신의의 도리를 주고받는 것이 곧 해원상생의 실천이다.
  해원상생은 인류의 화평을 추구하는 평화사상이다. 인류가 화평하기 위해 가장 일차적인 요소가 가정에서의 화목이다. 가족 내에서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했을 때, 즉 부모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자녀는 효로써 부모에게 보은상생 할 때 가정화목이 이루어진다.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삼강오륜은 화목한 가정과 이웃과의 화합을 위한 기초 윤리이며, 인류 사회가 아무리 변화해도 사회 공동체의 안녕과 화평의 바탕이 되는 변함없는 윤리규범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
 
 
Ⅳ. 맺음말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남녀평등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32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삼강오륜을 더 이상 따르지 않지만 그 폐단의 오랜 잔영(殘影)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듯하다. 삼강오륜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변용이 되지 않고, 관계윤리의 본질을 추구했을 때 이 시대에 맞는 윤리규범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쌍무 호혜성이라는 개념으로 윤리실천 주체 간 각자의 역할을 강조하여 삼강오륜을 해석해보았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원과 척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주고받는 관계에는 한계성이 있으며 또다시 상극(相克)적인 모순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원리로 삼강오륜을 실천해야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상생의 윤리 도덕이 정립될 수 있다.
  충·효·예도가 음양합덕·신인조화·해원상생·도통진경의 진리이니 이것으로서 수도(修道) 수행(修行)의 훈전(訓典)을 삼고 힘써 닦고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33 다시 말하면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을 전제로 한 삼강오륜의 실천은 곧 대순진리회의 상생의 법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음과 양이 고유한 자신만의 덕을 발휘하게 하고, 만물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생성 변화하는데 필요한 질서의 근원이기도 하다.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마음으로 삼강오륜을 실천하면 가정화목과 이웃화합, 사회통합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이 상생의 법리가 흐르는 지상천국의 모습일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지공사를 통해 상극과 불평등에 기초한 삼강오륜을 상생적이고 평등한 실천윤리로 다시 태어나게 하셨다. 이제 우리 수도인들은 상생의 삼강오륜에 바탕을 둔 삶을 통해서 선각(先覺)과 후각(後覺), 부모(父母)와 자녀(子女), 부부(夫婦), 상하(上下)와 친구(朋友)관계에 있어,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맡은바 책임과 도리를 다함으로써,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3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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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회보≫ 90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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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공사 2장 16절.
02 여기서 ‘정(正)’의 의미는 두 가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도덕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리규범으로서의 정음정양은 이 두 의미를 내포한 음과 양이다.[이경원, 『한국 신종교와 대순사상』 (서울: 도서출판 문사철, 2011), p.123 참조.]
03 『포덕교화기본원리Ⅱ』, pp.5~6 참조.
04 『포덕교화기본원리』, p.8 참조.
05 『대순지침』, p.20 참조.
06 행록 5장 38절.
07 『논어』 「이인(里仁)」편을 보면, 증자가 “공자의 도는 충과 서일뿐이다.”[曾子曰 夫子之道, 忠恕而已矣.]라고 말하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주자는 충을 ‘자기마음을 다하는 것’[盡己之謂忠]으로 주석하였다. 이것은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마음을 뜻하는 의미이며, 군주를 향한 신하의 충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08 『포덕교화기본원리』, p.11 참조.
09  『대순진리회요람』, p.20 참조.
10 그렇지만 충을 강조한다고 해서 국가 권력이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을 인정하는 국가주의로 환원하자는 말은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났을 때 국가 권력의 피해를 당한 개인들은 당연히 원한을 갖게 되므로 국가주의를 경계해야 할 것이며, 이것은 해원상생의 법리에도 어긋난다.
11 『논어』 「위정(爲政)」편을 보면, 공자가 “『서경(書經)』에 ‘효로구나. 효도하며 형제간에 우애하여 정사에 베푼다.’고 하였으니, 이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이니, 어찌하여 벼슬해서 정치하는 것만이 정치이겠는가?”라고 하였다.
12 교법 1장 44절.
13 순임금은 아버지 고수의 오명(汚名)을 왜 벗겨주지 못했나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순임금의 효도 방법의 문제로 순임금의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록상 순임금의 효도는 일반 사람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효심이었기에 이 관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둘째는 순임금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선천의 상극적인 구조에 의해서 역사적으로 고수의 악행만이 부각되어 발생한 모순으로 볼 수 있다. 이 관점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14 『포덕교화기본원리』, p.11 참조.
15 교법 1장 41절.
16 교법 2장 36절 참조.
17 공사 3장 9절 참조.
18 교법 3장 42절 참조.
19 『漢韓大辭典』 8,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2005, pp.1074~1078 참조.
20 행록 5장 38절.
21 공사 2장 17절.
22 『포덕교화기본원리』, p.9.
23 『포덕교화기본원리』, p.10.
24 행록 3장 36절.
25 『포덕교화기본원리』, p.12.
26 행록 4장 7절.
27 “所願人道 願君不君 願父不父 願師不師 有君無臣其君何立 有父無子其父何立 有師無學其師何立…”(공사 3장 40절)
28 현대에 와서 오륜의 관계윤리성을 표현하는 개념으로, 정인재ㆍ안외순ㆍ이상익 등의 동양철학 연구자들이 이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29 동양철학 연구자 신정근 교수가 삼강오륜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주장한 개념이다. 윤리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과거처럼 상하 질서에 따라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의 입장으로 함께 나아가는 관계로 볼 것을 함축한 용어이다.[신정근, 『철학사의 전환』 (파주: 글항아리, 2012), p.559 이하 참조.]
30 김용옥, 『중용한글역주』, (서울: 통나무), 2013, p.341.
31 『後漢書』, 권83 「逸民列傳」, 龐公傳 참조.
32 스위스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42개국을 대상으로 남녀 성별 간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격차를 조사해 2014년 10월 27일 공개한 ‘2014 글로벌 성 격차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최하위권인 117위로 나타났다. 이 기구는 경제활동 참여 비율과 임금 격차, 보건·의료 현황과 기대수명, 국회·내각의 여성 비율, 기업 고위직과 전문직 수 등을 조사해 매년 세계의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한다.(≪경향신문≫ 2014년 10월 29일자 기사.)
33 『포덕교화기본원리』, p.12.
34 ≪대순회보≫ 90호, p.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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